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접근이 어렵다고 체험을 했을 때에 ‘아 그래, 편의증진법이 있지. 그 법으로 권리를 주장해 봐야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생각을 구체적 행동으로 표출되어 편의증진법에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하게 되어 있으니, 이런 것을 시정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대부분 법적으로 해야 할 의무사항이 아니거나, 의무사항이라 하더라도 그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책임을 물을 방법을 적당히 찾기 어렵다.

국민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 벌금부터 시작해서 구속, 심지어 사형까지 할 수 있으나, 국가나 법인이 법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런 조치를 하려고 장치를 하려 하면 사회적 부담이고, 법체계상 할 수 없는 영역이 된다.

즉 국가나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법은 만들지도 않는다. 그리고 구체적 약속은 하지 않는다.

대상시설별 편의시설 종류를 보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시설이 있고, 권장하는 시설이 있으며, 아무런 언급이 없는 시설이 있다.

의무시설의 경우 준공의 권한이 지자체에 있으므로, 편의시설 심사를 준공과정에 넣어둔다고 하더라도 누구에게 맡기는가의 권한이 시설주나 시행자에게 있기 때문에 심사자는 얼마든지 선택되어지므로 까다롭지도 않은 의무를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의무에 대한 해석의 권한도 학자와 지자체가 가지고 있으므로 그들의 권한이 법 위에 있게 된다.

법은 ‘이런 것은 지켜주십시오’가 아니라, ‘전문가들이 시키는 대로 하십시오’가 법인 것이다. 하위법에 위임을 하고, 그 위임은 전문가가 마음대로 수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가령 ‘점자블록은 황색을 원칙으로 하고, 점자블록을 설치하거나 재질을 달리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보면, 원칙은 황색이지만, 그것은 원칙일 뿐 원칙이 있으면 변칙도 있는 것이므로 황색으로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점자블록을 설치할 필요도 없다. 재질을 달리하면 되는 것이다. 재질을 달리하는 방법에는 카페트 등을 덮어 두는 방법이 있고, 이는 준공이 끝나면 바로 철거가 되므로 사실상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또한 바닥의 재질이 대부분 보도블록과 출입구는 다르기 마련이므로 여러 가지 언급은 사실상 ’이런 것도 있는데‘라고 아이디어를 내고 ’그런데 하지 않아도 됩니다‘로 결론내고 있다.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이 있는데, 법은 의무적으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이면 할 수 있으면 하라는 권장사항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법은 지키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법이 권장이란다. 의무도 권장도 아닌 것은 해도 된다는 것인지, 하면 큰일 난다는 것인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권장은 많이 하면 할수록 좋은 편의시설이라면 굳이 몇몇 시설유형만 권장할 필요도 없다. 모두 권장하면 될 것이다. 권장도 우선순위를 주어서 몇 개만 해야 마음씨 좋은 시설주가 우리는 권장까지도 했다고 용기를 낼 것이므로 권장도 차별을 두고 있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이하 BF)’는 ‘무장애’란 의미이다. 그렇다면 아무런 장애가 없는 공간이라야 한다. 이 무장애라는 용어는 과장된 말이다. 결혼식날이나 사랑고백에서 ‘손에 물을 묻히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과 별 차이가 없다. 절대 지킬 수 없는 말이다.

장애인들이나 기타 취약자들은 BF라고 하면 특별히 이용이 편리하도록 신경을 써서 편의시설로 모범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이용해 보면 불편하기 짝이 없고, BF는 돈을 주고 산 마크 같이 느껴진다.

BF는 장애를 완전히 제거하고 편리를 제공하는 특별히 강화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다. 편의증진법의 일부를 몇 퍼센트 이상 지켰다는 의미일 뿐이다. 너무나 법을 지키지 않기에 마크라도 주면 효과가 있을 것 같아 법의 일부를 지켰다는 말이다.

BF 마크를 부착한 시설물은 건물주가 사회적 명예나 상 받는 것을 좋아하고, 명예욕이 많은 사람이며, 어쩌면 위선이 강한 사람일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주민에게 인기를 관리해야 하는 지자체장의 전시물이나 훈장에 불과하다.

편의증진법과 BF는 건축 전문가의 일거리를 만들어 수익성을 주고, 건물주에게는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마치 공동모금회 기부를 한 것 같은 만족감을 주는 장치이다.

BF는 심사를 요청하는 사람이 무장애를 보장한다는 명예스런 약속을 하는 것으로 어떠한 불편도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법에 있는 것 중 의무사항을 어기지 않은 최하의 기준은 그래도 지켰다는 말이다. 법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으면 요구할 수 없는 시설이다 보니, 법 자체가 엉성하고 구체적이지 못하니 BF 역시 그러하다.

웹접근성 인정마크의 심사 기준에는 사전심사와 본기술심사, 이용자편의성 검사가 있고, 마크 인증 기간이 1년으로 정기적으로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BF는 이용자 편의성 검사가 없다. 그리고 준공이라는 재산권 행사를 침해할 수 없어 개선점이 있으면 조건부 인가를 미리 해 준다.

