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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사·치료사·환자 공유 의료시스템

영국에서 보내는 다섯번째 편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3-01-28 08:47:54
이 곳은 많은 일들이 우편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사소한 계약사항의 변경부터 중요 문서까지 전화로 통보가 오는 일은 거의 없고 편지로 통보를 받습니다. 가끔씩 전화로 의견을 나눈 일들도 다시 편지를 통해 문서로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곤 합니다.

어느 날 수신자가 ‘박주언의 엄마(Mother of Juen Park)'로 되어있는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발신자를 살펴보니 동네 의사(GP)가 언급했던 병원의 아동발달센터(Children Development Centre)였습니다.

봉투 안에는 두 장의 편지가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수신인이 우리가 아니라 하나는 주언군의 동네의사(GP), 또 하나는 우리가 사는 지역의 소아물리치료사였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참조수신인에 우리의 이름이 있더군요.

그러니까 두 장의 편지는 우리에게 보낸 것이 아니라 관계자들에게 보낸 것이고 우리에게는 일이 이렇게 진행되고 있으니 참조하라는 뜻으로 보낸 것 같았습니다.

병원 측에서 주언군의 의사(GP)에게 보낸 편지에는 “아동발달센터 내에서 평가하는 나이제한 범위(만 5세)를 곧 벗어나지만, 아동발달센터 관리 하에, 몸 상태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와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으니 새해가 되면 소아신경장애클리닉에서 추가적인 검사와 평가를 진행하겠다.”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또 다른 편지, 병원 측에서 지역 소아물리치료사에게 보낸 편지는 우리가 동네의사(GP)와 만나서 나눈 내용들에 근거해서, “한국에서 온 주언이라는 아이가 어떤 병을 앓았고 그 결과 어떤 진단을 받았고 현재 이러이러한 상태다. 그리고 얘네 가족은 이러이러한 상황이니 너희 쪽에서 그 아이를 만나 평가를 진행한 후에 그 결과를 피드백 해달라.”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상황을 종합해 볼 때, GP가 큰 병원 쪽에 주언군의 치료를 넘겼는데 병원에서 접수처리가 되어 주언군을 직접 평가하고 담당할 지역 소아물리치료사와 동네의사(GP)에게 이후 계획과 행동지침을 준 것이지요.

그리고 그 모든 내용이 당사자이자 참조자인 아이의 부모에게 모두 사본으로 전달된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그 시점에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일하고 있는가를 투명하게 보여주고 있구나 생각되었습니다.

사실, 동네의사(GP)를 만나고 난 뒤, 금방 연락이 올 거라고 해서 병원 쪽에서의 통보를 애타게 기다렸지만 도통 연락이 없길래, 못 기다리고 병원 쪽에 연락을 취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대기자가 많아서 3개월 정도 기다려야 할 거라는 말을 들어서 약간은 실망. 그래도 기본 몇 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 서울의 재활전문대학병원보다 낫다며 위안하고 있었는데, GP를 만난 지 한 달 반 정도 만에 연락이 왔으니 생각보다는 빨리 그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지요.

편지를 받은 다음날에는 지역의 물리치료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2주 뒤에 만나기로 약속도 잡았고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지켜본 일의 진행순서와 시스템을 정리해 보면, 동네의사(GP)가 대학병원의 아동발달센터로 서류를 보내면 그 곳에서 종합적인 판단을 해서 집 근처에 있는 물리치료사에게 평가와 치료를 의뢰하고,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면 병원에서 추가적으로 검사를 시행한 후 그 모든 진행상황과 결과는 의사와 치료사, 아동발달센터 3자가 모두 공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한국에서 치료기록 들고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검사 또 하고’를 반복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이상적인 시스템으로 보입니다. 물론 평가와 치료에는 직접 부딪혀보지 않아서 그 품질은 아직 판단할 수 없지만요.

지금까지의 느낌은 처음 이곳에 올 때 가졌던 여러 가지 불안감, 예컨대, 외국인에게도 그들의 의료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거부감 없이 허용해줄까, 아이의 재활치료나 자세보조를 위한 각종 도구들이 잘 지원될까, 아이의 학교생활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까 하는 걱정들이 조금씩은 해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목표가 모두 10단계라면 그 중 두 단계 정도는 딛고 선 것도 같고요. 다음 편지에서는 영국의 물리치료사와 직접 만나서 나눈 얘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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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은희 (yip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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