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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수입과 딸의 인생을 바꾼다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05-29 14:53:54
대학에서 함께 공부하던 같은 과 동기 중 한 명이 결혼 날짜를 잡았다며 결혼식 전에 만났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청첩장을 받았으니 결혼식장에서 당연히 얼굴을 볼 것이고, 녀석 또한 결혼 준비로 분주한 것을 알았기에 급한 일이 아니면 결혼식 이후로 미루자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는 끝까지 결혼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며칠 후 약속 장소에서 녀석의 얼굴을 보니, 결혼을 앞둔 신부의 설레임이나 행복보다 무언가 고민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어지간한 문제라면 이미 결혼을 한 언니나 동생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겠지만, 굳이 나를 부른 것은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잠시 숨을 돌리고 난 후 무슨 일인지를 물었다.

그녀가 결혼을 앞두고 고민을 했던 이유는 장애를 가진 시어머니의 딸을 두고, 의견 대립이 있어서라고 했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으니 장애가 있는 딸도 며느리에게 맡기고 좀 쉬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를 며느리에게 맡기면 너무 큰 짐을 지우게 된다”며 신랑 될 사람이 반대를 해 결혼을 앞둔 시댁 분위기가 싸늘해졌다는 것이다.

자신의 딸 문제로 집안에 분란이 일어나자, 시어머니가 아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자신 명의로 된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료의 절반을 아들 부부에게 주되, 자신이 더 이상 장애를 가진 딸의 부양 문제로 힘들지 않도록 해달라는 말을 했던 것.

이 같은 시어머니의 생각은 결혼을 앞둔 두 사람의 의견 충돌을 낳게 했다.

신랑 쪽에서는 “어머니 말씀대로 하고 장애를 가진 자신의 동생은 시설에 맡겨 편히 지내게 하자”는 주장을 한 반면, 며느리이자 아내인 친구 녀석은 “시설에 가져다 주는 돈만 해도 적지 않으니 그 돈의 절반만이라도 사회성을 기르는 데 쓰자”는 의견으로 맞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부 간 갈등의 핵심에 있는 신랑의 동생에 대해 장애 상태를 물어보니 혼자서 보행이 가능하며 일상생활 역시 비장애인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 이후 집에서만 있다 보니 사회성이 떨어지고 운동 부족으로 인한 신체적 퇴화 현상도 있다고 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 문제에 대해 공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같아 나를 불렀다는 녀석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무엇인 것 같냐는 질문을 던졌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7년간을 집에서만 있다 보니 성격도 많이 변해 어디서부터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보아, 사회적인 장애를 극복하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랑 될 사람이 자신의 동생을 맡길 시설을 알아보면서 매월 들어가는 비용을 문의하니 연간 6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했단다. 그렇다면 그 돈으로 합숙 등을 통한 직업재활 훈련을 선택할 수는 없었을까?

모든 시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만약 외출이나 이동 등의 자유가 없이 그저 짜여진 시간표대로 움직여야 하는 곳이라면 그 곳에 맡겨진 그녀의 인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누구를 탓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보다 분명한 것은 자신의 딸을 며느리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녀석의 시어머니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혹은 다른 매체를 통해 신체적 사회적 재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알 수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언론에 등장하는 장애인은 두 가지다. 장애에 갇혀 불쌍하게 살거나 혹은 장애를 극복하고 용기내어 살거나 하는 것 말이다.

이런 내용들은 비장애인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을지는 모르나, 장애인들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차라리 세상으로 나오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것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내가 없으면 이 자식은 어떻게 살아갈까”를 고민하는 많은 장애인 부모들에게 희망을 주는 편이 더욱 유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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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정현석 (dreamgm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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