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18대 국회 마지막 총회에서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제44조에 있었던 장애인 단체의 수의계약에 관한 조항을 삭제하였다. 이에 따라 2013년 7월부터 장애인단체는 수의계약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하여 장애인단체들은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부에서 이 문제를 사전에 알려 주지도 않았고, 협의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2년 전 직업재활시설과 관련하여 공청회인지, 토론회인지에서 직업재활시설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토론을 하였고, 토론자들이 직업재활시설 활성화에 대한 토론을 한다는 주제의식으로 인하여 정부에서 장애인단체 수의계약에 대한 내용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도 토론자 중 누구도 이에 대하여 언급조차 하지 않았으므로 정부에서는 반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였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하여 장애인단체에서는 다른 주제에 슬쩍 끼워놓고 몇몇 토론자가 인지하지 못한 것이 묵시적 인정이라고 형식적 여론수렴을 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갑론을박을 하는 도중에 노동부 주관부처인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이 있었다. 주요 개정 내용은 표준사업장의 생산품도 중증장애인 우선구매에 관한 법률과 같이 우선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직업재활법 개정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와 보건복지부가 반대 입장을 가지고는 있었으나 정부나 공공기관의 매입물량 중 표준사업장 생산품으로 1% 이상을 별도로 구매하는 것으로, 결국은 직업재활시설의 1% 외로 우선구매하여 합산 2%로 장애인의 몫이 확대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졌다.

장애인단체 수의계약에 의한 44조항의 근거가 사라진 것을 다시 원상복귀하기에는 정부의 체면상 불가능하다고 버티자, 김정록 의원실에서는 장애인단체 육성 조항에 청소 등의 용역 서비스와 공공기관의 자산 매각 등에 대하여 장애인단체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으로 개정할 것을 제안하였다.

장애인단체에서 부산과 대구 등에서 지하철 청소 용역 사업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보면, 장애인 생산시설의 규정인 장애인 70% 고용과 고용 장애인 중 중증장애인 60% 고용 요구는 너무나 지나친 조건으로, 그 조건을 맞출 경우 사실상 일을 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고, 폐품 등 기업의 처리물이나 주차장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일을 받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수의계약을 살리기는 하지만, 특수한 경우에 한하고 있어 모든 수의계약의 포괄적 범위가 아니므로 상당히 소극적으로라도 수의계약을 다시 가능하도록 법으로 살려 두려는 시도인 셈이다.

이에 대하여 보건복지부는 매각 등에 대하여는 고용이 없이도 가능한 것이므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나 생산시설과는 무관하여 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에 관한 법을 벗어나는 것이므로 수의계약 조건을 법제화하는 것에 대하여 앞으로 긍정적으로 연구해 보자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청소 용역이나 서비스 업종의 경우에는 장애인 고용을 전제로 하여 우선구매 실적으로 잡아 하나의 체제로 관리하고자 하기에 수의계약 법제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청소 용역의 경우 장애인 고용율이나 중증장애인 고용율을 완화하는 것은 고려할 수 있다는 1안과 표준사업장 등에서는 장애인 30% 고용과 중증장애인 15% 고용이라는 점에서 장애인생산시설은 조건이 너무나 강하여 경쟁력이 없으므로 이를 완화하자는 2안을 고려 중이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는 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에 관한 법률상 장애인 고용율을 완화한다고 하더라도 직업재활시설의 설립기준이 장애인 70% 고용, 그 중 중증장애인 60%를 고용하도록 되어 있어 둘 다 동시에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면 완화하는 효과는 장애인단체만 보게 되므로 직업재활시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완화의 혜택을 전혀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직업재활시설에서 만든 물건을 우선구매한다고 하였으면 별도의 직접생산 인정 절차도 필요 없는데, 별도의 장애인 생산품 절차를 만들고 이를 중기청에 관할권을 갖도록 하는 등 이미 있던 중소기업 우선구매의 제도를 준용하는 바람에 장애인단체가 장애인 생산품 지정기관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반면, 수의계약의 기존 보호장치가 제거되고 장애인 고용을 전제로 한 생산시설로 통합하여 관리하자는 논리를 만들었으며, 직업재활시설에서는 우선구매의 몫을 장애인단체와 나누어야 하는 손실을 보게 된 셈이다.

