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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많이 까칠해졌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장애인 여자친구와의 만남과 이별-12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07-30 09:03:21
"아저씨 왜 반말이십니까?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한 번 해 보시죠?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오면서 버스카드를 충전하지 못했다. 주머니 속에 현금을 꺼내기 위해 빈 자리가 있었지만 자리에 앉지 않았고, 버스는 진행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신호를 기다리던 버스기사가 "차비는 나중에 내고 얼른 자리에 앉아"라고 애기를 했던 것이다.

"분명 나에게 "자리에 앉아" 라고 애기를 했다? 그 말은 요즘 고등학생들에게 해도 까칠한 애들은 기분 나빠할 수 있는 말인데, 그래 일단 조금만 더 있어 보자 이 사람이 뭐라고 말하는지."

이런 마음으로 계속 주머니를 뒤져 버스요금을 찾는 사이 신호는 바뀌었고, 다시 버스기사의 반말이 이어졌다.

"차 출발해야 하니 앉아. 요금은 나중에 내고."

두 번째에서도 반말이 나왔으니 운전기사가 내뱉은 첫 번째 말은 내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 틀림없이 반말이었다.

이십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 특히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이야기 한 번 나눈 적 없는 아저씨에게 반말을 듣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버스기사에게 " 다른 사람에게도 한 번 반말을 해 보라"며 따지기 시작했고, 잠시 나를 지켜보고 있던 여자친구 역시 "나한테는 어서오세요, 그러더니 왜 애한테는 반말이세요?"라며 거들기 시작하면서 버스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나이도 많지 않은 것 같은데 까칠하구만,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지. 버스 가야 하는데."

"저 양반이 잘못햇지. 몸이 불편해도 무조건 반말은 안 되는건데."

이런 말들이 오고가는 가운데, 버스기사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버스를 출발시켰고, 우리 역시 더 이상 소란을 피우는 것이 싫어 요금을 지불한 후 조용히 자리에 앉아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이십여분 뒤, 버스는 내려야 할 정류장에 도착했고, 불쾌한 감정을 가지고 버스에서 내렸는데, 누군가 내 어께를 두드렸다..

"저기……, 혹시 현석이 맞지? 나 광규야. 버스에서 탈 때부터 봤는데, 넌지 아닌지 한참을 봤다. 반갑네?"

그는 고등학교 때 나를 괴롭히지 않은 몇 안 되는 녀석이었다. 나를 놀리는 아이가 있으면 "한번만 더 그런소리 하면 죽여버린다"며 그런 아이들의 입을 막기도 하고, 수업 시간에 필기가 늦어 제대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자신의 노트를 빌려주기도 했다.

당시 유행하던 삐삐가 있었지만, 학교에 들어가면서 휴대폰으로 바꾼지라 서로가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서든 튀는 내 걷는 모습 때문에 생각지도 않게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근데 너 많이 달라졌더라. 예전에는 너 놀리던 애들한테 아무 말도 못했잖아."

반가운 마음에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녀석이 꺼낸 첫 마디가 그랬다. 고등학교때 나를 놀리던 이들에게 "하지마라" 는 말 한마디 하지 못했고, 이십대 중반이 되어서도 나에게 반말을 하는 이들에게 "왜 반말이냐" 며 항의 한 번 하지 못했다.

항상 반말을 듣고 놀림을 받으며 살아왔기에 그것이 내 팔자이고 운명인 줄 알았고, 어쩌다 살갑게 대해 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들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에게 반말을 듣는 것이 팔자가 아니며, 장애인이라고 해도 반말을 듣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하고, 부당한 것은 문제라고 말을 하지 앉으면 나는 계속해서 반말을 듣고 평생을 지낼 수 밖에 없는 것을 이십대 중반이 되어서야 알게 된 것이다.

녀석에게 그랬다. 나는 까칠해진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이십대의 모습으로 돌아 온 것이고, 그 때는 다른 사람에게 눌려 할 말을 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려면서 앞으로 더 까칠해질 수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안 될 것을 우기는 것이 아닌, 남들이 당연한 듯 누리고 있는 일들을 누리지 못하고, 그것을 남들이 인정하지 않을 때 "이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다른 사람으로부터 내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버스 기사와 싸우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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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정현석 (dreamgm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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