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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 그 불안한 미래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11-05 09:57:58
얼마 전, 우리는 뉴스를 통해 중증장애인 2명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어야 했다. 두 사람 모두 도와줄 누군가가 없는 시간에 화재로 변을 당했다.

한 분은 활동보조인이 있었음에도 24시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제도로 인해 활동보조인이 퇴근한지 3시간 만에 벌어진 화재로 돌아가신 故 김주영 활동가이고, 또 한 명은 아니, 사실은 두 명이다. 이 두 사람은 부모님이 없는 사이 집에서 불이 나자 동생부터 지키려 했던 누나와 중증의 장애를 가진 남동생이다. 남매는 중태에 빠졌다고 한다.

두 사건 모두 24시간 활동보조인 제도가 있었다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문제는 이런 장애인들을 위한 사안들이 큰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이슈거리가 되고 또 다시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진다는 것이다.

성인이 되고 한참이 지나버린 나는 요즘 들어 자립생활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 지방의 소도시인 내 고향을 떠나 서울로 대표되는 대도시로 다시 머나먼 해외에서의 생활까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한다. 하지만 정신차려보면 나는 다시 현실의 세계, 나의 작은 방으로 돌아와 있다.

나를 붙잡는 것은 역시 도움이다. 집안에서의 일상생활에서 나는 그다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침대에서 일어나 씻고 옷 갈아입고, 밥 먹고, 다시 잠자리에 드는 모든 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10%도 안 되는 것 같다.

1달 전쯤 활동지원제도를 신청했다. 나를 상담하러 온 담당자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에 대해 예, 아니오로 대답을 해나갔는데, 담당자가 들고 온 채점표에 아니오라고 대답한 쪽으로 점점 늘어가는 체크표시를 보며 왠지 모를 무력감과 우울함에 빠져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이 없네, 내가 이렇게 무능한 인간이었나.

그렇게 해서 나에게 배정된 시간은 108시간. 아마 부모님과 동거 중이라 그렇게 많은 시간을 배정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만약에 내가 혼자 살게 된다면 180여시간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하루에 6시간이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현재 내 생활패턴을 넣어 계산해보니 그럭저럭 쓸 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약에 친구를 만나러 나가야 한다거나, 집에 혼자 있을 때 급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막막한 일이다.

게다가 활동보조인의 차량이동은 지원 불가란다. 특별한 장애인 이동수단이 없는 지역에 산다면 활동 반경은 아마 자신의 집 주변이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답한 일이다. 혼자 살면 좋겠다고 싱글벙글 웃다가 갑자기 막연한 미래에 불안해진다.

나는 소망한다. 하나의 소중하고 귀한 존재로서 지역사회에서 소소하게 쓰임 받으며 사는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건강한 자립생활을 꾸려가는 한 사람의 장애인으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나처럼 작은 소망 품고 살아가는 수많은 장애인들을 위해 이 사회가 조금만 더 많이 노력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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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한경아 (wah03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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