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가 성행하는 요즘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그리고 얼마 전에 외국 유저들로부터 재 각광을 받고 있는 마이스페이스까지.

이런 SNS 붐의 원인은 간단하고 쉽게 지인들과 소통할 수 있고, 또한 운이 좋으면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옛 지인도 찾아내는 경우도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데 이 같은 SNS의 순 기능은 이미 오프라인에서 오래전에 해왔던 많은 사람들의 사회생활, 그 연속선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하려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람들에게 자신을 오픈해야 교류를 이어나갈 수 있다. 어쩌면 SNS는 이 같은 점을 착안 해 만들어 낸 서비스인지도 모르겠다.

교류를 위한 마인드의 오픈, 이것은 장애인에게도 해당된다. 혹여 말 한마디 않고 회사를 다니거나, 아니면 여러 사람이 있는데 개인행동만 일삼는다면 그 사람은 필시 독불장군으로 낙인찍히거나 혹은 왕따를 당할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무한 오픈형(形)도 아니고 무한 폐쇄형도 아니지만 굳이 둘 중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오픈형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생활을 위해 오픈하는 것까진 좋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이 장애인에게 무한 오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요구하기에 문제가 되는지 말해 보겠다. 이번 칼럼과 다음 칼럼으로 나눠서.

장애인에게 성(性) 정체성(Sex Identity)을 모호하게 할 것을 요구한다

정말 그렇다. 이 부분 때문에 칼럼을 작성하기 전에 많은 생각을 해야 했는데, 칼을 뽑았으니 이어가 보겠다.

앞서 내가 오픈형과 폐쇄형의 예를 들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장애인은 오픈마인드의 극치이다. 그렇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먹는 일부터 세면, 옷을 갈아입고 외출하는 일, 용변을 보는 일까지 타인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일치감치 포기하고 처연하게 지낸다. 이는 나도 해당되고 다른 중증 장애인에게도 해당된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가끔은 감추고 싶은 무엇이 있다. 이미 시쳇말로 ‘뽀록’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감추고 싶은 것이 있게 마련이다. 아마 그 첫째는 바로 성(性)적인 문제일 것이다.

성적인 문제라 하여 별 다른 것이 있는 게 아니다. 샤워할 때 남들이 나의 중심부를 닦아야 하고 뒤태를 닦아야 하는 일, 그것은 어지간해서는 힘든 일이다. 그러므로 난 고맙다는 말 대신 미안하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처럼 그도 희생, 나도 희생, 어려운 시간 속에서 살고 있는데 오래 전에 나보다 연장자인 어느 누나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던 적이 있다.

“여자분이라도 있으면 해 지수 씨. 나는 지수 씨가 그 부분에 처연해졌으면 좋겠어. 나이 많으신 분들이 오면 엄마 같고, 누나들이 오면 누나인데 뭐 어때. 난 지수가 사소한 부분보다 큰 눈으로 바라 봤으면 좋겠어. 누드 비치(Nude Beach)도 가는 세상인데 뭘.”

순간 머리가 띵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남자 보조인이 없는 실태를 이야기 하다가 궁여지책으로 낸 아이디어인데 그 말을 듣고 정말 당황스러워서 말을 못이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니 난 이미 처연해졌는데…, 이미 다 보여줘서 ‘국민 알몸’이 되어 가는데…, 그래서 미안한데…, 비밀 좀 있어봤으면 하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더 오픈을 하라니 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누드 비치와 여자 보조인…. 과연 이것이 가당키나 한 비교 대상일까? 수동과 능동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더 나아가 그 수동적 행동이 만일 억지라고 한다면 그 차이는 더더욱 극명하게 날 것이다.

성이라는 것은 본래 순결함의 완전체이다. 현재의 성 문화는 정말 진보적이며 개방적이지만 본래의 뿌리는 순수함의 상징이다. 동성끼리도 오픈하기 힘든 자신의 성 정체성은 어쩔 수 없음이란 이름으로 개방되고 있지만 그 마음은 필시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대범함에서 비롯된 것임을 잊지 말아주기를 바란다.

나의 알몸을 본 사람들에게 내가 Give & Take(?)를 요구하면 순순히 응할 사람 누가 있을까? 동성이라 해도 없을 것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 예시는 오래 전 예시에 불과하지만 지금도 별다르지 않다는 것과 또 하나 장애인에게만 이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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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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