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나오는 날씬한 연예인들을 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나도 저렇게 날씬해봤으면 하고 소망했을 것이다.

연예인 아무개가 이번에 몇 킬로그램을 감량했다더라, 연예인 아무개는 모 식품회사 건강식품을 먹는다더라 하는 다이어트 정보에 귀를 기울이는 게 다이어트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가 아닐까 한다.

외모에 한창 관심 많을 20대 여성인 나도 당연히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다.

나를 늘 접하는 지인들은 ‘네가 뺄 살이 어디 있느냐’고 질타하지만 은근히 숨은 살이 많은 것이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민감해할 몸무게, 살. 개인적인 치부마저 들추면서 글을 써야할 일이 생겼다.

며칠 전, 외출을 위해 오랜만에 블라우스를 꺼냈는데 단추가 안 잠기는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다. 올 봄에도 입었던, 그 때는 아무 문제없던 옷이었다. 반년사이에 내 몸무게가 그렇게나 늘었단 말인가. 너무 놀라서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이번 사건 이전까지 나는 내 몸무게에 대해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조금 찌긴 찌겠구나 싶었고 주변의 체중관리 잘 해라는 말도 귓등으로 흘려보내고는 했다. 딱히 내가 많이 먹는 편도 아니고 간식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식사도 아침을 제외하고 하루 두 끼. 그렇다면 결론은 운동부족이다.

상체도 자유롭지 못하고 다리도 쓰지 못한다. 상체에서 쓰는 곳은 위 아래로 움직이는 팔과 약간의 움직임만 가능한 손가락이 전부. 부자연스러운 근육들 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감을 느끼고 그래서 운동은 기피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내가 딱히 할 수 있는 운동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막상 운동을 한다 하더라도 이게 도움이나 되겠어, 하는 마음에 쉬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어제의 대 참사가 벌어졌던 것이다.

내 게으름이 불러온 대형 사고였다. 몸무게를 잴 방도가 없으니 내 몸무게가 얼마나 늘었는지 알 수도 없고, 다만 몸이 좀 찌뿌듯해지는 빈도가 늘어서 좀 늘었겠구나 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그렇게 눈으로 확인을 해버렸으니 놀랐을 수밖에.

그래서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식사량도 더 줄이고, 간식은 과자 부스러기 한 조각이라도 입에 안 대고. 최대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신체활동도 늘여보려고 한다.

다이어트는 나를 위해서도 해야 하지만 평생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나와 같은 중증장애인들은 남을 위해서도 체중관리를 해야 한다. 무거우면 나도 피곤하지만 나를 들어 올리거나 휠체어를 도와줄 사람들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해서 다이어트는 미용을 위한 것이 아닌 건강을 위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른 사람은 튼튼하게, 뚱뚱한 사람은 건강한 몸을 위해서 말이다. 그것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TV나 인터넷같은 정보매체를 보면 건강정보는 비장애인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장애인들의 체중관리, 체력관리는 찾기가 어렵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차고 넘치는 다이어트마저도 장애인들은 힘겨울 수 있다.

병원도 가기 힘든 장애인들에게 기초적인 식사조절, 간단한 장애유형별 운동정보들을 담은 책자라도 보급해주는 것은 어떨지. 많은 생각을 던져준 살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살 좀 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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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때 시인을 꿈꿨으나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음과 더불어 작가는 엉덩이가 무거워야한다는 이야기에 겁먹고 문학인의 길을 포기. 현재 원광디지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하여 예비사회복지사의 길과 자립생활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대한민국 평범한 20대 장애여성. 바퀴 위에 올라 앉아 내려다보고 올려다본 세상이야기를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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