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법 제44조 장애인 단체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수의계약 법적 근거가 올해 1월 26일 법의 개정으로 근거가 없어졌다.

'지자체는 장애인복지단체에서 생산한 제품을 우선구매하도록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라는 문구로 수정되었다.

수의계약이 우선구매로 말이 바뀌었지만 우선구매를 하도록 했으니 변화가 없다고 정부는 변명을 할 수 있으나, 이는 제한적 입찰을 할 수도 있으며, 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를 함으로써 그 소임을 다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사실상 중증 장애인생산품이 아닌 장애인단체의 수의계약권은 폐지되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법 개정에 대하여 국회의 홈페이지에서는 어떠한 자료도 찾아볼 수가 없다.

18대 국회의 다른 폐기된 법안들까지 검색이 가능한데 유독 이 법안에 대한 내용이나 검토보고서, 상임위 과정 등의 자료는 모두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물며 법 개정을 정부가 발의한 것인지, 어느 의원이 발의한 것인지조차 알 길이 없다. 당사자인 장애인단체의 의견은 한 번 들어보는 과정도 없이 소리소문없이 전격 개정한 것이다.

장애인단체의 자부담을 해결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율성을 보장하고 단체의 제정 열약함을 지원할 근거가 없어진 것은 이 법만이 아니다.

3년 전 기획재정부에서 지체장애인협회, 직업시설협회 등 3개 단체와 회의를 하면서 장애인단체의 수의계약에 남용이 있어 제한입찰 방식으로 수정하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런 후 국가를 상대로 한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 장애인단체의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도 삭제되었다.

그 결과 중증장애인 생산품으로 지정 받아 조건을 구비하여 제한경쟁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문제는 경쟁입찰을 통한 우선구매는 제품의 종류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단체에서 다양한 제품을 수의계약하여 온 제품 중 우선구매라는 중증장애인생산품 조건을 갖추면서도 그 제품의 종류가 우선구매 품목에 포함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면 벌써 중증장애인 생산품으로 인정받았을 것이다.

갑자기 수의계약이 사라지면서 장애인 단체는 재고를 안게 돼 오히려 재정적 악화 요인이 되고, 수익 방안이 없어지면서 그 동안 조달해오던 수익이 없어져 활동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혼란을 겪게 되었다.

장애인단체라고 하여 단체의 이름을 빌려 수익을 올리던 곳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고, 수의계약이 장애인단체의 부정의 온상이 되어 온 것이라면 감독을 강화하고 장점은 살려 나갔어야 하지 않은가.

갑자기 소문도 없이 중지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유예기간도 없이 갑자기 식성을 바꾸라고 하면 장애인단체가 그것에 적응하기가 너무나 어렵고, 해 오던 사업의 중단으로 인하여 많은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 방향은 지난 해 언론을 통하여 단체의 기금횡령 사건에 대한 집중적 단속 및 보도와 무관하지 않으며, 표적 수사와 보도가 공조되고 있었으나 순진한 장애인단체만이 그 감각을 잃고 있었다.

김정록 의원 발의로 다시 이 법안을 환원하기 위한 법안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의도를 가지고 비밀작업으로 개정된 법이 하루 아침에 원상회복되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렇지만 유예기간조차 없이 정부의 일방통행은 조정될 필요성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장애인 단체에서 중증장애인 생산품으로 전환하기 위한 지원도 필요하고, 업종 전환을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 그리고 업종 완화를 통한 다양한 업종이 우선구매 생산품 대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중증장애인 생산품 인정에 참여한 단체를 보면, 장애인 당사자 단체보다는 보훈과 상이군경, 고엽제 관련 단체가 대부분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애인생산품우선구매특별법에 의한 의무 우선구매 비율 1%는 실제 실적은 그 절반에 그치고 있으며, 그것 역시 특정 기업형 단체에 치중되어 있다. 특히 지방의 작은 장애인단체의 수익 활동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못하다.

부정을 하는 대형 단체는 적응을 하고 변신을 하겠지만, 오히려 순수한 작은 단체만이 희생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무분별한 장애인 단체를 빙자한 수의계약과 그 수익의 불투명성을 해결하기 위해 수익금 감독을 정부가 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수의계약의 의무적 신고나 통계를 위한 시스템조차 준비하고 있지 못하여 장애인 우선구매 실적을 알음알음 알게 된 숫자의 단순 합계로만 파악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장애인 단체들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셈이다.

그 동안 비리나 사용처가 불분명한 수익금 관리, 강매 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저지른 단체가 따로 있음에도 장애인 단체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있고,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상당수 장애인은 실직을 감수해야 한다.

장애인단체의 수의계약은 매우 좋은 취지의 제도였다. 그럼에도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십 수 년 간 추진해 온 수의계약을 오히려 복지제도의 후퇴로 결론지은 것은 너무나 경솔한 일이다.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기면 없애버리는, 책임은 지지 않는 정책의 방향성은 우리를 너무나 우울하게 만든다.

법의 시행에서 융통성을 발휘하여 유예기간을 주고, 현재 건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수의계약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그 중 지원하고 살릴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특히 그 품목이나 업종을 수용하도록 우선구매 제도 역시 손질하여야 할 것이다.

젖을 주다가 갑자기 끊어버리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보살피고 머리를 맞대고 같이 고민해 주는, 국민의 친구같은 정부는 불가능한가?

이유식이 없는 단절의 정치는 혜택받지 못한 이의 성격을 망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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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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