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그 날은 공휴일도 아니고 더구나 올해는 토요일이어서 사람들은 이른바 ‘불타는 토요일’을 보낼 것이 분명하다. 그야말로 ‘무관심 속 하루’로 묻혀 질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알고도 모르는 척 넘어갈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아예 그런 날이 있는 줄도 모르는 체 지낼 것이며, 또 다른 사람들은 “오늘이 4월 20일인줄도 몰랐다.”며 바쁜 생을 살아갈 것이다.
무슨 일이나 특정 기념일을 가슴에 새기려면 먼저 그것을 기억하는 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기억하기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장애인관련 행사들이 단순히 장애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 그대로 ‘관행’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행은 꾸준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 것이 본질에서 변질된다거나 혹은 선한 방향으로의 변화가 일지 않는다면 썩는다는 것이 문제다.
요사이는 장애인의 날 하루만을 기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하여 장애인의 날 당일부터 일주일 동안을 ‘장애인 주간’으로 정하고 더 오랫동안 장애인들을 돌아보고 기억하는 데 힘쓰자는 의미를 담아 7일간을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場)들이 많이 오픈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난 이 역시도 그저 관행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행사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행사는 지속 되어야 한다. 그러나 ‘행사를 위한 행사’는 지양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막말로 행사가 끝난 뒤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자신보다 더 중(重)한 장애를 가진 이들을 생각하지 않거나, 행사 당시 만났던 장애인들의 절실함과 열의를 기억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논의가 없는 채로 끝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행사는 ‘한 봄 밤의 꿈’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장애인의 날을 기억하는 데 생색내고 갖가지 행사로 선심 쓰듯이 지낼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신경 쓰고 연구할 때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장애인인 나 역시도 관행과 습관에 젖을 수밖에 없다.
좀 더 세밀히 살피고 그들의 삶, 우리들의 삶을 연구하는 것, 그 것이 진정으로 장애인의 날을 심장에 새기는 일이자 모두에게 보이는 증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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