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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울지 않아요. 비극이 아니라 현실이니까"

파킨슨병에 걸리고도 여전히 멋진 마이클제이폭스를 보며

영국에서 보내는 여섯번째 편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3-02-08 09:18:57
영어를 늘리겠다는 일념으로 BBC를 비롯한 영국 채널에 하루 종일 눈길을 두고 있는 남편 덕분에 저도 같이 TV를 볼 때가 많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 TV에서는 십 수 년, 더러는 수십 년이 지난 영화를 보기란 참 힘든 일인데, 이 곳에서는 수시로 그런 영화들을 내보내 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뜻하지 않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히치콕 감독의 <새>, 를 비롯하여 <스타워즈> 시리즈 등 온갖 고전영화를 다시 한번 두루 섭렵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네요.

며칠 전에는 영화 <백투더퓨쳐>를 보았습니다. 제가 중고등학교 때 폭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영화로, 마이클제이폭스의 귀엽고도 친근한 외모가 또래 여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었지요. 저 또한 예외는 아니었고요.

문득 이 마이클제이폭스라는 배우가 지금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궁금해져서 구글에서 검색을 해보았더니 놀랍게도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파킨슨병을 얻고 투병 중인데, 더 놀라운 것은 그 병에 전혀 굴하지 않고 오히려 파킨슨병의 치료약 개발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병에 대해 알려나가며 병 중에 연기생활까지 병행하는 멋진 모습으로 살아나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여전히 영화를 보고 있는 남편 곁에서 그 날따라 유별나게 유튜브를 샅샅이 뒤져가며 마이클제이폭스가 출연한 토크쇼와 인터뷰를 찾아보았습니다.
50세가 넘은 그는 여전히 멋진 모습이었지만 인터뷰를 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카리스마라거나 중견 배우의 위엄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예전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파킨슨병 때문에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심하게 흔들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은 다소 충격적일지 모릅니다. 한 시절 헐리웃 최고의 배우는 더이상 없고 그저 병마와 싸우고 있는 초라한 모습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1998년 피플지에 실린 마이클제이폭스. ⓒ이은희 에이블포토로 보기 1998년 피플지에 실린 마이클제이폭스. ⓒ이은희
그러나 제 마음을 흔든 것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병에 대한 그의 태도였습니다. 그는 병을 전혀 부끄러워한다거나 숨기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당당히 그의 병을 오픈하고, 심지어 칫솔질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에피소드를 스스럼없이 소개하며 그 자신을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2006년 미국의 대선 때에는 자신의 그 모습 그대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해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도 하고, 최근에는 병에 걸린 자신의 모습 그대로 연기활동까지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15년전 자신의 병을 공개했을 때 피플지의 표지에 실린 그의 사진과 발언이었습니다.
"나는 울지 않는다. 이것은 비극이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에.(I'm not crying 'What a tragedy,' because it's not, it's a reality)"

많은 단락을 할애해 마이클제이폭스의 얘기를 꺼낸 이유를 눈치 채셨을 것 같은데요. 주변에서 자신이 혹은 자신의 가족이 장애라는 상황에 부딪혔을 때 왜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비극적인 상황이 닥쳤는지, 하염없이 슬퍼하고 그 슬픔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분을 자주 보게 됩니다.

물론 저도 6년 전 처음 저와 제 아이가 앞으로 부딪혀야 상황을 예감하고 제발 이것이 현실이 아니길 바랐던 기억이 납니다. 현실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가혹한 비극인 것이지요.

맨체스터에 있는 레고랜드에서 무지 신난 주언이의 모습. ⓒ이은희 에이블포토로 보기 맨체스터에 있는 레고랜드에서 무지 신난 주언이의 모습. ⓒ이은희
그러나 한 때 헐리웃 최고의 배우였던 마이클제이폭스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비극이 아니라 분명한 현실로 인지하고 오히려 자신의 병을 외부세계에 알리는, 더욱 위대한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병을 처음 얻었던 1991년과 그 병을 공개한 1998년 사이에는 7년이라는 간극이 있는 것을 통해 그 사이 얼마나 많은 갈등이 있었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가끔 한없이 밝은 모습으로 자라나는 주언이를 보면서 이 아이가 사춘기를 거치고 성인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고 꾸준히 화사한 봄햇살 같은 모습이길 간절히 바랄 때가 있습니다.

결국 그 것은 본인이 자신의 상황을 비극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저 다른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과 다름 아님을 인지할 때 가능한 일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어린 아이이니 곁에서 부모가 그런 역할을 해주어야겠지요. 어깨가 무겁습니다.

어떤 곳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주위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탐험에 나서는 주언이. ⓒ이은희 에이블포토로 보기 어떤 곳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주위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탐험에 나서는 주언이.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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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은희 (yip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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