앞만 보고 달린다는 것은 어쩌면 여유 없음을 입증하는 행위인지 모른다. 우리 인생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 끊임없이 전진하는 것은 내일이 오늘보다 나으리라는 생각에서다.

이 현상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할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감히 ‘지양하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막 성인이 된 후배 친구들한테 조언할 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조금만 천천히 가. 너희들은 이제 막 성인이 되었고, 겨우 사회에 첫 발을 디딘 것에 불과해. 아기들이 첫 발을 디디고 두 발짝을 뛰지 못해 걱정하지 않듯이 너희도 마찬가지야. 언제나 출발은 미숙하고 조금은 어리석은 게 사실이니까 서두르지 마." (후략)

그들이 내 조언을 듣고 얼마나 공감을 할는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내가 이런 말을 하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들의 위치와 상황, 그리고 조건에 상관없이 그들은 가능성을 가진 자들이다.

누가 뭐래도 그들은,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어떤 모양으로도 빚어질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가진 원석을 지녔다. 그것이 곧 젊음이고 패기이며 도전이다. 그들은 이런 무기를 가지고 삶에도 잊고 살 때가 많다. 젊을 때 하는 실수는 경험이 되고 후일에는 아름다운 그 무엇으로 변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난 이 말을 자주 꺼낸다. 정말 안타까워서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앞만 보며 달리는 자들에게 질타를 할 수만은 없다.

그 이유는 첫째 언제나 선택은 존중되어져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세상에 맞춰 살아야 하는 것이 사람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횡설수설하며 언행불일치적 삶을 살고 있는 듯 하지만 그건 아니다. 나의 맘 속엔 언제나 열정이 있다. 그 열정이 때론(사실은 자주) 장애때문에 가로 막혀도 항상 꿈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뿐만 아니라 나이때문에 열정을 잃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본 마인드가 이러니 내가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꼭 100% 허언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내 또래 친구들은 각자 하나씩 업(業)을 갖고 있고, 배우자와 2세와 함께 살고 있으며, 그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간다.

내가 늘 이야기 하는 것이 천천히 가라는 것이지만 장애인들은 천천히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며, 다른 측면으로 보면 뒤처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내 가치관에 혼돈이 오거나 후회가 생기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난 늦게 열리는 열매가 언제나 더 맛있음을 알기 때문에 내가 갈 길을 조용히 걸어 갈 것이다.

그러나 나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이미 천천히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의 동료가 언젠가 내게 어떤 것이 옳으냐고 물어 온다면 나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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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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