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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량스티커 ‘블루배지’ 발급받다

주언 엄마의 영국에서 보내는 네 번째 편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3-01-17 09:52:45
부모님의 품을 떠나 대학생활을 위해 낯선 거대도시 서울에 적응할 때도 그랬고, 17년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 발붙이고 살 때도 그랬고, 문화도, 기후도, 풍경도, 심지어 공기의 냄새조차도 다른 이곳 영국 리즈에 발을 디딜 때도 그랬습니다.

생경함과 다소의 두려움, 그렇지만 싫지만은 않은 설렘. 이런 것들이 과거,유목민 노마드(nomad)가 새로운 살 곳에 발을 딛고 정착해가며 느끼던 감정이 아니었을까요.

주언이를 키우면서 재활치료의 세계에 접했을 때도 아이를 위해 어떤 것을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것인지,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것을 취사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이 곳에 올 때도 마찬가지. 다른 것을 모두 차치하고라도, 주언군의 재활치료와 학교생활, 그리고 장애인 복지에 관한 많은 정보들이 정확한 것은 없고 대개는 ‘그렇다더라’ 수준의 내용들이었지요.

직접 부딪히지 않고 얘기만 들었을 때는 사실 조금은 겁도 났습니다. 가령 장애인 차량에 부착하는 스티커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경우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얘기를 수집한 어떤 자료에서 읽었는데, 반드시 휠체어를 이용해서 주언이를 이동시켜야 하는 우리 가족이 말로 6개월 이상을 그냥 지내야 한다면 얼마나 불편한 일이겠어요.

그래서 도착한 후에 “에라 모르겠다, 직접 부딪혀보자” 하는 생각에, 무작정 시당국(city council)의 블루배지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지난 편지에서 잠깐 언급했었지만 이 곳에서는 장애인차량에 부착하는 스티커를 '블루배지(blue badge)'라고 합니다. 시내에 주차상황이 비용 면이나 접근성 면에서 쉽지 않기 때문에 휠체어 접근이 원활해야 하는 우리 가족의 경우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지요.

그런데 메일을 보낸 지 하루 만에 링크를 걸어준 어떤 사이트로 가서 신청하라는 답변메일이 오고, 상당히 정교하고도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모든 입력을 마친 후 며칠 뒤에 동네의사인 GP나 영국 현지 전문가에게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받아오면 바로 발급해주겠다는 친절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GP를 만나서 관련 서류를 즉시 발급받아 시당국에 우편으로 발송한지 이주일 만에 드디어 블루배지를 발급받은 것이지요.

주언이를 비롯한 가족이 도착한지 정확히 한달 만의 일이었습니다. 6개월 정도 또는 그 이상을 예상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빨리 받은 것이었네요.

블루배지는 기존의 휠체어 그림의 스티커 형식에서 홀로그램이 인쇄된 디지털 형식의 카드로 바뀌어 있더군요. 여기도 위조하거나 불법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문제라고 하더니 그래서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의 사진도 뒷면에 예쁘게 들어가있어 더욱 소중한 카드였습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요거 하나 받은 게 뭐 얼마나 대단한 일이라 이렇게 좋아하나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사실 세금도 한푼 안 내는 이방인의 입장에서는 낯선 나라에서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는(받아도 되는) 것일지 걱정스러운 한편 사회적 약자로서 응당 받아야 할 일이기에 약간의 도전의식이 생기기도 하는 그런 일이었습니다.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지원서류와 GP의 확인편지만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또한 뭐든지 직접 부딪혀서 겪어 보기 전에는 그 어떤 것도 정확한 정보는 없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기도 하였고요.

어쨌든 이제 블루배지를 손에 쥐었으니 우리 가족 외출할 때에, 특히 시내 쪽에 주차할 때나 공공기관 방문시, 접근성에 있어서는 상당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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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은희 (yip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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