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시절을 봄에 빗대고는 한다. 하던 일이 잘 풀릴 때, 원하던 꿈이 이뤄졌을 때, 연인이 사랑을 할 때, 한 사람이 가장 젊고 창창할 때 우리는 그런 때를 인생에 봄날이라고 한다.
돌이켜보건대, 내 인생에 봄날이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눈을 갖추지 못해서 그것이 봄날이었어도 나는 못 알아보고 떠나보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봄날 같지는 않다. 생각보다 겨울이 길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날씨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으려 해도 한 번씩 우울한 생각이 덮쳐온다. 나는 아름답지도 않고, 날씬하지도 않고, 똑똑하지도 않고, 그 흔한 연애조차 제대로 해본 기억도 없다. 나란 존재는 대체 뭘까, 신은 나를 대체 왜 만드신 걸까. 종교적, 철학적으로 따져 봐도 답이 안 나오는 나날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주인공 조제는 본인이 깊은 바다 속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길 잃은 조개라고 표현한다. 그 대사를 문득 떠올리며 차라리 길 잃은 조개가 낫겠다고 부러워해본다. 지금의 나는 길 잃은 조개보다 더 어두운 깊은 동굴 속 잔뜩 웅크린 곰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점점 짧아지고, 밤은 길어지고, 추위는 살 속 깊숙이 파고든다. 풀과 나무는 헐벗고, 세상 만물이 숨죽이고 있다. 그럴수록 외로움은 몸집을 점점 더 부풀려 덮칠 기회를 호시 탐탐 노리고 있다.
어떤 이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봤다. 한 어린 아이가 죽은 어머니 곁에 웅크려 잠든 것을 이웃이 발견했다. 그 아이를 어머니에게서 떼어내어 보육원에 보내려고 할 때 아이는 자지러지듯 울었다고 한다. 그런 아이를 보고 이웃은 아이가 죽음보다 외로움이 더 견디기 어려운 것임을 너무 일찍 알았노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며칠 째 외로움과 사투 중이다. 그러다 문득 이 글을 쓰게 된 깨달음이 있었다.
사람의 인생이란 사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언제쯤 밝은 날이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지금 처한 이 지루한 인생의 겨울도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다.
제아무리 긴 겨울이라도 결국은 끝이 나는 법이다. 제아무리 긴 밤이라도 언젠가는 물러가는 법이다. 제아무리 긴 터널이라도 언젠가는 끝이 나는 법이다.
결국, 봄은 온다. 올 것이다. 막연한 희망이라도 붙잡고 견디다 보면 언젠가는 찬란한 햇빛이 들 것이다. 그렇게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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