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치마 흩날리듯 그렇게 봄날은 간다. ⓒ한경아

중절모 사회자의 시작 손짓에

연분홍 치마 흩날리며 봄날은 가고

허명순 할머니는 열아홉 허명순이로 간다

열아홉 꽃망울은 복사꽃밭서 터지고

복사가지 흔들흔들 꽃잎은 흩날린다

어찌야 쓰까이 요로코롬 피어부러서,

노래 마친 할머니도

아코디언 연주하던 중절모들도

할머니 봄날 앙큼하게 더듬어보던 나도

느티나무 아래 평상도

평상시 봄날로 간다

- 박성우 時 ‘봄날은 간다’ 中 -

봄날은 간다.

이 문장 하나로 우리는 참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어떤 이는 노래로, 어떤 이는 영화로 또 어떤 이는 시로 봄날은 간다고 했다.

어느 매체에서 조사하기를 한국의 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로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를 뽑았다고 한다.

20대 초반의 나는 도대체 그 노래가 뭐기에 시인들이 좋아한다고 했을까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찾아 들어봤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흩날리더라…….’로 시작되는 간드러지는 여자가수의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는 그 노래를 듣고 나도 모르게 울컥했었던 기억이 난다.

봄은 화려하고 짧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는 계절이 봄이다. 꽃이 피는 그 어디든지 사람들은 꽃을 보러 떠나고 모인다. 가족, 친구, 애인의 손을 잡고.

나도 봄꽃을 보러 여행을 떠났다가 샛길로 빠지는 바람에 꽃구경은 못하고 봄바람만 잔뜩 들이마시고 돌아왔다. 올해의 꽃구경은 베란다 창문 너머 길가에 서있는 벚나무 가로수로 만족하기로 했다.

연분홍빛으로 세상을 물들이던 벚꽃도 이번 주말 내리는 비에 흩어질 것이다. 처녀의 연분홍 치맛자락 흩날리듯 그렇게 길가에 흩뿌려질 것이다.

2012년, 나의 28년째 봄이 그렇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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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때 시인을 꿈꿨으나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음과 더불어 작가는 엉덩이가 무거워야한다는 이야기에 겁먹고 문학인의 길을 포기. 현재 원광디지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하여 예비사회복지사의 길과 자립생활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대한민국 평범한 20대 장애여성. 바퀴 위에 올라 앉아 내려다보고 올려다본 세상이야기를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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