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왜 이리 이기적이니?"

내가 엄마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한국인의 특징 중 하나인 빨리빨리 증후군은 나에게도 나타났는데, 그래서인지 내가 생각한 의도나 계획이 이뤄지지 않으면 조급증이 일어나곤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별 일 없이 지나가겠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면 나도 모르게 상대를 닦달하게 된다. 특히 나와 가장 가까운곳에 있는 엄마는 28년째 내 못된 성질머리를 받아주고 있는 중이다.

사실 내가 닦달하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그리 급한 일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사소한 일들인데 무슨 심보인지 그 때 그 시간에 처리하지 않으면 울화가 치밀어서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엄마에게 닦달을 하고, 결국 엄마 입에서는 저 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에는 한 박자 쉬고 정리하는 시간이 생기긴 했다. 다만 그 부작용이 하나 생겼는데 바로 나의 마음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욕망, 욕심, 뜻하는 바가 있기 마련이고 대부분은 자기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나만 생각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어떤 날에 비가 온다면 외출을 못하는 것이고, 나의 외출을 주로 담당하는 엄마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엄마만의 스케줄이 있다면 가지 못하는 것이다.

'넌 왜 이리 이기적이니?' 이 한마디로 인해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내 욕망을 스스로 버려두기 시작했다.

강사가 와서 강연회를 한다고 했을 때 비장애인이라면 혼자서라도 갔다 올 수 있겠지만 나의 경우, 날씨는 좋은가, 같이 갈 사람은 있는가 등의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좋게 말하면 배려심 넘치는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부탁 하나조차 맡기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이 된 것이다.

가령 친구와 만나고 싶어도 그 친구가 바쁘진 않을지, 그 친구가 편한 시간은 언제인지 연락을 하기 전부터 전전긍긍을 하고 있다.

물론 내 생각만 하고 무턱대고 바쁜 친구 불러내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일련의 과정에는 내 마음을 과하게 억제하는 무언가가 깊게 관여하고 있다. 결국 그 소심증은 약속을 만들려는 계획 자체를 폐기하게 만들어 버린다. 마치 이솝 우화에 나오는 포도를 신 맛이 날게 분명하다며 일찌감치 포기해버린 여우같이 말이다.

그런 것뿐만 아니라 타인의 개입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에 마저도 나의 욕망을 모르는 척 하는 일이 점점 많아져 버렸다. 그래놓고서는 어떤 핑계거리, 그러니까 내가 포기하게 된 어떤 외부 요인을 찾아내기에 급급한 내 모습을 보게 되고 만다.

이런 나를 보고 누군가는 너는 좀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네 인생인데 누구 눈치를 보고 사느냐는 것이다. 너의 마음이 가는대로 네 판단에 맡기라는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여본다. 그래놓고서는 또 다시 내 마음의 소리를 무시해버린다.

이기적인 것과 내 욕망을 모르는 척 하는 것, 그 사이에서 나는 아직도 줄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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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때 시인을 꿈꿨으나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음과 더불어 작가는 엉덩이가 무거워야한다는 이야기에 겁먹고 문학인의 길을 포기. 현재 원광디지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하여 예비사회복지사의 길과 자립생활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대한민국 평범한 20대 장애여성. 바퀴 위에 올라 앉아 내려다보고 올려다본 세상이야기를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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