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이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이 개통된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었단다. 그렇게 오래 되었나 하고 놀랐는데, 처음 개통된 인터넷은 연구목적이었다니 일반인들은 잘 몰랐겠지 싶다.

나도 초고속 인터넷망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인터넷을 안 쓰는 날이 없다. 이 글을 쓰는 이 시간에도 나는 인터넷을 켜 놓고 있다.

인터넷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내가 처음으로 컴퓨터라는 기계와 인연을 맺은 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명절 때 외가에 갔다가 외사촌 오빠의 방에서 컴퓨터라는 것을 봤다. 당시 컴퓨터는 그냥 오락기 정도라고 여길 정도로 지금 컴퓨터랑 비교하자면 별 볼일 없는 성능이었다.

사촌오빠의 컴퓨터에는 많은 게임들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촌 언니들과 오빠들 그리고 우리 자매는 그 작은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단, 지방에 사느라 늘 꼴찌로 외가에 도착하는데다가 가장 나이가 어린축에 속했던 우리 자매에게 컴퓨터는 항상 밤늦게 순서가 돌아왔고, 자정이 다 될 때까지 낮동안 사촌들에게 밀려서 하지 못한 게임들을 하느라 정신이 없던 기억이 난다.

컴퓨터의 재미를 안 나는 그 날 이후로 부모님께 컴퓨터를 사달라고 노래를 불렀다. 흔히 겜보이라 불리던 TV에 연결해 쓰는 게임기마저 사주지 않던 부모님은 결국 2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컴퓨터를 사주셨다.

처음에는 당연히 게임에만 열중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컴퓨터는 더 이상 오락기 역할만은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숙제를 워드로 해오라고 하는 일이 많아졌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즈음 학교에도 인터넷이 깔리게 되었다.

그 전에도 PC통신이라는 것이 있었지만 전화선을 연결해 쓰는 것이라 전화요금 폭탄을 맞았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었고, 쓸 줄도 몰라서 내가 본 첫 온라인 통신은 인터넷이었다.

그 후로 내 방에도 인터넷이 깔렸다. 다만 PC통신처럼 모뎀이라는 기계를 사용해 전화선을 끌어다 쓰는 방식이라 인터넷 요금이 곧 전화요금이었고 내가 인터넷을 쓰는 시간은 집전화가 안되어서 하루에 겨우 30분 정도 쓰는 게 전부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터넷도 점차 활성화가 되고 더 이상 전화선 인터넷을 쓰지 않게 되면서 나 또한 컴퓨터를 활용하는 일이 늘어났다. 인터넷을 쓰며 가장 재밌었고 신기했던 일은 동호회 활동이었다.

당시에는 특정 연예인의 팬클럽 활동을 했었는데,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도 쓰고 그 활동을 통해 친해진 사람들과 펜팔도 하고 그런 활동들이 학창시절의 즐거움이었던 것이다.

그런 일들은 이제 SNS 즉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인해 일상화가 되었다. 누군가가 주인이 되어 커뮤니티를 만들면 사람들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1대 다수로 거미줄처럼 인맥을 엮어가게 된 것이다. 나도 SNS를 하며 새로운 지역 인맥을 쌓았고 그것이 오프라인 모임으로 이어져 즐겁게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것이 누군가는 독이라고 하지만 잘만 쓰면 약이 된다. 나에게는 인터넷이 좋은 쪽으로 잘 된 경우라고 생각한다.

장애로 인해 활동적인 일을 할 수 없어서 인맥이 좁다는 것이 늘 불만이었던 내게 인터넷은 사람들과 연결시켜 주었고 새로운 친구도 사귀었으며, 그로 인해 지금 에이블뉴스의 칼럼니스트로서도 활동하게 된 것 아닌가.

내가 직접 인터넷을 포함한 IT기기의 혜택을 받고 보니 이것들이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IT기반이 갖춰져서 많은 장애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소통하고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고, 정부와 민간 기업에서도 IT교육과 지지 기반 설립에 많은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때 시인을 꿈꿨으나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음과 더불어 작가는 엉덩이가 무거워야한다는 이야기에 겁먹고 문학인의 길을 포기. 현재 원광디지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하여 예비사회복지사의 길과 자립생활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대한민국 평범한 20대 장애여성. 바퀴 위에 올라 앉아 내려다보고 올려다본 세상이야기를 펼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