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주간 감기 몸살을 앓았다. 평소 잔병치레가 심한 편은 아닌데 한 번 아프면 심하게 앓는다. 몇 년 새 아팠던 것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심한 감기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감기가 떨어질 줄 모르고 내내 기침을 토하고 있다. 따뜻한 물 한 사발 떠 놓고 글을 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집을 떠나 자취를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살면서 제일 서글플 때가 집에 먹을 것 없을 때랑 아플 때라고 한다. 28세 철없는 캥거루족인 나는 그냥 막연하게 그렇겠구나 하고 공감할 뿐이었다.
막연하게 자립생활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곤 하는 나는 혼자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때 무서운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혼자서는 파리 한 마리 못 잡는 나로서는 벌레도 무섭고 한 여름 하늘을 가르는 천둥소리도 무섭다.
그런데 최근 심하게 앓다보니 혼자 있을 때 아픈 게 제일 무섭고 서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사건이 하나 있었다.
지난 주에 병원에 다녀와서 약을 먹고 낮잠을 자려고 엄마한테 눕혀달라고 했다. 엄마는 따로 일을 하시는 게 있어서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직장에 다니시는데 나를 자리에 눕혀 놓고 엄마는 일을 하러 나가셨다.
그런데 자리에 누운 지 1시간도 안돼서 그만 구토를 하고 말았다. 다시 전화로 엄마를 부를 수밖에 없었는데, 내가 토해낸 이물질과 뒤엉킨 채 엄마를 기다리는 그 20분 동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20분 동안 생각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혼자 사는 일이었다.
만약 내가 혼자 사는데 나를 자리에 눕혀놓고 나간 사람이 엄마가 아니라 활동보조인이라던가 자원봉사자라면 어땠을까. 연락도 되지 않는다면 그 분이 다시 돌아올 시간까지 나는 꼼짝없이 토사물과 같이 몇 시간을 누워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굉장히 서럽지 않을까.
엄마가 돌아오고 내 옷과 이불을 갈아주고 간 이후에도 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혹여나 언젠가 자립을 하게 될 날이 온다면 이런 일들도 대비를 해야 하는 거구나 하고 말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혼자 살게 되거든 영양제도 잘 챙겨먹고 건강관리를 잘 해서 절대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우스운 다짐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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