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프라우요흐 전망대에서 바라본 알프스 만년설의 장관(壯觀). ⓒ이광원

MBC-TV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프로그램명이 중간에 왜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처음 시작할 때는 ‘무(모)한 도전’이란 타이틀이었던 것으로 필자는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필자가 포함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제8차 세션 한국 NGO 참관단 일행은 ‘휠체어 융프라우 등정을 가능케 하는 스위스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확인해보고픈 욕심에 ‘융프라우 당일 등정’이라는, 실로 ‘무모한 도전’을 시도했던 바, 그 등정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항상 ‘유럽의 지붕(Top of Europe)’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 융프라우

그 곳을 제네바에서 당일코스로 다녀온다고 하는 것은 그 일정의 물리적 무리함 때문에, 특히 장시간 여행이 어려운 장애인에게는 ‘무모한 도전’을 넘어 가히 ‘미친 짓’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을, 다녀와 보고나서야 실감했다.

따라서 만약 차후에 다른 사람이 융프라우를 오른다면, 인터라켄 시내 정도에 숙박하며 2박 3일 정도의 일정으로 계획하도록 권하고 싶다. 우리가 다녀온 곳을 정확히 말하자면, 융프라우 옆에 있는 '융프라우요흐'였다.

독일어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는 ‘젊은 처녀의 어깨’란 뜻이다. 진짜 융프라우 봉우리는 해발 4,158m이나, 등산객이 오를 수 있는 봉우리는 그 옆에 있는 융프라우요흐로 해발 3,454m의 봉우리다. 융프라우요흐는 암벽을 뚫고 오르는 톱니바퀴 산악열차의 종점이자,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기차역으로, 역사와 함께 식당과 전망대 등의 편의시설들이 있다.

그러니까 일반 관광객들이 융프라우에 올랐다고 하는 것은 사실 융프라우가 아니라 융프라우요흐에 올랐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유럽행 비행기표는 주말 출발의 경우 매우 비싸다. 이번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제8차 세션 참관비용은 전체 금액의 반 이상을 참가자들이 개인 부담해야 했기 때문에 그 개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소의 비용으로 계획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항공사도 우리나라 항공사보다 400만원 이상이나 저렴한 터키항공을 이용해야 했다.(저렴한 가격만큼이나 참기 힘든 저렴한(?) 서비스 수준도 기꺼이 감내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었음.).

또한 주중에 끝나는 회의 후 바로 귀국하려면 고가의 주말 요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주말 가격 적용이 끝나는 일요일 오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이용해야만 했다.

이렇게 남게 된 주말 시간을 ‘휠체어 융프라우 등정’에 활용해보기로 한 것인데, 만약 일반적인 일정들처럼 융프라우 인근 숙소에서 1박을 하게 된다면 또 다른 비용을 추가 지출해야만 하기에 당일로 다녀오는 일정을 잡게 됐다.

사실 사전에 갖고 있었던 정보는 ‘휠체어를 타고도 융프라우에 오르는 협궤 산악열차를 탈 수 있다’는 인터넷 정보 정도가 전부였다. 따라서 여러 가지 무리가 올 수 있겠지만 용기를 내서 도전해보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장애와 상관없이 비장애인에게도 아래의 <표>에서 보듯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리기 때문에 제네바를 출발하여 융프라우를 당일로 등정한다는 것은 꽤나 무모한 일이다.

이처럼 제네바역에서 융프라우요흐역까지는 네 번이나 기차를 갈아타야 하고, 5시간이 넘게 시간이 걸리는데, 숙소에서 출발한 시간이 7시이고 융프라우 도착시간이 2시 경이니 숙소 출발을 기준으로 하면 모두 7시간 정도가 소요된 셈이다.

더구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온 시간은 다음날 새벽 1시 30분 경이므로 무려 18시간 30분의 긴 당일 코스 여정을 마친 셈이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프랑스의 레지던스였는데, 스위스와의 국경선 바로 옆 프랑스 관내에 위치한 곳으로, 이 또한 비용절감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곳이었고, 역시나 비용이 저렴한만큼 숙소의 질과 서비스도 저렴한(?) 곳이었다.

융프라우 안내 지도(파란색 동그라미가 융프라우로 올라가기 위해 갈아타야하는 환승 기차역의 위치임.). ⓒ이광원

이 레지던스에서 제네바역으로 가려면 ‘트램(Tram)’이라고 불리는 12번의 스위스형 노면전차를 타고 20여 분 정도 시내로 나가서 제네바의 명품거리 리브(Rive)에서 8번 시내전동버스(전기기차처럼 상단의 전기줄로부터 전기를 얻어 작동하는 전동버스로 중국이나 북한 시내의 것과 비슷함)로 갈아탄 후, 또 다시 10분 정도를 가야한다.

