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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이 교육을 잘못해서 그래!"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 아직도 부족 '실감'

장애인 여자친구와의 만남과 이별-11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07-26 09:15:48
"학생, 미안해요. 많이 놀랐죠? 우리 아이가 과자를 보면 잘 참지를 못해서 그만. 다친 데는 없어요? 미안해요."

손에 들고 가던 과자를 빼앗기고 눈을 둥그렇게 뜨고 서 있는 여자친구와. 바지를 털며 바닥에서 일어나고 있는 나를 번갈아 보면서,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듯한 아주머니는 "미안해요" 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호기심어린 눈빛과 우리들의 놀란 가슴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날도 어김없이 만난 우리는 시내의 맛집을 찾아가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여자친구의 손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과자 한 봉지,그리고 내 주머니에는 지하철 안에서 함께 마실 음료가 들어 있었고, 목적지에서 출입구로 빨리 나가기 위해 출구와 가까운 승강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때 우리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청년 하나가, 갑자기 여자친구가 들고 있는 과자봉지를 낚아챘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내가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하는 마음으로 그 남자의 손에서 과자를 가져오려던 순간, 그가소리를 지르며 나를 밀어 나는 바닥에 넘어졌다.

동시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바닥에 넘저진 나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과자를 빼앗은 그 남자에게 집중되었던 것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발달장애라는 것에 대해 잘 알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에, 나는 물론 나름대로 장애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여자친구 역시 갑자기 일어난 돌발적인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나서서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을 보면서도 그저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 사이 전동차가 도착했고, 방금 전까지 호기심 어린 눈빛과 수근거림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자신의 목적지로 떠났다.

우리 역시 전철을 타고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넘어지면서 부딪힌 머리가 아파, 잠시 승강장 앞 의자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나를 밀어 넘어뜨렸던 남자의 어머니는 우리에게 다가와 연신 미안하다고 말을 하며, "사실 우리 아이가 자폐증이에요" 라고 말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하면 안되는 거야" 라고 말하면 가만히 있지만, 유독 먹을 것에 욕심이 많아 쉽게 고쳐지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며 연신 머리를 숙였다.

한편으로는 짜증이 나고 기분도 좋지 않았지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발달장애에 대해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미안해요"라고 말하는 그 아주머니의 모습은 어렸을 적 엄마를 따라 슈퍼에 갔을 때 다른 사람에게 밀려 중심을 잡으려다 넘어져 진열되어 있던 물건들을 깨뜨렸고, 그 때 가게 주인에게 머리를 숙이던 내 어머니의 모습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전동차를 타기 위해 일어서려는데, 역 안 부스에서 잡화를 팔던 아주머니가 한마디를 던졌다.

"다 어머니가 아이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래. 텔레비전에 보면 저런 사람( 발달장애를 뜻하는 것임)도 가정교육을 잘 시키면 저렇게는 안하는데. 나 같으면 머리 아프다고 하고 드러눕겠네.

다행히 어느 한 쪽에서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순간 지금까지 "미안하다" 는 말을 반복하던 아주머니의 눈이 약간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가슴이 아프고 속이 터지는 것을 참아서 그랬으리라. 그 아주머니에게 더 가슴이 아픈 것은 아들 때문이 아니라 "가정교육을 잘못 시켜서 그렇다"는 말 한마디였을지 모른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가 스무 살 청년이 될 때까지 지하철역에 함께 나온 어머니가 그 아들을 위해서 어떤 방법인들 시도해보지 않았을까?

그러나 "텔레비전에 나온 그 사람"처럼 되지 않은 것은 가정교육이 잘못 되어서가 아니라 발달장애의 경중에 따라 사회성이 다른 것은 아니었을지.

우리들이 탄 전동차가 출발할 때까지 미안한 표정으로 인사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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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정현석 (dreamgm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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