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우리 사회가 제도화해놓은 보편적 기준에 의해 실질적 장애인이 된다. 여기서 ‘보편적’이라 단어는 우리 사회의 통념적 개념을 의미한다.

장애인이라는 등록기준을 정하고 보상기준을 설정한 뒤, 사회는 스스로 편견과 오류의 덫에 걸린다. 이러한 협의적 통념이 바로 우리 사회 장애환경의 본질이 되고 있다.

사회는 장애환경의 의미를 신체장애자에 대한 행동장애를 전재로 하고 있다. 그래서 접근권과 이동권으로 설명되는 물리적 환경 쪽으로 편중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 인식이다.

그러나 장애의 본질적 의미는 물리적인 환경의 장애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통의 장애로도 함께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정보와 지식에의 접근장애는 불이익이며, 개별 건축물들의 물리적 환경에 대한 개선은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먼저 사회적 소통에 관하여 살펴보면, 장애 그 자체보다도 정보에 대한 접근장애가 더 심각하고 불편할 수가 있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현실에서 사회적 소통은, 즉 정보에 대한 소통이라고 볼 수 있다. 장애인과 관련된 정보에 보다 편리하고 쉬운 접근을 통하여 정보를 선택할 수 있는 메뉴와 그것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가능하다면, 장애는 사람들 모두의 작은 차이일 뿐이다.

장애인들을 위해 종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사이트가 있다고 하자.(사회적으로 장애인 정보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효율적으로 통합되어야 하는 과제가 아직도 남아있다.)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주요시설과 장소에 접근하기 위해 필요한 충분한 정보, 교통 연계 시스템, 그 과정에서 신체장애자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들이 동시에 제공된다고 한다면, 장애인들이 이동하기에 앞서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취득하여 위험부담없이 편리하게 활동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물리적 환경의 개선이다. 편의증진법은 ‘편의시설의 설치’에서 ‘장애물의 제거’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편의시설의 설치만으로는 장애인이용시설과 비장애인 이용시설로 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 장애인 상호간에도 장애 유형별로 상반된 편의시설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 쪽 편의 편의가 다른 편의 장애물로 작용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또한 편의시설의 설치는 태생부터 장애물로 채워진 건축물, 보행로, 교통시설과 수단 등을 양산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따라서 ‘편의시설의 설치’를 인증하는 쪽으로 인증제도가 운용될 경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의 실현을 불가능하도록 국가가 인증하는 엉뚱한 결과를 낳게 될지도 모른다.

건물, 도로, 교통시설 등 일상생활 환경을 만들 때 무수한 장애물을 만들어 놓는다. 그것을 극복하기위한 수단으로 각각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종류별 편의시설을 만들기 보다는, 사회적 소통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기획 초기부터 생활환경을 계획하고 만들고 관리하여야 한다.

이용에 장애가 될 만한 요소를 미리 찾아 제거하면, 몸에 장애를 지니고 있어도 별다른 장애없이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

주거를 포함하여 우리의 일상생활공간을 사회적 소통과 함께 모두 장애물이 없도록 만들게 되면, 장애는 더 이상 동등한 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차별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차이로만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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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길 칼럼리스트
시작은 사소함이다. 비어있는 도시건축공간에 행복을 채우는 일, 그 사소함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어진 도시건축과 지어질 도시건축 속의 숨겨진 의미를 알아보는 일이 그 사소함의 시작이다. 개발시대의 도시건축은 우리에게 부를 주었지만, 문화시대의 도시건축은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 생활이 문화가 되고 문화가 생활이 되기를 바란다. 사람의 온기로 삶의 언어를 노래하는 시인이자, 사각 프레임을 통해 세상살이의 오감을 바라보는 사진작가, 도시건축 속의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통하고자하는 건축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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