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일부터 3월 1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샌디애고 캠퍼스와 로스엔젤리스에 있는 맨체스터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제28회 2013 CSUN(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노스리지; California State University at Northridge) 장애인용품 컨퍼런스’가 열렸다.

미국 LA는 대학이 UCLA계열과 CSUN 즉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계열로 크게 나뉘는데, CSUN 컨퍼런스는 캘리포니아주립대학에서 개최해 매년 2월말 경에 열리는 장애인용품 전시회와 세미나를 일컫는 말이다. 10월 초 독일의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REHACARE International’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세계적인 장애인보조기 전시회이다.

최근 경제적 불황으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장애인 재활보조기구에 대한 지원예산이 많이 삭감되었고, 이러한 전시회에 장애인들이 참여하는 비용의 지원이 없어졌다.(그 결과 예산이 오히려 늘고 있는 일본과 아랍으로 장애인보조기구 수출길이 변하고 있다)

장애인 보조기기 관련 회사가 약 200개 참여한 이 전시회에서는 강의나 토론 등 컨퍼런스도 같이 열렸는데, 한국의 힘스코리아사도 전시회에 참여하였다.

한국에서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엑스비전, 삼성과 LG 스마트폰 개발자 등 많은 사람들이 이 행사를 참관하였다.

시각장애인용품 제조의 최대 회사인 프리덤 사이언티픽(Freedom Scientific)사에서는 스마트 시대를 맞아 점자정보단말기와 저시력인용 확대기 등에 있어 휴대성을 강조하여 과거의 제품보다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든 제품들을 선보였다.

그리고 독서기의 경우에 스캔 기능을 추가하여 바로 카메라로 스캔하여 음성으로 읽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였다.

한국에서도 볼펜과 같은 모양의 스캐너로 책자나 문서를 훑으면 스캔이 되어 음성으로 읽어주는 문서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시도한 바가 있었으나, 개발비를 지원해 주는 곳이 없어 개발비 2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하고 개발 도중에 포기한 사례가 있었다.

만약 그 때 개발비 지원이 제대로 되었다면 미국 하버드대학과 공동으로 이번 전시회에서 세계의 이목을 끌면서 한국의 IT와 장애인에 대한 기술을 자랑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윈도우 7을 기반으로 한 점자단말기는 윈도우 7이 제공하는 내비게이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해졌다.

안드로이드와 크롬의 접근성 개선 사항을 이 행사에서 볼 수 있었는데, 터치 제어가 장애인에게 용이하게 개선되어 전시되었으며, 앞으로 안드로이드 4.2에 저시력인을 위한 확대 기능과 고대비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구글에서는 웹서핑 기능을 강화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우리나라 힘스코리아에서 선보인 ‘캔디’라는 휴대용 저시력인용 확대기도 인기가 높았다. 근거리와 원거리 자동초점 기능과 선명도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스마트폰용 앱으로 장애인에게 편리한 것들이 20여종 출품되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택시를 간편하게 호출하는 장애인용 앱이었다. 현재 한국에서는 안심카드라는 기술로 개발 중인 것이다.

삼성과 엘지가 이 행사에 대거 인력들을 파견한 것은 ‘미국 21세기 통신 및 비디오 접근성법(21st Century Communication & Video Accessibility Act of 2010; CVAA) 때문이 아닌가 싶다.

행사는 참가자들이 줄어들어 과거보다 흥행에는 실패하였으나, 2010년 10월에 오바마가 공포한 CVAA가 오는 10월 8일부터 발효됨에 따라 스마트화와 다기능화, 경량화로 인한 휴대성 강화, 방송과 온라인에서의 접근성 강화, 입는 컴퓨터 등 최근 기술 동향을 보여주었다.

CVAA로 인하여 세계의 전자회사들이 많이 참석하였는데, 오바마가 공포한 법은 방송융합 시대를 맞아 그동안 장애인의 접근이 어려웠던 온라인 서핑기능의 해결과 온라인 방송에서의 접근성 보장이라는 기술적 대안들이 등장했다.

CVAA는 2010년에 공포되었으며, 3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2013년 10월부터는 접근성을 보장하지 않는 제품들은 수출이나 수입, 판매가 금지된다.

한국에서 TV와 스마트폰 등을 수출하고 있는 삼성과 LG 입장에서는 장애인 접근성이 또 하나의 수출 장벽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다만 그동안 비용 부담 등으로 무관심하였던 회사들이 이제야 살아남기 위해 관심을 가지고 대거 참여한 모양이 왠지 씁쓸한 기분을 가지게 했다.

그동안 TV의 경우 수출품만 장애인 접근성이 보장된 자막기기 내장형 TV 제품을 팔고, 국내에는 그렇지 않은 제품을 파는, 그런 일이 앞으로는 없도록 한국에서도 법으로 장애인 접근성을 보다 강화해야 하지 않나 싶다.

최근 전자제품 접근성 위원회가 만들어졌으나 미국처럼 강제적이지 않고, 또한 강력하지도 않으며, 방송과 온라인에 있어 기업의 저항도 심하다.

CVAA 718조(스마트폰의 접근성 보장)에서는 장애인의 사용성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106조(재난관리 서비스)에서는 음성인터넷 프로토클 서비스 등에서 장애인을 위한 재난 서비스를 반드시 하도록 하였다.

한국은 제3차 장애인정책발전 5개년 계획에서 장애인 재난 시범 솔루션을 개발하겠다며 복지관에서 휠체어와 비장애인의 피난 시간을 비교한 것이 고작이고, 그 결과 휠체어가 더 빨리 피난하더라는 엉뚱한 결론을 내고 있다. 그리고 국회에서 장애인의 재난설비 의무화는 몇 년째 잠을 자고 있으며, 아·태 장애인 10년에서의 재난대책 강구나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서의 재난대책에 무관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CVAA에서 고급화된 통신서비스란 연결된 음성 인터넷 프로토콜 서비스(interconnected VoIP service), 상호 연결되지 않은 음성 인터넷 프로토콜 서비스(non-interconnected VoIP service), 전자 메시징 서비스(electronic messaging service) 그리고 상호운용이 가능한 비디오 회의 서비스(interoperable video conferencing service) 등 4가지가 포함된다.

동 법 716조에서는 이러한 고급화된 통신 서비스와 장비의 접근성 준수 의무를 명시했으며, 법 시행 1년 이내에 기술을 개발하여 적용하도록 하였다.

202조와 203조에서는 인터넷 프로토콜 기반의 영상에 대한 화면해설과 폐쇄 자막에 대한 의무사항을 규정하였고, 디지털 방송수신 장비의 UI에서도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강제화하였다.

이 법의 시행을 앞두고 열린 CSUN 컨러펀스는 장애인의 접근성을 해결하는 기술들을 보여주었으며, 제조사에게는 국제경쟁력이 장애인 보장성임을 알게 하였고, 대한민국 장애인에게는 한국 법 개정의 필요성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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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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