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하는 홍혜윤 씨. ⓒ정현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상파 라디오방송 모니터링 요원에 뇌병변 1급 장애인 홍혜윤(23) 씨가 지난 12월에 응모했다. 홍 씨는 중증장애인으로 헤드스틱이라는 보조기구를 사용하여 컴퓨터를 사용한다. 주위에서는 전화통화가 불가능해 취업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의 노동, 특히 중증장애인의 일을 노동이라 부를 수 있을까? 복지라 해야 할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결 과제가 필요하다. 노동 현장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가 먼저 반영되고 중증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개발 보급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현대 사회는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이 눈부시게 발달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IT강국이다. 집에서 컴퓨터로 세상과 소통하는 중증장애인들이 업무 능력을 키워 스스로 일을 하고 임금을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까지는 중증장애인은 일할 수 없다는 사회적인 편견이 팽배했다. 그러나 이제는 중증장애인도 취업관련 정책과 제도가 구체적으로 마련된다면 취업이 얼마든지 가능한 시대다.

나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려 할 때 장애로 인해 이중고를 겪었다. 장애인관련 기관마저 내게 사회에서 기피한다는 점만 강조하며 내 의지를 꺾었다.

장애인고용공단도 중증장애인 직업개발의 필요성은 인지하지만 그에 대한 준비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어느 누구의 문제라고 말하기 이전에 우리나라 기업 문화에서 장애인을 터부시하는 인식의 문제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나 근로자는 만족할만한 임금을 받을 때 노동에 대한 동기가 부여 된다. 기업 입장에서 장애인 노동은 비장애인에 비해 현저하게 능률이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기업에서 장애인을 고용할 경우 사무공간 배치, 편의시설 문제, 동료들과의 유대관계 등 다양한 부분에서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난색을 표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중심 노동문화에서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장애인의 삶의 질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의 노동은 근로복지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노동과 복지를 아울러서 기업과 근로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장애인의 능력도 향상시키고 기업에서 중증장애인을 채용한 후 저임금을 주는 문제를 기업에만 전가해서도 안 된다. 이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중증장애인 노동에 근로를 우선하고 임금부족분은 복지차원으로 장애인 재택지원 조성금 제도를 이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만 된다면 장애인들은 본인에 능력을 개발하여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거듭 날 것이다.

재택취업 장애인 근로자의 경우 저임금이 많다. 그러다보니 장애인들 중에는 저임금으로 일하기보다는 기초생활수급권에 의존하여 생활하려는 경향이 있다.

오랫동안 복지혜택만 받다 보면 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경험이 부족해진다. 그러니 능력을 향상시킬 수도 없고, 사회로부터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이점을 보완하기 위해 장애인에 맞는 스마트워크 정책과 제도를 마련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일본도 재택취업을 권장하기 위해 국가에서 정책과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재택취업 조성금 제도를 통해서 중증장애인들이 취업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재택 장애인들에게 취업 전후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장애인들은 집에서 직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역량강화를 할 수 있다.

신체장애가 곧 능력 장애로 인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고용장려 정책이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다양한 분야에서 스마트워크 시대에 맞게 직업을 개발 육성해야 한다. 특히 장애인의 취향과 재능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장애인 스마트워크 일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업무교육 중. ⓒ정현희

현재 우리나라도 중증장애인 스스로 다양한 기업에서, 와상장애인들까지도 재택취업을 하고 있다. 중증장애인들이 취업되어 일하고 있어도 재택취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없는 편이다. 그와 동시에 재택취업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스마트워크 정책과 직종개발을 위한 정책도 전무하다.

재택 취업과 관련된 정책으로는 사업자 지원 부분에서 재택근무지원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현재 제대로 실시된다고는 할 수 없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2012년에 자료(2009~2011년도 지원현황)에 따르면 5개 소에 3년 동안 14,294천원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재택취업 근로자 대부분은 저임금이고 장애인 스스로 구직 활동을 통해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이제 우리 장애인들도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스마트워크 고용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앞에서 언급한 홍 씨는 2012년에 취업이 되어 모니터링 일을 하고 있다. 홍 씨가 일하는 방식은 이렇다.

먼저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업무지시를 받는다.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라디오를 청취한 후 헤드스틱 보조기구로 컴퓨터를 사용하여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그는 전화통화도 할 수가 없어 네이트온 문자로 업무와 관련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업무일지와 보고서는 7일 동안 모아 한꺼번에 포털 카페에 올리고 있다. 하루 3-5시간 정도 일을 하고 임금은 월급으로 60만원 정도 받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홍 씨 이외도 20여명의 장애인이 단기 계약직, 무기 계약직 등으로 일하고 있다.

회사에서 장애인들이 하는 일은 다양하다. 상표권, 불법정보, 유해정보, 권리침해 관련 부서에도 장애인들이 재택근무로 일하고 있다.

이 회사의 좋은 점은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없이 모집하며, 일도 서로 협업한다는 것이다.

방송모니터요원으로 일하게 된 홍 씨는 재택근무자로 취업해 스마트워크를 일하는 것이 삶의 활력소가 된다고 했다. 특히 어머니는 “이런 것이 삶의 희망이 아니겠어요?”라고 말한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홍 씨와 같은 장애인들이 좌절하지 않고 보다 나은 일자리를 찾아 갈 수 있도록 장애인 스마트워크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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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희 칼럼리스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에듀넷 등 다수의 업체에서 재택근무를 17년간 근무했으며 지금은 장애인스마트워크연구회를 만들어 스마트워크 근무환경을 주장하고 있다. 중증장애인들이 스마트워크를 통해 직업재활을 할 수 있고, 지금까지의 국내 위주의 스마트워크 사례를 알려 스마트워크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자 한다. 스마트워크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만들고, 현대 시대에 변화되는 노동문화의 새로운 방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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