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화려한 계절 오월. 집에만 있으면 왠지 손해 볼 것 같은 계절이다. 실록의 계절 오월 포구기행을 떠나본다.

전철 수인선이 개통되면서 더욱 가까워진 소래포구는 제철 맞은 꽃게가 한창이다. 소래역에서 내리니 작은 간이역이었던 소래역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현대식 전철역이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변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넓은 갯벌에 네모 반듯했던 소금밭대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어린 시절 엄마 손 잡고 봄이면 제철 맞은 꽃게를 샀고, 가을이면 김장에 쓸 새우젓을 사러 덜컹거리는 버스와 협궤열차를 갈아타며 소래역에 도착했었다.

어린 꼬마가 본 소래포구는 넓고 신기한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넓은 바다에서 고기를 가득 실고 포구에 배가 정박하면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어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려고 아우성이었다. 그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머릿속에선 동요가 들려온다.

“아침바다 갈매기는 금빛을 실고/고기잡이 배들은 노래를 실고/희망에 찬 아침바다 노저어가요/희망에 찬 아침바다 노저어가요”

동요와 함께 당시의 기억은 이젠 추억 속으로 박재돼 버렸다.

수인선은 1937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민족의 애환을 싣고 수원과 인천을 오가던 열차다. 협궤열차는 작고 협소해서 협궤열차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한다.

당시 소래는 작은 어촌에 불과 했지만 소래역이 생기고 나서 소금밭과 포구도 생겨났다. 소금은 열차에 실려 제물포로 이동했고, 제물포에서 다시 배로 이동해 일본 상인들에게 팔려 나갔다.

해방이 되고 나서도 소래포구는 여전히 활기로 넘쳐났지만 1995년 이용객이 줄어들며 역사의 뒤로 사라졌다가 2012년 6월 말 복선 전철로 새롭게 부활했다.

4호선 오이도역에서 송도까지 오가는 수인선 라인엔 월곶포구와 소래포구 두 곳이 있다. 싱싱한 삶의 현장과 팔딱팔딱 뛰는 제철 생선을 맛보고 싶은 봄날, 수인선을 타고 소래포구로 가면 된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는 것 같다. 먼저 소래역사관으로 갔다. 급속한 도시 개발과 도시화로 사라져가는 소래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아름다운 옛 모습을 보존하고자 건립된 최초의 공립박물관이다.

1층 전시실엔 염전의 역사를 그대로 재현해 놨다. 소금밀대를 비롯해서 소금창고,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소래의 유례를 전시하고 있다. 2층 전시실엔 수인선 건설 과정과 소래 역사를 재현해 놨다. 소래역 대합실엔 주름 가득한 밀랍인형 할머니가 보자기를 들고 협궤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할머니의 세월은 간이역이던 당시의 소래역에 멈춰져 있다.

소래포구엔 인천 둘레길 7코스가 조성돼 있다. 해안을 따라 걷기 좋은 길로 자전거 길과 보행로가 나란 줄맞춰 있다.

소래포구를 시작으로 해변공원에서 동막역까지 10키로 정도로 휠체어로 걸어서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밀물때면 반짝이는 바닷가 은빛물결을 이루고 썰물때면 갯벌의 속살을 볼 수 있다. 이 길 따라 한 바퀴 빙 둘러보고 다시 소래포구 까지 돌아온다.

기억 속 소래포구는 변했지만 어시장은 여전히 활기에 차 있다. 바다에서 조업을 하던 배들이 포구에 들어서면 활기를 띄기 시작하고, 비릿한 생선 냄새와 싱싱하고 진한 삶의 향기가 넘쳐난다.

고기들은 양동이 가득 술렁거리고, 아낙들은 난전을 펼쳐놓고 손님 끌기에 여념이 없다.

어시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팔딱팔딱 뛰는 생선처럼 사람들의 삶도 춤을 춘다. 어시장엔 유난히 노인분들이 많다. 수인선 복선 전철이 개통되고 나서 예전보다 더 많은 노인들이 소래포구를 찾는다고 한다. 새우젓을 사거나 생새우를 소금에 절여 새우젓을 담그려는 분들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철마다 바다가 내어주는 생선을 사러 소래포구를 찾는 여행객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소래포구하면 수인선 협궤열차 철로가 떠오른다. 소래포구의 상징이던 소래철교는 관광객을 위해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협궤열차가 운행될 당시 소래를 찾던 연인들은 기차가 오지 않을 때 철교를 건너기도 했다. 연인들이 철교를 건널 때 철교 아래 배가 지나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어 데이트 장소로 명성이 높았다. 지금도 사랑을 이루고자하는 연인들이 철교 위를 건너다닌다.

소래 생태습지공원을 둘러보기 위해 다시 길을 재촉한다. 생태공원입구엔 인천 둘레길 6코스가 만들어져 있고, 소염교를 지나야 습지공원으로 진입한다.

소염교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소금을 공급하기 위해 소래 갯벌에 염전을 만들었고, 생산된 소금을 소래역까지 운반하기 위해 열차 레일을 놓으면서 다리를 설치했다.

이후 염전은 소금생산 채산성이 떨어져 1996년 폐업했다. 붕괴된 다리 옆에 '생태목조다리'라는 이름으로 목조교량을 새로 설치했다. 그 후 폐염전 일대가 공원지역으로 지정돼 공원 주 진입로 역할을 할 다리를 현재와 같이 다시 설치했다.

생태습지는 폐염전을 다시 복원해 옛 소금밭의 영광을 재현해 놨다. 이 곳 생태공원을 찾는 새들도 다양하다.

생태습지공원엔 생태관도 있어 공원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염전의 내리쬐는 햇빛에 소금알갱이가 만들어지고, 생태습지로 난 오솔길의 기분 좋은 흙냄새는 코끝을 자극한다.

물이 빠진 습지엔 소금창고가 몇 개 있지만 소금을 생산하는 창고 하나뿐이고 나머진 방치된 상태다. 하나뿐인 소금창고엔 하얀 소금이 수북이 쌓여 있다.

염부들은 소금을 포장해 선물용으로 판매한다. 창고문엔 개인에겐 판매되지 않는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어 염부들에게 소금을 살수 있는지 질문을 할수 없거나, 설령 질문을 하더라고 퉁명스럽게 글씨를 못읽는냐고 핀잔을 준다.

공원엔 풍차가 습지와 어우러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조류관찰대까지 다양한 테마길이 조성돼 있다. 삶이 건조할 때 수인선 전철타고 떠나는 소래포구, 싱싱한 삶의 현장을 찾아봄직 하다.

•가는 길

전철 수인선 소래포구역 2번출구에서 우측 500미터 전방

•먹거리

회, 해산물, 꽃게, 소라,

활어를 사면 즉석에서 썰어주고, 상추와 매운탕은 식당에서 따로 끓여준다. 활어나 꽃게, 해산물 종류나 가격은 어획량에 따라 매일 다르다.

•장애인화장실

소래역

어시장

회타운

생태습지

소래박물관

•문의

휠체어 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소래포구의 협궤열차. ⓒ전윤선

소래포구 어시장. ⓒ전윤선

싱싱한 생새우. ⓒ전윤선

생태공원 소금밭. ⓒ전윤선

소금창고. ⓒ전윤선

소래습지 생태공원 산책로. ⓒ전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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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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