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chair 를 타고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 ⓒ서인환

재난 발생시 재난 지역을 스스로 탈출하는 피난장비와 스스로 피난이 어려운 경우 타인이 그 지역을 들어가 탈출하도록 돕는 구호장비가 있다.

장애인의 경우 스스로 피난하도록 시설을 갖추는 것이 최고의 시설이다. 화재 등 피난을 긴급히 해야 하는 경우, 타인이 구호하도록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화재가 발생하여 연기가 가득 차거나 불이 심하게 타오르는 경우 소방관들이 도착하면 접근을 하기보다는 먼저 화재 진압에 온 힘을 기울이게 된다. 어느 정도 불길이 진압되어야 구호를 위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불길의 위험에서 인명 구호를 위하여 불길로 뛰어든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불길을 잡고 나면 이미 인명피해는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화재 진압과 인명구호를 병행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구호보다는 피난이 우선인 것이다.

그러나 피난을 혼자는 할 수 없지만 피난하는 사람이 서로 도와 함께 피난할 수 있다면 그 방법도 필요할 것이다. 함께 피난할 방법이 사전에 마련되지 않아 함께 피난할 수 없어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인재가 될 것이다.

우리가 구호를 할 때에 자주 사용하는 것이 들것이다. 들것이 없으면 들춰업고 같이 피난할 수 있는데, 척수장애인 등 업고 뜀으로 인하여 2차적 장애를 발생시킬 수도 있는 경우라면, 또는 업고 뛰어야 하는 거리가 상당히 먼 거리라면 업고 피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들것은 한 사람의 힘으로 사용할 수가 없다. 그러나 바퀴가 달린 들것이라면 한 사람의 힘으로도 함께 피난을 도울 수가 있을 것이다.

구호의 경우에도 두 사람의 힘이 필요한 시설보다는 한 사람의 도움으로 구호가 가능하다면 훨씬 구호의 효율성도 높고, 피해도 줄일 수 있다. 그러한 편리한 시설물이 있다면 구호자의 안전도 확보되며, 그만큼 위험성은 줄어든다.

현대자동차의 투자로 만들어진 장애인 사회적기업 '이지무브'에서는 수동 휠체어와 같은 장비 뒤에 계단도 미끄러지듯이 이동 가능한 '케이체어'를 개발했다. 이 장비는 외국에서는 이미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9 11 테러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한 바 있다.

평소에는 소화전 등과 같이 벽에 보관함을 설치하여 두었다가 필요시 꺼내어 구호나 피난을 할 사람을 앉힌 다음 뒤에서 밀면서 피난이나 구호를 할 수 있다. 몇몇 관공서나 주거시설에 이미 설치된 곳도 있는 케이체어는 의자 뒤에 부착된 레일을 이용하여 계단의 여러 코들을 연결하여 평치처럼 움직일 수 있다. 의자를 뒤로 젖히면 된다.

이 장비는 갑자기 미끄러져 아래로 추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브레이크도 있으며, 돌아가는 레일이 저항력을 받아 서서히 움직이게 한다. 그리고 평지에서는 의자를 바로 하면 휠체어를 뒤에서 밀듯이 움직이게 된다.

이 장비는 장애인용으로 개발되었으나 장애인만 사용 가능한 것이 아니다. 혼자 걷기 힘든 사람, 즉 노약자나 부상을 입은 모든 사람들을 고층에서 계단을 이용하여 구호할 수도 있어 사실상 장애인용이라기보다는 모든 사람을 위한 구호장비다.

평상시에는 접을 수 있어 보관함의 자리도 많이 차지하지 않으며, 사용법도 아주 간단하다.

이 장비는 무게가 150킬로그램으로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경우에는 두 사람이 필요하다. 앞뒤로 두 사람이 잡고 옮겨야 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장비를 가지고 가서 이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있다.

그러나 평지에서는 바퀴로 움직일 수가 있어 소방서에서도 필수적 장비로 비치하여 이용할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건물의 각 층마다 이 장비가 비치되어 있다면 장애인이나 부상자를 이 장비가 있는 곳까지 업고 이동시키지 않고 장비를 가지고 들어갈 수가 있을 것이다.

특히 장애인복지관 등 장애인 다수 이용 시설의 경우 필수적 장비로 비치할 것을 법적으로 의무화한다면 그 만큼 안전은 확보될 것이다.

119가 환자를 이송시킬 경우 침대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공간도 케이체어는 들어갈 수가 있어 환자 이송용으로도 널리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널리 보급되어 사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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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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