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소통과 나눔 페어 개막식 장면. ⓒ서인환

지난 2005년 ‘자원봉사활동기본법’이 제정되어 자발적 공익활동의 활성화가 시도 되었다. 행안부에 자원봉사활동진흥위원회가 설치되고, 자원봉사활동 진흥에 관한 국가기본계획을 수립하였으며, 포상제도와 자원봉사자의 날(12월 5일)이 제정되었다.

법정단체로 한국자원봉사협의회가 설립되고, 자원봉사센터를 설립하고, 국가의 지원과 봉사자의 보호대책도 마련되었다. 그러나 자원봉사 활동 중에 사고에 대하여 지원은 미진하였고, 교통과 문화, 환경 등 전 분야의 봉사활동을 진흥하고 있으나 기업의 사회적 공헌과 같은 형태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부족한 면도 있었다.

상생과 소통과 화합, 그리고 나눔이라는 새로운 화두들이 사회에 등장하면서 자원봉사활동 보다는 나눔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더욱 비추어지고, 정치인들의 발언에서도 ‘나눔’이라는 용어가 더 많이 등장하게 되었다.

김황식 전 총리는 취임사에서부터 나눔을 강조하고 기업의 기부문화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였으며, 정부의 기부문화 조성을 위한 역할을 주문하였다.

나눔행사에는 거의 초대를 거절하지 않고 참석하였으며, 심지어 한글날 축사에서도 한글이야말로 지식을 나누고 소통하는 방법이었다고 역설할 정도였다. 김황식 전 총리는 공정사회와 나눔이 모든 연설문에 나타난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나눔기본법’을 제정하고자 입법예고를 하자, 자원봉사단체들은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등 적극 반대에 나섰다. 나눔은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단어이며, 자원봉사는 교육과 환경 등 모든 분야에 이루어지는 것인데, 복지적 시각으로 축소하는 것이며, 입법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소통이 없었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나눔을 물품나눔과 인력나눔, 생명나눔(장기기증)으로 나누고, 기부문화 정착을 위하여 세제혜택의 강화와 기부자의 여생을 보장하는 기부연금제를 시행하겠다는 내용의 법안이었다. 이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안행부와 법정단체와 위원회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반대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나눔운동은 언론과 정치인, 정부와 기업, 국민들의 운동에 의하여 그 세력이 더욱 강해졌고, 재능기부와 나눔이 자원봉사보다 더 큰 의미로 사회공헌의 대체어로 통용되게 되었다.

지난해 6월 7일과 8일 양일간 백범기념관에서 ‘2012 소통과 나눔 파트너쉽 페어’가 열렸는데, 한국NPO(비영리민간단체)공동회의, 전국경제인연합회, 특임장관실, 행정안전부가 공동 주최한 행사였다.

시민단체-기업-정부가 함께하는 성공사례를 공유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거대한 소통의 장이 열린 것이다.

‘소통과 나눔 컨퍼런스’에서는 모금·자원개발, 해외사업, 다문화·아동복지, 보건의료, 자원봉사 등 5개 섹션별로 기업과 NPO단체 등 총 20개 단체의 우수 사업사례가 소개됐다.

기업 사례로는 ▲ LG의 케냐, 에티오피아 등 저개발국가 자립 지원 ‘Hope School/Village/Family' ▲ 삼성의 중학생 학습지원 ‘드림클래스’, ▲ 아모레퍼시픽의 여성 암환우 지원 'Make up Your Life', ▲ 현대제철의 ‘희망의 집수리’ 등의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NPO 사례로는 ▲ 다일복지재단의 캄보디아 수상빈민촌 ‘배(ship)’ 지원 ▲ 한국컴패션의 해외 1:1 결연을 통한 ‘전인적 어린이 양육’ ▲ 월드비전의 ‘아동옹호사업’ 등이 발표됐다.

둘째날에는 해외사업, 다문화·아동복지, 보건의료·환경 3개 섹션별로 미래숲,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열매나눔인터내셔널 등 21개의 NPO단체가 사업제안서를 발표했었다.

올해에는 6월 3일과 4일 양일간 백범기념관에서 '2013 소통과 나눔 파트너십 페어'가 개최되었는데, 기업 기술과 능력을 매개로 취약계층 자립 후원하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지난해보다 기업의 역할이 구체화되었으며, 기업이 봉사활동을 하거나 기부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의 기술을 사회공헌에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이다. 이런 의미로 '스마트 쉐어링(Smart sharing)', ‘똑똑한 사회공헌’을 선언했다.

이 행사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NPO공동회의가 공동 주최하고 국무총리 비서실이 후원하였다.

