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묵호엔 ‘게구석길’이 있다. 게구석길이라는 이정표를 볼 때마다 그 길이 궁금했다. 등대로 올라가는 길이 여러 갈래 있지만 게구석길이 궁금해서 그 길로 가보기로 했다.

그 길에서 만난 개들은 표정도 다양하다. 덩치가 큰 하얀 개는 철조망 밑으로 나오려다 지나가는 내게 딱 걸렸다.

“예끼! 흰멍아 어딜 탈출하려고, 네 주인한테 일러준다.”

목만 쏙 빼놓고 멍하니 지켜보다가 일러준다는 말이 무서웠는지 다시 개구멍으로 들어가 버린다. 흰멍이와 한집에 사는 누렁이는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내게 엄청 짖어댄다 무엇이 그리 맘에 안 드는지 연신 얼굴을 찌푸리며 동내가 떠나가라 소리 질러 댄다.

“쉿!~ 조용히 해! 동네 개들 모두 나오겠다.”

조금 더 올라가다 만난 작은 얼굴의 멍멍이. 이 개는 얼굴이 조막만해서 사진발을 잘 받는다. 그런데 길에 떨어진 우유를 먹으려고 한 발로 우유갑을 누르고 안간힘을 쓴다. 우유각안에 우유가 과연 들어나 있으려나? 먹으려던 우유각을 발로 밟고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이 개는 전동휠체어를 처음 본 것 같다.

여행을 하다보면 동물들을 자주 만난다. 개들은 전동휠체어로 걸어가는 내가 신기한 지 연신 힐긋힐긋 쳐다보며 짖어대기까지 한다. 평소 비장애인과 걷는 모습이 달라서 그런지 무서워하면서도 이내 호기심어린 눈으로 휠체어를 쫓아오는 개도 많다. 요 녀석 얼굴 작은 멍멍이 눈에도 휠체어가 멋져 보였나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서너 살 먹은 아이들은 전동 휠체어를 보고 꼬마자동차 ‘붕붕’이라도 만난 듯 신기해하며 휠체어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도 하고 엄마한테 사달라고 졸라대기까지 한다. 아이 엄마는 다리가 아픈 사람이 휠체어를 타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면 아이는 곧바로 다리가 아프다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울어대기도 한다. 그럴 땐 참 난감하기도 할 때도 많다.

또 한 녀석의 개는 작은 체구에 누런색 털을 입고 있다. 이 녀석은 허물어진 담장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무척이나 애쓰며 기분 나쁜 표정으로 초상권이라도 침해했다는 투로 앙칼지게 짖어댄다.

“두 장만 찍을 거야. 다음에 오면 과자로 모델료 지불할게.”

역시나 카메라를 의식하며 포즈를 취해줘서 얼른 한 컷 찍었다

등대로 가는 길엔 순한 백구가 고개를 내밀고 먹을 것을 달라한다. 이 백구와는 인연이 깊다 이 곳에 올 때마다 휠체어 모터 소리를 듣고 얼른 나와서 반긴다. 백구는 높은 담당 위에 집이 있다. 있는 힘을 다해 과자를 던져 주면 얼른 물고 제 집으로 후딱 들어가 버린다.

이번에도 백구가 생각나 과자를 사들고 인사를 건넸다. 백구는 나를 기억하고 반갑게 맞아준다.

백구와 한참을 놀고 나서 몇 걸음 더 가니 이번엔 황구가 나타난다. 인상파처럼 생긴 황구는 무표정하다 가까이 다가가니 험상궂게 짖어댄다.

“황구야 한 장만 찍을게. 너도 초상권 침해니?”

황구는 짧은 줄로 묶여 있어 답답도 할 것이다.

“황구야 지나가는 사람들 모습이 다양하지?”

황구에게 말을 건넨다. 황구는 무표정한 표정과 눈빛으로 네가 말하는 듯하다.

“그렇긴 한데 모두 나를 쳐다보고 지나가, 개인 내가 사람들 보는 것은 모르고.”

황구는 지나가는 사람을 앉아서 처연하게 쳐다본다. 황구는 오래도록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는 그 길 끝에 머물러 있었다.

푸들은 건어물집에 산다. 푸들은 손님이 올 때마다 반갑게 맞아준다

“근데 푸들! 넌 울 집 뽀삐 닮았어. 그치만 난 우리 집 뽀삐가 훨씬 더 예쁘고 사랑스러워. 그런데 흰멍아 너의 눈빛이 너무 슬퍼보여. 세상을 무심하게 쳐다보는 넌………, 무념무상이니? 어떻게 하면 너처럼 세상을 달관할 수 있을까?”

등대 올라가는 길엔 ‘게구석길’이 있다. 하지만 내 눈엔 자꾸 ‘개구석길’로 읽혀진다.

바람의 언덕

바람 앞에 내어준 삶

아비와 남편 삼킨 바람은

다시 묵호 언덕으로 불어와

꾸들꾸들 오징어, 명태를 말리며

남은 이들을 살려 낸다

그들에게 바람은

삶이며 죽음이며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간절한 바람이다

게구석길. ⓒ전윤선

• 가는 길

청량리~강릉행 무궁화 열차

3호칸 전동휠체어 좌석, 동해역 하차

요금, 평일18,300, 주말. 19,200 왕복 장애할인 50% 적용

• 무엇을 먹나

묵호역에서 까막바위 가는 길에 “생선구이 집”이 있다.

휠체어 접근 가능.

묵호어시장에서 당일 바다에서 건져올린 싱싱한 활어 3만원이면 4명이서 실컷 먹을수 있다.

휠체어 접근가능.

• 화장실

무궁화호 장애인 화장실

묵호어시장 내

회 타운, 까막바위 앞 공중화장실

• 어디서 자나

바다마을 민박

넓은 객실에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7만원부터, 전화 010-6373-8505

• 문의

다음카페-휠체어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철조망 탈출하려는 개. ⓒ전윤선

철조망 뒤에서 앙칼지게 짖어대는 개. ⓒ전윤선

조막만한 얼굴의 개 유우를 먹으려 애쓴다. ⓒ전윤선

담장 위에서 아슬아슬. ⓒ전윤선

무표정의 개. ⓒ전윤선

등대를 오를 때마다 항상 반겨주는 백구. ⓒ전윤선

지나가는 행인을 무심히 쳐보는 황구. ⓒ전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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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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