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날

나는 당신께 흔한 카네이션 한 송이조차 건네지 못합니다.

다른 이들은 이 같은 광경을 보고 ‘관심이 없다.’ 말하기도 하고

‘손이 비어 그렇다.’ 말하기도 합니다.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고

손이 비어 그런 것 또한 아닙니다.

당신을 향한 제 사랑을 표현하자면

꽃 한 송이 드리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제 마음을 꽃 한 송이만으로 표현하는 것이

마음에 차지 않기 때문입니다.

엄마.

두 음절의 글자만으로 먹먹해지는 그 이름

그 감사함이 정말 말할 수 없을 만큼 크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이 상황이 정말 죄스럽기만 합니다.

자식으로서 당신께 기쁨과 환희를 드린 날보다

한숨과 걱정을 안겨드린 날이 훨씬 많음이

그리고 그것이 아직 현재형이란 점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제가 당신께 제일 감사한 건

말 한마디마디 마다 성경으로 교육하셨다는 것

그것은 제 인생에서

세상의 어둠보다 밝음을 더 알게 된

계기였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장애라는 높은 벽에서

구제해 주지 못해 지금도 늘 아파하는 엄마

아파하지 마세요.

엄마는 내 인생 최고의 스승이자 나침반입니다.

엄마. 당신이 계시기에

장애는 더 이상 짐이 아닌

무거운 십자가도 아닌

동행자가 됐습니다.

이제껏 호흡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제 부족한 인생에 늘 함께해주세요.

저도 당신에게 비치는 그 빛 따라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무제(無題) (자작) - 2013.05.08

부족한 아들이 인생 최고의 스승인 엄마께 바칩니다.

우리는 장애라는 무거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 무거움은 수 만 가지 안타까움과 아픔으로 환원됩니다.

백 마디 하소연과 천 번의 한숨으로도 취소할 수 없죠. 하지만 1년에 단 하루만은, 단 하루라도 나를 위해 애쓰시는 부모님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나의 아픔은 잠시 접고, 어쩌면 나보다 더 아플지 모를 인생 스승을 지금 이 순간 생각해 보고 안부 전해드리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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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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