개막식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정홍원 국무총리,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이일하 한국NPO공동회의 이사장 등 600명의 기업과 시민단체, 정부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개막식에 이어 열린 '소통과 나눔 4인(시민단체·학계·기업·정부)의 생각'에서는 이상묵 서울대 교수가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기술'을 주제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과 기술의 역할을 설명했다.

또 SK가 만든 첫 사회적기업 행복나래의 강대성 대표는 사회적기업 성공에 있어 기업의 역할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며 예비 사회적 기업가를 꿈꾸는 젊은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그리고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과 김영목 KOICA 이사장의 발표가 이어졌다.

오후에는 다문화․아동청소년․노인복지, 국제개발․교류협력, 모금․마케팅, 자원봉사, 보건의료의 5개 세션에 35개 발표가 있었는데, ▲ 모바일 자원봉사 플랫폼 '위드유'(SK텔레콤) ▲ 본사 사옥 내 다문화카페 '카페오아시아'(POSCO) ▲ 에티오피아 희망마을(LG) ▲ 저소득층 청소년 학습지원 멘토링 프로그램 '드림클래스'(삼성) ▲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동차 진동시트'(현대차) ▲ 사회적기업(SK) ▲ 한화예술더하기(한화) ▲ 아동심리치료 마음톡톡(GS칼텍스) 등 스마트 쉐어링의 다양한 사례 발표가 있었다.

매경닷컴이 약국체인 ㈜위드팜에 대한민국 대표기업상을 수여하면서 심사기준으로 경쟁력, 기술력, 가능성, 경영전략, 가치, 기능성, 선호도, 신뢰도, 디자인&서비스 경쟁력을 평가하면서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주최하는 ‘행복나눔N 캠페인’을 통해 사회공헌 나눔활동을 한 것이 수상기업으로 선정된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한다.

빠리바게뜨로 유명한 SPC그룹이 ‘빵은 나눔이며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슬로건은 가맹점과의 상생과 더불어 소비자와의 상생을 강조하면서 사회공헌활동을 선언하고 있는 말이다.

기업들의 신년사의 75%가 나눔과 사회공헌을 강조하고 있을 정도로 기업의 기부문화는 확산되고 있으며, 소비자와는 거래관게가 아니라 상생의 관계이며, 기업도 기업의 발전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의 역할로 발전의 잣대가 된 지 오래다.

‘나’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해 사는 것이 사회의 리더쉽이라는 것이 기업에 도입된 것이다.

전경련의 ‘사회공헌 백서’에 의하면 연간 약 3조원을 사회환원하고 있으며, 이는 매출액의 약 0.27%, 순이익의 4.8%라고 한다.

‘2013 소통과 나눔’ 둘째날은 사회적기업, 교육·멘토링, 문화예술의 3 세션이 있었는데, 21개 사업들이 제안소개되었다.

세션을 분석해 보면 기업이 8개, NPO가 8개, 기업재단 8개, 정부사업 8개, 협력사업 8개였으며, 사업제안이 기업 8개, NPO 8개였다.

서울사이버대학에서는 CEO들을 대상으로 나눔문화 특강을 하고, 기업들은 같은 업종끼리 공동 사회공헌 홈페이지를 개설(금융투자사회공헌위원회)하기도 하는 등 기업과 정부, 민간의 협력은 기부문화 네트워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리고 과거 기업의 사회공헌팀은 불과 몇 명에 불과하였으나 이제는 핵심전문부서로 성장하였다.

이제 더 이상 기업에서 1회성의 지원이나 취약계층 단체에 기회균등에 의한 배분방식은 사라지고 있다. 가장 취약계층이라는 장애인단체는 NPO에 전혀 보이지 않았고, 조직화되어 가는 기부문화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자원마련의 낙후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자원봉사와 나눔이라는 혼재된 용어에서 이제 국민들은 ‘나눔’이 더 익숙해져 가고 있고, 이러한 거대 조직문화 속에 참여하지 못하면 장애인은 상생이나 창조적 경제가 적용되는 나눔문화에서 대상화만 되는 것이다. 기부문화, 기업과 정부와 시민단체 그 속에 'nothing about without us' 정신이 살아 있기를 갈망한다.

기부문화에서의 시민단체는 거대해져 가고 기업과 밀착되어 서로 단순히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나누고, 이러한 행사를 통하여 사업을 정하고 아이디어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기업과 시민단체가 파트너가 되어 서로의 사업계획을 발표하며 협력을 약속하는 잔치에 초대되지 못하고 별도로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기업을 헤매야 하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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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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