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무협지에서는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란 말도 자주 나오지만, 사실 그 신조를 현실에 적용시키기는 것은 무리가 있다. 더욱이 요즘같이 급박하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그와 같은 고집을 부리다가는 자칫 외골수로 낙인찍히거나 아니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할 수도 있다.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사람은 서로 도움을 받고 또 주어야 한다. 그것이 삶의 이치다.

장애인도 다를 바 없다. 자신이 만나는 사람이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관계없이 그 사람이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 잘 간파하고, 그것이 내가 가능한 범위 안의 것이라면 무조건 도와주어야 한다. 또한 그게 인지상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장애인이 비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범위가 그리 넓지 않다. 몸으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전무하며, 지식이나 재능기부만으로 돕기엔 한계점이 있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에게 도움을 받는다. 물론 도움을 받는 것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신체적으로 도움을 받다보니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빈도수가 많을 경우) 미안한 마음이 들게 된다.

이런 식으로 상황이 지속 될 경우 장애인들은 돕는 이에게 어떠한 보상도 해줄 수 없다는 생각에 시간이 지날수록 미안함은 점점 더 가중된다. 결국 그럴 바에야 그 사람 뜻대로 하는 것이 최선 아닌 최선이 되어 버린다. 출타 중일 때나 혹은 생활 전선 모두에서 말이다.

모든 일의 마무리를 내가 아닌 그가 맺고, 모든 스케줄을 그가 정리한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한없이 무능해 보이거나 의존적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 입장도 이해해 줘야 한다.

특히, 최중증장애인의 경우 거의 모든 부분을 도움 받기 때문에 미안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외출도 마찬가지다. 살아가면서 모든 일을 칼로 무 베듯 할 수 없기 때문에 타인의 사정을 들어주다 보면 시간도 이내 그의 것이 되어 버린다.

조금은 억울한 삶이다.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 마음을 더 이상 어떻게, 더 길게, 어떤 단어로 설명하랴. 이쯤에서 애환(哀歡)은 접기로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난 내 자신에게와. 이 땅의 많은 장애인 분들께 제안하고 싶다.

비록 힘들고 어렵지만 삶의 전반에서 끝까지 변치 않는 소신 하나 쯤은 가져야 한다. 때론 그것이 독불장군처럼 보이는 요소가 된다 할지라도, 어떤 시점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만났거나 또한 부도덕한 일을 접했을 때, 내 마음과 의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확고한 의사 전달, 이것이 곧 내 개성이고 나의 나 됨이며, 또 다른 의미의 자유다.

이래도 저래도 흥하는 줏대 없는 사람이 되지 않아야만 이 땅 위의 뿌리 내린 ‘장애인 무시’는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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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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