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애인 부모가 올해부터 활동보조서비스가 확대 실시된다고 하여 6세가 될 때까지 미루어 두었던 장애인등록을 하기로 맘먹었다.

지능이 낮아 지적장애인으로 등록을 하면 당연히 중증장애인으로 등록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지적 능력이 낮기도 하지만, 팔과 다리의 대근육 운동과 소근육 운동이 자유롭지 않아 발달장애인으로도 볼 수 있고, 지적장애인으로도 볼 수 있으며, 뇌병변장애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뇌병변 장애인으로 등록하기는 싫었다. 지능이나 운동기능의 능력이 저조한 것은 발달이 좀 남다를 뿐이지,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뇌병변인지, 발달장애인지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도 장애가 확정되면 아이에게 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조심스러웠다.

특히, 아이가 여자인데 뇌병변이라고 하면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는 등에서 여자가 뇌에 이상이 있다는 것이 불명예스럽고 치명적인 결함으로 작용될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지적장애로만 판정을 받아도 장애2급 정도는 될 것이니, 2급과 1급의 차이가 특별히 있는 것 같지도 않고 하여 지적장애 2급을 신청하였다.

한강병원에서 의사는 지능검사를 한 다음, 지능지수 49 이하라야 2급 장애인데, 54가 나와서 3급에 해당된다며 2급이나 3급이나 차이가 없으니 그냥 3급으로 하라는 것이었다. 의사의 말만 믿고 지난 해 12월에 장애인등록을 하였다.

그런데 2013년부터 달라지는 장애인복지 서비스를 보니 활동보조서비스가 2급까지 확대된다는 것이었다. 우리 아이는 지능도 문제이지만, 손과 다리의 근육에도 장애가 있어 3급이라는 것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단체에 상담을 하니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데, 억울하다면 이의신청을 하라고 답을 들었다. 지난해에 판정을 받았는데, 이의신청을 해도 되는지도 몰랐다.

판정을 받은 후 시간이 두 달이 경과된 것이 아니므로 이의신청을 동사무소에 가서 할 수 있다는 대답을 듣고 활동보조가 필요하니 재판정을 신청한다고 적었다. 재판정 사유가 장애에 의학적 기준적용에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지만, 서비스가 필요하여 신청한다는 것은 사실상 기각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아이가 좀 더 나이가 들면 검사를 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이의신청은 1회에 한해 할 수 있는 것이고, 이의신청 기간이 지나면 5년이 지나야 재판정 대상이 된다는 것이었다.

지적 장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장애를 인정받으려면 그 장애로 다시 신청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이의신청을 하면서 활동보조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써서 이의신청을 한 것이었다.

이의신청은 국민연금에서 받아들이는 경우가 극히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 한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 지적장애인인데 다른 장애도 있으니 인정해 달라는 식은 곤란하고, 이의신청이나 재판정이 아니라 뇌병변 장애로 새로 신청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어머니는 고민에 빠졌다.

먼저, 지적장애 판정은 판정 비용이 별로 들지 않지만, 뇌병변의 경우 CT촬영 등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어린 아이를 그런 검사를 받도록 시키는 것이 아이가 힘들어할 것이기에 피하고 싶었다.

여기까지가 장애인 판정을 두고 고민하는 한 장애 부모의 심정을 예로 든 것이다.

장애 부모들은 장애등록을 할 때에 많은 고민을 한다. 이제 자식을 장애라는 낙인을 찍어야 한다는 아픔을 가진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서비스는 받고 싶지만 아이에게 낙인이 되는 판정이나 등급은 받고 싶지가 않다.

그리고 이왕 장애 판정을 받으려면 최대한으로 모든 조건을 포함하여 받기보다는 한 장애로만 받고 싶다. 특히 뇌와 관련된 판정은 피하고 싶은 것이다. 실제로 지적장애로 등록된 상당수의 장애인들이 뇌병변인 것의 원인을 밝히지 않고 등록한 경우가 많다.

정확히 판정되어야 정확한 욕구를 해결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아이에게 주어지는 장애판정과 등급이 마치 부모에게 씌워지는 판정처럼 아프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조기발견을 위해 노력하지만 장애 부모들은 오히려 늦게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 조기진단을 하지 않은 것을 다시 후회하게 된다.

장애판정에 있어 과거에는 의사가 판정하기에 의사가 장애유형을 변경하여 판정을 해주었다. 그러나 국민연금에서 장애판정 업무를 맡고부터는 신청한 장애 유형에 대하여 서류심사로써 판정을 하게 된다. 제출된 서류가 장애 유형에 맞는 자료만 제출되므로 다른 장애나 정확한 유형이 아닌 경우 불리하게 판정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의 판정은 인정이냐, 기각이냐, 부분 인정이냐일뿐, 다른 장애로 변경하여 판정해 주지는 않는다.

국민연금에서 장애 판정을 위해 추가적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일상생활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제출해 달라는 것이다. 이 경우 초상권과 프라이버시가 있는데, 법에 있지 않은 자료를 요청하는 것에 응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장애를 정확히 판정하기 위해 자료를 요청하는 것이지만 대부분 불리하게 작용할 근거를 찾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가지게 된다.

장애 유형을 정확히 하고, 등급판정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진단 이전에 컨설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류와 장애유형에 대한 결정을 위해 부모들에게는 판정 이전에 궁금하고 필요한 것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이런 기능을 국민연금이 상담을 통해서 미리 하도록 하는 장치는 어떨까 제안해 본다.

장애 부모가 판정을 받기 위해 의사 진단을 받거나 억울하다며 이의신청을 할 때 “제가 잘 몰라서요.”라는 말을 거듭하며 저자세로 기가 죽어 있는 모습이나, 장애인이 제대로 권리를 찾지 못하여 서비스권을 박탈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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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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