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주언이에게 휠체어는 단지 집안에서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팔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이동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주어진 물건이었다고나 할까.

왜 아가동생은 걷고 다 큰 형아가 유모차를 타고 다니냐는 의문어린 시선만 감당한다면 외출할 때에는 유모차로도 충분했었다. 다만 아이가 이제 여섯 살이 되어 몸집이 커지고 다리도 길어져서 더 이상 유모차로는 힘들어져서 이제부터는 바깥 외출 시에도 휠체어를 사용하기로 전격 결정하게 되었다.

어느새 작아져버린 유모차. ⓒ이은희

첫 외출의 목적지는 <좋은학교 박람회>였다. 모처럼 순천에서 열린 <좋은학교 박람회>에 주언이네 유치원이 그 중 한 학교로 선정되어 전시부스를 마련하게 되었다.

휠체어를 타고 처음 문밖으로 나선 아이는 물만난 고기와도 같았다.

늘 유모차에 타거나 어른의 팔에 안겨 수동적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갔던 아이가 처음으로 본인 스스로 방향과 속도를 조정하여 움직일 수 있는 도구를 가졌으니 그럴 수 밖에…….

행사장에 도착한 순간 정신없이 움직여 이 곳 저 곳을 탐색하는 아이를 보며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휠체어를 왜 집에서만 사용하고 밖에서는 유모차를 이용해 왔는지.

유모차라는 것은 아이가 본인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저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훨씬 어린 아이들의 이동수단일 뿐인데, 어른의 눈높이와 시야에서 판단하고 휠체어를 태우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어쩌면 아이를 휠체어에 태우는 순간, '내 아이는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암묵적으로 꺼리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휠체어를 타고 밝은 표정의 주언이. ⓒ이은희

아닌 게 아니라, 주언이의 형이 이번에 <좋은학교 박람회>에 다녀와서 휠체어에 앉은 동생과 나란히 찍은 사진을 반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아이들 간에 댓글로 상당한(?)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네 동생은 왜 휠체어에 앉아 있느냐”, “장애인이라고? 농담 말아라”, “휠체어 체험행사도 있던데 그런거 하고 있는 거 아니냐”, 라는 식의 대화가 오가고 있는 것을 엄마인 내 눈으로도 확인하였다.

초등학교 4학년인 형은 몸이 불편한 동생을 부끄럽게 여기지는 않는데 왜 아이들이 눈으로 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지 좀 의아해 하였다.

이번 일로 어쩌면 휠체어를 타고 있는 동생과 같이 찍은 사진을 더 이상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괜한 논란거리가 되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휠체어를 타고 체험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이은희

휠체어를 타고 본인의 의지대로 움직이며 스스로 호기심을 해결하는 아이를 보면서 그동안 짧은시간이지만 아이가 스스로 이동할 기회를 빼앗은 것이 아닌가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 반면, 우리 사회에서 휠체어를 타는 어린 아이에게 보내는 의아한 시선이 공연히 걱정스러운 것은 몸이 불편한 아이를 둔 엄마, 나 자신이 가진 이중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외부의 시선이야 어찌 되었건, 아이가 저리도 즐거워하니 이제부터는 아이와 함께 휠체어 외출을 즐길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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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칼럼리스트
주언이가 보통 아이처럼 건강했으면 결코 알지 못했을 사회의 여러 구석들과 만나면서 아이 덕분에 또 하나의 새로운 인생을 얻은 엄마 이은희. 가족들과 함께 낯선 땅 영국에서 제3의 인생을 펼쳐가고 있는데...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좌충우돌 일상사를, 영국에서 보내온 그녀의 편지를 통해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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