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02분, 자명종이 울리면서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일어나 먼저 씻고 함께 생활하고 있는 동생들과 아침을 먹는다.

처음 체험홈에 들어와서 한 동안은 집을 그리워했다. 집 밥이 그리웠고, 집에 도착하면 날 반갑게 맞이해주던 엄마의 품이 그리웠다. 가족들과 따로 떨어진 것 같아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자립생활을 하겠다고 그리도 부푼 꿈을 가지고 나왔는데, 이대로 집을 그리워하며 살 수는 없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체험홈 생활을 하면서 한층 더 독립적으로, 그리고 성숙되어지고 싶다.

집을 떠나서 절대 살 수 없을 것 같았던 내가 체험홈을 통해 혼자 사는 법을 깨닫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내가 다니고 있는 자립생활센터는 체험홈과 10분 거리에 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일하는 곳인데, 다른 장애인들을 위해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동생들이 날 반갑게 맞아 준다. 이 곳에서 나는 참으로 많은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동생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는데, 이제는 새로운 이야기도 나누고 가끔 야식을 먹으면서 각자의 이야기들을 떨어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집에서 생활을 할 때는 규칙적이지 못한 생활을 하였는데, 체험홈에 들어오면서부터 규칙적인 생활패턴을 가지게 되어 몸도 더 건강해졌다.

나는 그동안 부끄럽게도 목표도 없이 삶을 무의미하게 살아왔다. 이제부터는 타인이 아닌 나 스스로를 위해 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내려고 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꿈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 모든 것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나는 이곳에서 가지고 있다. 내게 신선한 변화의 시점이 되어준 이 곳에서 밝고 멋진 미래를 위해서 준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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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선 칼럼리스트
선천적 뇌성마비장애인으로 대전보문장애인자립센터에서 활동가로 지내고 있다. 장애로 인하여 때로는 좌절도 하고, 어려움도 겪지만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인드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체험 홈에서 생활한지 1년이 지났으며, 서로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인연이 되어, 한 공간에서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며 생활하는 세 자매의 이야기와 함께 자립생활을 위한 과정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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