지난해 12월 27일 보건복지부 자립기반과에서는 직업재활시설협회와 장애인단체간 회의를 가졌다. 1안과 2안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가 주제였다. 결국 직업재활시설과 장애인단체를 동시에 불러 놓고 서로 의견차가 나오는 당연한 모습을 보면서 회의는 결론 없이 논쟁만으로 끝이 낫다.

이를 두고 혹자는 복지부의 회의는 입장들이 다른 단체들을 동시에 불러 논쟁을 시키고 결론없이 끝내자는 의도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해 복지부 차관이 국회에서 여야가 서로 합의하지 못하도록 싸움을 시켜 복지부에 강한 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전략을 펼치라는 내용의 직원 교육 효과라는 것이다. 이러한 직원교욕은 언론에서도 회자된 바 있다.

또 혹자는 앞으로 장애인단체와 직업재활시설협회가 서로 반목하게 될 것이라고 점친다.

직업재활시설에는 인건비나 운영비 지원도 하고, 기능보강비도 지원을 하고 있으며, 사회복지법인 부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공판장 운영 등 판로에도 많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장애인단체는 그러한 아무런 지원이 없는 가운데 동일한 조건의 장애인 고용을 요구받고, 오히려 판매 실적 등과 장애인 근로자의 임금이 더 높다는 주장을 하며, 재활시설의 무능론과 장애인단체의 지원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장애인단체 직접생산시설 지정 심사가 문제라고 말한다.

전문가를 두라는 것이나, 차입된 자산을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사전에 몇 달 간 장애인 근로자에게 급여를 준 자료를 요구한다거나, 판매 실적을 요구하는 등 새로운 것은 인정하지 않고 적자를 보고 몇 달간 운영을 해야만 인정한다거나, 신규의 진입을 막는 지나친 규제이고 관료적 행정처리라는 것이다.

심사를 받은 단체들은 조사자나 판정자가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 있으며, 판정 기준은 필요 이상의 간섭이라고 말하며, 권력자나 친분에 약한 처리를 하고 있어 투명하지 않다고까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까지 한다.

고용을 하고 일을 하려는 것을 장려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규제하고 막아서 장려라는 복지부의 본연의 의무를 잊고 통제라는 행정적 입장만 취한다고 비판한다.

직업재활시설에서는 장애인 생산시설 350여 개 중 직업재활시설은 그 수가 별로 늘어나고 있지 않은데 비해 장애인 단체는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결국은 경쟁관계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와 같이 장애인 단체는 우선구매법이 아닌 단체 육성의 별도의 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을 하는 목적이 수익사업이 아니라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므로 장애인 고용율을 완화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다는 입장과 현재의 경쟁력과 운영상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선다.

그리고 완화를 할 경우 장애인생산시설의 기준만 완화한다면 직업재활시설의 기준은 그대로여서 아무런 효과가 없으니 동시에 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장애인단체에서는 단체의 수의계약 법적 근거 회복을 주장하는 것에 대하여 다른 방안을 제시하여 희석시키는 복지부의 꼼수라고 말하거나 과자 하나로 달래기라고 분석하는 이도 있다.

청소업은 사실상 중증 장애인이 하기에는 불가능한 일이며, 부산과 대구는 특별한 정치력으로 얻어낸 사업으로 그 두 사업만을 위해 청소업에 한하여 고용 조건을 완화하는 것보다 장애인단체 육성 조항에 수의계약 회복을 요구하는 단체와 하나의 체제로 관리하고 장애인고용을 유도하는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복지부, 경쟁력에서 살아남으려는 직업재활시설, 단체의 장애인 근로조건을 완화하여 숨통을 틔우고자 하는 또 다른 장애인단체들의 의견들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분출되고 있다.

이제 단체의 참여로 경쟁력이 약화되었으니 보호를 위하여 1% 장애인 우선구매를 2%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과 현재의 1%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데 늘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이 또한 정책방향이 어떻게 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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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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