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사 인근 약도. ⓒ 서인환

지난 9월 27일 법무부 장애인차별시정심의위원회는 수원시장에게 수원지하상가의 장애인 이동권 제한에 대하여 시정명령을 결정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차별에 대하여 권고안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무부 장관은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43조), 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으며(50조), 시정명령은 시정 기한을 넘기면 여러 차례 반복하여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를 재부과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럼에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 법원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 사건은 09진차231 사건과 09진차238사건이 병합된 것으로 뇌병변 장애인 2급 양 모 씨와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장애 2급 송 모 씨가 수원시장을 상대로 진정한 사건이다.

2009년 3월 5일과 3월 6일 하루 사이를 두고 두 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되어 2010년 6월 11일 병합처리된 사건이다.

양 모 씨의 진정사건은 지상에서 수원역사로 진입하는 승강기가 구석에 한 대밖에 없어 불편하다는 내용과 수원역사 지하상가 출입구 4곳에는 계단만 있어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송 모 씨는 지하상가에 승강기가 없어 장애인의 이동과 출입이 봉쇄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양 모 씨의 진정 사건에서도 수원역사를 언급하고 있으나, 피진정인을 역장으로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사건은 지하상가로 한정하여 판단하게 되었다.

만약 건축법과 도로교통법,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등을 적용한다면 수원역사와 같이 복잡한 구조의 경우 승강기가 구석에 있어 여러 방면에서 접근하는 장애인에게 불편을 초래할 경우 차별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었다.

실제로 장애인들이 이 승강기를 이용하고자 다른 출입구에서 이동할 경우 이동에만 30분 정도가 소용되는 것으로 실험되었다.

지하상가에 장애인이 접근할 편의시설이 전혀 없어 시정명령을 한 것은 2010년 8월 9일이었다.

진정 이후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 기간은 다른 사건을 처리한다고 밀린 시간도 있고(병합 전 1년 3개월), 조사를 하는 기간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시정위원회 회의를 하는 기간(3개월) 등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 조사를 한다면 1개월이면 충분할 수도 있을 것인데, 그만큼 많은 사건이 계류 중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고, 결정에 앞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조사에 만전을 기한다는 의미도 있겠으나, 차별을 시정하고자 하는 장애인 입장에서는 너무나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사실은 수원시와 협상하고 시정의 기회를 주고자 하는 기간이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법무부에 권고 결과를 통보한 것이 8월 26일로 2주간이 소요되었고, 권고 결정문의 주문은 1번 출구에 승강기를 설치하라는 것이었다.

10월 7일 법무부는 수원시장에게 권고 이행에 대한 확인 및 자료를 요청하였는데, 10월 25일자 수원시장의 회신은 2011년에 3억원을 투입하여 승강기를 설치할 계획이 있던 중, 당시 신임시장이 지하상가 상인회와 8월 10일 면담에서 상인회가 상가 임대 기간을 연장해 준다면 상인회 자체 예산으로 승강기 설치를 포함하여 리모델링하겠다고 하여 조례 개정을 하여 추진할 계획이며, 이 것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수원시 예산으로 반드시 승강기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11년 1월 10일 법무부가 권고에 대한 이행의 확인 및 자료 요청을 다시 하자, 11년 조례를 개정하고, 사업을 승인하는 절차를 거쳐 12년 상반기까지는 승강기를 설치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11년 2월 23일 법무부 장애인차별시정심의위원회는 상인회와 난항을 겪고 있는 리모델링 협상의 결과가 불투명하여 시정 명령을 할 것을 상정하였으나, 지하도나 지하상가, 역사 등 승강기가 미설치된 곳이 많아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과 시정이 나름대로 불확실하지만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므로 시간을 주고 다시 재상정하기로 결정하였다.

올 1월 9일 법무부 인권정책과는 수원시 관계자와 면담조사를 통해 지연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였다. 12년 2월 6일 시의회는 지하도상가 관리운영조례를 개정하였고, 12년 6월 8일 수원시는 7월에 용역하여 9월 내로 착공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9월 3일 법무부가 이행과정을 확인하자, 수원시는 공사로 인한 상인들의 손실로 인한 반발로 공사가 불가하여 13년 리모델링 때에 승강기 공사도 함께 하겠다고 밝혀 왔다.

도로법 시행령은 지하도를 도로의 부속물로 정하고 있고, 건축법 시행령은 바닥면적이 1천제곱미터 미만이면 1종근린시설로, 그 이상이면 판매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 시행령 별표 2의 지하도와 지하도상가에 해당하며, 동법 시행규칙 별표 1은 주변 30미터 주변에 횡단보도가 없는 경우에는 지하도는 편리한 구조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수원역 지하상가는 면적을 기준으로 판매시설에 해당하지만, 09년 4월 11일 이후 개축한 사실이 없으므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18조 시설물의 이용접근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고, 동법 19조 이동에서의 접근만 적용하였다.

이번 시정명령은 2010년 구미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게 내린 손 모 씨의 복직명령에 이어 두 번째로 이루어진 것이다.

하나의 판례가 축적되었다는 의미와, 지하상가의 승강기 설치의 편의시설 설치를 정당한 편의제공과 미설치시 차별로 인정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수원시에서의 여러 번 말을 바꾸어 승강기를 설치할 예정이기는 하지만 사정이 생기고 있어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다는 사유에 대하여 더 이상 끌려가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담고 있다.

법무부 사무관은 간사로서 과거부터 장애인차별시정심위원회를 추진해 온 담당자이지만, 국장과 과장 등은 새로이 발령을 받아 온 인물로 앞으로 장애인의 차별에 대하여 적극적 조치를 해 나가겠다는 장애인에 대한 감성을 보여준 사건이기도 하다.

시정명령에는 180일 이내 설치를 완료하도록 하고 있는데, 설계와 착공, 준공 등 구체적 과정을 일정을 못박아 시정명령함으로써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감시할 의지를 담고 있다.

이 시정명령은 장애인차별시정심의위원회 전원의 만장일치로 결정되었으며, 모든 지하도나 지하상가, 역사의 과도한 진정사건의 효시가 되는 것을 염려하여 모든 지하도의 승강기 설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꼬리도 달고 있다.

진정부터 시정명령까지 3년의 시간이 흘렀고, 다시 1년 반이라는 시정기간을 두고 있어 장애인들은 진정하고도 5년여를 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 정도이면 진정인은 시정명령을 근거로 법원에 민사소송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문제는 직접 피해액을 증명할 수 있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상인들은 임대계약 연장을 조건으로 스스로 설치하겠다고 하였다가, 공사로 인한 영업 손실을 이유로 입장이 반대로 바뀌었으니, 강제적 처방은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 수원시장은 1번 출입구 계단 중앙 부분을 철거하여 승강기를 설치해야 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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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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