그리고 기차표를 끊기 위해 역 매표소에서 번호표를 끊고 기다리다 역무원과 상담하는데 약 30분(장애인 관련 상담도 많았기 때문임), 또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시간이나 기다리는 시간 등이 더해져서 결국 숙소 출발 1시간 45분 후에야 제네바역에서 출발할 수 있게 됐다.

우선 위에서 얘기한 트램과 전동버스를 중심으로 시내 대중교통 수단의 장애인 편의시설들을 설명해 보겠다.

먼저 트램을 살펴보면, 필자가 보기에 제작 시기에 따라 크게 세 가지의 형태로 나눌 수 있었다.

본고에서는 이 세 가지를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편의상 ‘구형’과 ‘신형’ 그리고 ‘최신형’으로 호칭해보겠다.(필자의 주관적 느낌으로 표현한 방식이니, 독자들의 양해를 바란다)

‘구형’ 트램의 경우에는 단차가 너무 심해서(대략 40cm 이상 되었던 것 같음)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아래의 사진처럼 출입구에 휴대용 경사로(일본의 지하철이나 철도에서 사용하는 것과 유사함)를 놓아 주어야만 탑승할 수 있다.

‘구형’ 트램의 사진(좌)과 휠체어 장애인의 탑승 모습(우). ⓒ이광원

‘신형’ 트램의 경우에는 ‘구형’ 트램에 비해 단차가 높지는 않은데(대략 20cm 정도 되었던 것 같음), 승강장과 전차와의 틈이 벌어져 있기 때문에 그 틈을 매워주기 위한 발판이 아래의 우측 동영상처럼 정차할 때 나왔다가 출발 시에 들어가도록 작동된다.

이는 휠체어 장애인의 탑승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의 경우에도 탑승 시 승강장과 전차 사이의 틈으로 발이 빠지는 불상사를 막아줄 수 있어서 특히 어린이나 어르신들에게도 매우 안전하고 유용한 장치다.

이 ‘신형’ 트램의 경우에는 별도의 휴대용 경사로 없이도 동승자의 도움 정도로 탑승할 수 있으며, 수동휠체어를 잘 이용하는 장애인의 경우엔 앞바퀴를 혼자 위로 들어 올려 탑승할 수도 있다.

‘신형’ 트램의 사진과 탑승보조장치의 작동 동영상(아래). ⓒ이광원

한편 ‘최신형’ 트램의 경우에는, ‘신형’ 트램의 경우와 거의 비슷하지만 발판의 작동방식이 달랐다. ‘신형’ 트램은 발판이 수평으로 밀려 나오지만, ‘최신형’ 트램은 위로 접혀져 있던 발판이, 90도 아래로 펼쳐지면서 내려오는 방식이었다.

아래의 우측 사진은 주행 중 발판이 접혀져 있는 모습(출입문 밑의 빨간색 네모 부분)인데, 이 것이 승강장에 도착하게 되면 90도 아래로 펼쳐져 내려온다. 아쉽게도 ‘최신형’ 트램의 발판 펼쳐진 모습은 촬영하지 못한 관계로 보여드릴 수가 없다.

‘최신형’ 트램의 사진(좌)과 탑승보조장치의 접힌 모습(우). ⓒ이광원

여기까지가 제네바역에 도착까지의 과정. 지면 관계상 융프라우 등정기 1편은 여기서 줄여야 할 것 같다. 다음 편부터는 제네바역에서 융프라우요흐역까지의 교통수단인 스위스 연방철도 ‘SBB’와 톱니바퀴 산악열차 등의 장애인 편의시설들을 살펴보고, 스위스 산악 마을과 융프라우의 웅장한 모습 등을 전해보고자 한다.

부족하지만 이 등정기가 차후 융프라우에 도전할 한국 휠체어 이용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원하며, 동시에 다음 편을 기대해주시기 바라면서 등정기 1편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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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광원은 장애인 보조기구를 생산·판매하는 사회적기업 (주)이지무브의 경영본부장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연대의 운영위원을 지냈고,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된 (재)행복한재단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패러다임이 소개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연구회 회장 등의 활동을 통하여 초창기에 자립생활을 전파했던 1세대 자립생활 리더 중의 한 사람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의 초안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 국회 정하균 의원 보좌관 등을 역임한 지체장애 1급의 척수장애인 당사자다. 필자는 칼럼을 통해 장애인당사자가 ‘권한을 가진,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소비자’라는 세계적인 흐름의 관점 아래 우리가 같이 공감하고 토론해야할 얘깃거리를 다뤄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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