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튼스 미싱 탑 모델(Britain's missing top model)' 출신인 Debbie의 패션모델 화보들-1(출처 : Debbie van der Putten 홈페이지 화면 캡처) ⓒDebbie van der Putten

얼마 전 필자의 칼럼(4월 1일자로 게재된 ‘외국 장애인 모델의 당당한 모습들-②’)에서 세계적인 패션잡지 ‘마리 클레르’의 표지모델로 활약했던 Kelly Knox의 사례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그녀가 우승한 BBC-TV의 ‘브리튼스 미싱 탑 모델(Britain's missing top model)’ 프로그램에서는 Kelly 말고도 7명의 장애여성 모델 후보들이 출연하여 경쟁을 펼친 바 있었다.

그 중의 한 명이었던 네덜란드 출신의 Debbie van der Putten 역시 모델로서의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켈리와 비슷한 한 쪽 팔 절단장애를 가졌지만, 여느 비장애인 모델에 뒤지지 않을 멋진 포즈들로, 당당한 패션모델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브리튼스 미싱 탑 모델(Britain's missing top model)' 출신인 Debbie의 패션모델 화보들-2(출처 : Debbie van der Putten 홈페이지 화면 캡처) ⓒDebbie van der Putten

Kelly나 Debbie는 본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가 BBC-TV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모델 훈련을 받은 후 모델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지만, 그래도 모델이라는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 일반 장애인들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란 거리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보통 장애인들의 모습을 담아 TV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방영한 사례도 있었다.

케이블 TV ‘선댄스 채널’에서 방영된 리얼리티 쇼, ‘푸쉬 걸스(Push Girls)’ 시리즈의 출연진들(출처 : Push Girls 페이스북 화면 캡처) ⓒSundance Channel

2012년 6월 4일 선댄스 채널(Sundance Channel)에서는 ‘푸쉬 걸스(Push Girls)’라는 총 14회에 걸친 30분짜리 에피소드로 구성된 새로운 리얼리티 시리즈의 첫 방송을 내보냈다.

푸쉬 걸스는 각각 서로 다른 독특한 사연을 갖고 있는 Mia Schaikewitz, Auti Angel, Angela Rockwood 그리고 Tiphany Adams, 이렇게 네 명의 휠체어 사용 장애여성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들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리얼리티 다큐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장애인의 삶에 대해 별로 접해 본 적이 없는 일반 시청자들에게 휠체어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간접 경험시켜줌으로써, 장애인도 자신들처럼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동등한 사회구성원들 중의 한 사람임을 자연스레 느끼게 하고, 그들이 살아가는 데에는 어떤 사회적 변화가 필요한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받고 있다.

선댄스 채널은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1992)’을 감독한 로버트 레드포드가 만든 자유분방하며 대담하고도 의미심장한 드라마나 독립영화 혹은 다큐멘터리 등을 주로 방송하는 케이블 TV 채널로, 우리나라에서도 스카이라이프(68번 채널), 올레TV(105번 채널), BTV(39번 채널) 등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TV 프로그램 ‘The Jeff Probst Show’에 출연한 푸쉬 걸스(출처 : Push Girls 페이스북 화면 캡처) ⓒThe Jeff Probst Show

푸쉬 걸스는 그동안의 시청자들의 호응에 부응하여 오는 6월 3일부터 시즌 2가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선댄스 채널 코리아에서도 같은 시기에 방영을 시작하는지의 여부는 잘 모르겠으나, 어쩌면 한국의 케이블 방송을 통해서도 그녀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접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장애인이라고 하면 뭔가 부족하고 불쌍하며 우울하고 안타까울 것만 같은 부정적 선입견을 없애는 데 있어서 이러한 방식의 접근이 교육이나 캠페인같은 방법들보다도 훨씬 더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인식개선의 수단이 되었으리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TV 드라마를 보면, 가끔 휠체어를 탄 장애인 캐릭터들이 등장하곤 한다. 그런데 비장애인 탤런트가 휠체어를 타고 하는 장애인 연기는 비장애인들의 눈에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장애인들의 눈에는 항상 어색하고 현실감 없는 모습들로 비춰진다.

그나마 ‘인간극장’ 같은 다큐 프로그램에서는 간간히 장애인의 실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드라마 속에선 그저 등장인물 중의 한 명이 휠체어를 탔을 뿐이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진솔한 삶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담담히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들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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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광원은 장애인 보조기구를 생산·판매하는 사회적기업 (주)이지무브의 경영본부장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연대의 운영위원을 지냈고,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된 (재)행복한재단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패러다임이 소개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연구회 회장 등의 활동을 통하여 초창기에 자립생활을 전파했던 1세대 자립생활 리더 중의 한 사람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의 초안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 국회 정하균 의원 보좌관 등을 역임한 지체장애 1급의 척수장애인 당사자다. 필자는 칼럼을 통해 장애인당사자가 ‘권한을 가진,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소비자’라는 세계적인 흐름의 관점 아래 우리가 같이 공감하고 토론해야할 얘깃거리를 다뤄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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