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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비하 논란 마다 나타나는 두가지 논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04-25 10:31:12
얼마 전 KBS <1대 100>에 출연한 한 아나운서의 ‘한자 장애인’ 발언이 장애비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방송이 나간 이후 거센 항의가 빗발치자 방송사측이 서둘러 공식 사과문을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개재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이미 장애인들이 공영방송에 대해 적지 않은 실망과 분노를 느낀 후였다. (노컷뉴스 기사 - ‘KBS 아나운서 ‘나는 한자 장애인’… 비하발언 논란’, 2011-04-18), (엑스포츠뉴스 기사 - ‘'나는 한자 장애인'…이지연 장애인 발언에 KBS 공식 사과’, 2011-04-18)

이 발언이 가진 문제는 이미 여러 매체에서 지적한 대로 본인의 지적 능력 부족을 ‘장애’에 비유한 데 있다. 아나운서가 한자를 알지 못하는 것은 본인의 공부가 부족했기 때문이지 외부 요인의 방해로 인해 발생하는 ‘장애’에 비유될 만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각 장애인’, ‘청각 장애인’ 등의 단어는 존재하지만 ‘영어 장애인’ 또는 ‘한자 장애인’ 과 같은 단어가 쓰일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애’라는 단어의 정확한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히 ‘장애란 무언가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지적 능력의 부족과 동일시한 아나운서의 실수인 것이다.

장애비하 논란 때마다 매번 나타나는 두 가지 논리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의아했던 것 중 하나는 이번 논란을 장애인들의 지나친 피해의식 또는 비장애인들의 지나친 염려로 인한 침소봉대로 치부하는 시각들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장애인이 농담의 소재로 자유롭게 등장하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논란이 매번 일어나는 것은 비장애인과 장애인 스스로가 아직 서로를 거리감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며, 또 이러한 논란 자체가 ‘장애/비장애’의 구분 자체를 반기지 않는 장애인들에게 더욱 더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물론 필자 역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궁극적으로 구분되지 않아야 하고 장애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 다양성의 일부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그렇게 되면 누군가의 말처럼 정말 장애가 농담의 소재가 되어도 문제가 없을지 모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러한 장애비하 논란의 책임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비장애인의 침소봉대나 장애인들의 피해의식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니다.
언어의 문제를 따지기 이전에 우리나라 사람의 의식 속에는 아직도 ‘장애/비장애’의 이원적 구분과 그로 인한 비하가 남아 있으며, 이러한 논란은 그러한 잠재적 의식 표출의 한 형태일 뿐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예를 한번 들어보자.

욕설’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 또는 남을 저주하는 말’로 일반적으로는 상대를 비하하는 의미를 지닌 말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설을 들었을 때 화를 내거나 매우 언짢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욕설’이 때때로 대화 상대자와의 관계에 따라 ‘친근함’을 더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주로 남자 친구들이나 식당에 가면 간혹 만날 수 있는 ‘욕쟁이 할머니’들에게서 우리는 이러한 광경을 보게 된다. 이때의 욕설은 개인 간에 다툼이 일어날 때의 언어와 형식상 동일한 것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것에 기분 나빠하지 않으며 오히려 친근함의 표시로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욕설이 이렇게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는 까닭은 대화 상대자와의 친밀도에 있다. 상대방이 나에게 욕설을 하더라도 이미 그만큼 허물없는 사이임을 인정했기 때문에 그것이 ‘욕설’이 아닌 ‘친근감의 표현’으로 쓰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상대방에게 욕설이나 반말을 해도 좋을 정도의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평소 나에게 우호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이러한 ‘친교적 욕설’을 쓸 수 없음은 물론이다.

적지 않게 일어나는 ‘장애비하’ 논란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아직까지 장애인에 대한 비하적인 의식이 적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장애비하’ 논란이 일 때마다 장애인의 피해의식 또는 비장애인들의 호들갑 정도로 매도하는 것은, 평소에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던 사람이 나에게 욕설을 하고 ‘친구끼리인데 욕도 못하냐?’ 라고 한다거나, 서로 처음 만난 자리에서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서먹함을 없애기 위해 우리 반말로 합시다.’라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비장애인들은 대부분 장애인들에게 그 정도의 관계에는 이르지 못한 듯싶다. 또 필자를 포함한 장애인들 역시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고 가깝지 않은 사람의 욕설과 짖궂은 농담을 받아줄 만큼 대범하지 못하다.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 있는 말을 해놓고 상대의 과민반응을 탓하기 이전에 내가 상대방을 정말 우호적으로 대했을뿐만 아니라 욕을 해도 친근함의 표시로 받아줄 만큼 가깝게 지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정도의 관계가 된다면 내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은 나의 어지간한 농담이나 욕설 정도는 웃어넘길 수 있을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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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정연욱 (yu_20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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