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떠나는 일은 언제나 막연한 기대와 설렘을 가져다주는 것은 분명하다. 때문에 사람들은 삶의 재충전을 위해 여행의 떠나는 거라고들 한다. 그러나 그러한 여행이 가져다주는 일상의 즐거움을 만끽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게 휠체어를 타야하는 장애인의 현실이다.

잦은 출장으로 비행기를 이용하게 되면 타고내리는 순간까지 탑승할 비행기의 출입구가 공항승객용 브리지와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봐 노심초사해야 했다. 그런데 KTX 열차가 운행되면서부터는 조금은 자유롭게 열차를 이용해서 서울 등지를 오가며 업무를 볼 수가 있었다.

열차를 타고 가다보면, 내리는 눈이 차창에 사각이며 스치고 지나가는 겨울여행은 환상적이었고, 여름날 폭우가 몰아쳐도 운전 걱정 안하며 물무늬 져 내리는 차창 밖 풍경에 꿈결처럼 허우적대기도 했다.

두 다리로 달려가 보지 못한 길 위에서의 명상은 언제나 떠나고 싶은 유혹으로 나를 이끌었다. 이게 아마도 역마살이 끼어서 일거라고 지레짐작하며 일정만 생기면 망설임도 없이 바삐 떠나가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KTX 열차의 휠체어장애인 좌석에 일반 승객이 탑승을 하는 일이 잦아서 매표소에 알아보니 열차가 출발지에서 30분 전까지 장애인이 탑승하지 않으면 일반석으로 전환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매표소에서 표가 매진되었다고 말할 때가 많아졌다. 전화로 미리 예매를 하려고 하면 매진되었다고 말하다가 주저하듯이 표를 발권해주면서 비장애인 동행에게도 휠체어 좌석으로 발매를 했다.

얼마 전에 TV에서 버스나 지하철의 노약자석에 일반인이 앉아도 되는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을 보았다. 어떤 이는 "도덕은 지키든 안 지키든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빈자리로 놓아두는 것은 비효율적이니까 누구든지 앉아 있다가 노약자가 나타나면 비켜주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논쟁 자체가 넌센스인 것은 이용당사자에 대한 권리로서 인정하지 못하는 심리가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KTX 열차의 각 2호실 3좌석은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탑승료의 50%를 활인해 주고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도록 통로를 구비해 두고 있다. 2호 특실에 다른 빈자리가 많이 남아있어도 유독이 그 3좌석이 눈에 밟히는 것은 코레일 운영자의 효율성을 따지는 경영방침 때문인가. 출발역과 종착역, 그 사이의 역에서 열차를 이용해야하는 휠체어장애인이 있다면 계속되는 매진으로 그 불편함이 불을 보듯이 뻔한 데도 말이다.

최근에 공기업인 코레일이 민영화를 반대하는 서명을 받으면서 내세우는 모토가 "민영화가 되면 승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이 저하된다."는 거였다.

그렇게 말하는 코레일이 휠체어장애인은 승객으로 여기지도 않는다는 말인가. 휠체어장애인에게 내어준 좌석을 일반석으로 전환해서 얼마만한 이윤이 발생할지에 대한 수익성 계산에 앞서 공기업으로서의 체면과 공익성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장애인화장실, 장애인주차장, 각종 공공 장소의 장애인석 등등. 그곳의 비워 둔 빈자리가 아름다워야 하는 것은 그 장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고, 최소한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많이 가진 자들이 적게 가진 자들의 그 적은 것마저도 탐하듯이. 왜 그리도 아까워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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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수필, 소설 부분에서 문단에 등단한 문인이며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해 교육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자립생활의 현장에서 사랑샘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운영해 왔으며, 현재 부산장애인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에 대한 열망을 전하고, ‘장미의 화원’을 가꾸는 부지런한 정원사로서 고단한 일상에 지친 이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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