BF 인가를 받고 나면 이미 받았는데, 시설물을 수정할 이유가 없다. BF 마크를 부여한 개발원이나 LH공사는 분명 조건부 인증이었다고 변명한다. 앞으로 공부를 더 하기로 하고 A학점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미 학점이 나간 후이므로, 학점변경이 불가능한 것이다. 장애인이 되도록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건물 뒤에 휠체어가 접근가능하도록 한 곳 이상만 장애인 출입구가 있기만 하면 되고, 장애인 화장실은 1층이든, 지하든 하나만 남녀 구분 불문하고 있으면 된다.

건물에 경사가 12분의 1 이하이면 되고, 평지이면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문의 크기가 휠체어가 통행 가능하도록 충분히 커야 하지만, 큰 건물이 굳이 작을 이유가 없으니 문제될 것이 없고, 엘리베이터 역시 고층건물은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만들어야 하므로, 장애인용이라 간판을 붙여 놓고 준공이 끝나면 운행을 하지 않거나 장애인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비장애인과 같이 운행을 하기만 하면 된다.

사실상 굳이 고의적으로 불편한 시설을 만들 이유는 없으므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특별히 신경 쓰거나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시설이 아니라, 상식적이고 별 것 아닌 시설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 막상 장애인이 이용하자면 엘리베이터는 사장 전용으로 세워져 있고, 화장실 입구는 휠체어가 통과가 되지 않으며, 화장실은 고층 건물 중 어디 한 곳이 있기는 하나 찾을 수가 없다.

세종시 새 정부 청사가 최신 공공건물임에도 휴게실, 육아시설 등 공무원의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장애인에게는 접근 장애를 가지고 있는 혐오시설이 된 것이다. 그 이유에는 이용자의 참여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일부에게 이용 가능성조차 보장하지 않는 시설은 이미 미래에 환경에 권리보장은 없다라는 선언과 같은 것이다.

BF인증 기관은 현행법보다는 훨씬 강화된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지만, 실상은 편의증진법의 최소한의 기준에 불과하며, 그것도 일부 준수 비율만 다소 높다는 의미이므로, 문제가 심각하다. 새로이 법률을 개정하여 BF 마크로 수익이 되도록 의무화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려 하지만, 그것이 장애인의 환경적 삶에 도움이 될지는 알 수가 없다.

자전거 도로의 폭이 현행법은 120센티미터라야 하지만, BF 기준은 90센티미터면 된다. 편의증진법상의 출입구 폭은 모두 수동 휠체어 시대의 치수이므로 전동휠체어가 급속히 보급된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보건복지부는 시설물에 대한 전문성도 없으므로 법의 주무부처를 국토해양부로 이관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이러한 법의 해석에 있어 정부를 둘러싼 전문가 권위자들의 독점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처음 법으로 만들어 놓고, 그 법을 자기가 만들었으니, 자신이 해석하는 것이 마치 법인 것처럼 말한다.

그래서 상세표준도에서는 자의적 해석을 법으로 집어넣는다. 아이디어 수준은 그때그때 다르다. 그리고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자문과 인정을 업으로 소득활동을 한다.

국토부로 이관되면 그러한 전문가적 기만행위는 더욱 강해질 우려성이 있다. 교통약자편의증진법상의 저상버스 의무비율도 지키지 않고 있고 특별운송 수단의 의무차량 대수도 지키지 않으며, 2017년까지 그래도 법정 대수는 지키겠다고 하면서도 법에서 광역시에서는 저상버스를 40퍼센트 이상 하도록 되어 있으나, 계획에는 30%까지 하겠다고 되어 있어 법정 대수를 지키겠다는 말 자체가 허구이다.

법이 만들어지면서 법정 준수는 약속만 반복될 뿐 지켜지지 않고 있어, 장애인의무고용율과 더불어 장식용으로 작용하고 있다.

BF 인증기관에서의 자격요건이나 전문성은 실제적으로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자기들만의 독점물로 만들어 독식을 위한 커튼에 불과함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빅 아이라든가, 미국의 BF는 특별히 무장애 공간을 기획하여 장애인에게 불편함이 전혀 없는 상징적 건물을 의미하지만, 우리의 BF는 자문절차를 거쳤다거나, 최소한의 불완전한 법의 일부를 그래도 키지겠다는 말에 불과하다.

한 연인이 있다. 그런데 연인으로서 배려는 하지 않으면서 남 앞에서 사랑하는 관계를 과시하며 팔짱을 끼는 과잉행동이 상대 연인에게는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부담만 느끼게 만드는 위선적 행동이 되는 것이다. 혹시 진짜 사랑하는 것은 연인이 아니라 보여주는 타인이 아닐까? 그러한 사랑의 자극이나 사랑에서 거부된 배신감으로 당신 아니라도 행복하다는 과시용으로 이용당하는 애인이 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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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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