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IT 문화에서 컴퓨터는 온라인 업무, 정보 습득, 여가활동뿐만 아니라 커뮤니티를 통한 소통과 교류 등 생활의 주요한 도구가 되었다. 더욱이 중증장애인에게 있어서 IT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활동의 제약이 있는 장애인에게 있어서 사회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소통하는 중요한 매개체로서 정보와 교육을 통해 자신의 잠재능력을 계발하고, 나아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능력을 표출할 수 있는 장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스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에게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필자는 사회복지를 전공한 친구로부터 어느 교수가 ‘사회복지사가 클라이언트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살인행위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이는 극심한 빈곤과 질병에 처해 있는 사람이 사회보장에서 지원하는 서비스를 받는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사회복지사가 그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을 때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와 같이 중증장애인에게 IT접근 환경을 지원하는 것은 이들이 사회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발로 이야기해요!=A씨는 팔과 다리 모두가 자유롭지 못하며, 말을 하지 못해 휴대폰 문자를 발로 입력해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주로 누운 자세로 생활하며, 컴퓨터를 사용할 때도 누워서 발로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용하였다. 누운 자세로 모니터를 볼 때 고개를 들어야 해서 통증과 피로가 있었다.

지원내용-누워서도 편안한 각도로 모니터를 볼 수 있도록 좌식 컴퓨터 책상(워크스테이션)에 노트북 거치대를 설치하여 노트북을 보기 편한 각도로 조절하고, 마운트형 키보드를 메달아 발로 타이핑할 수 있게 타이핑스틱을 끼워 키보드를 사용하게 하였다. 또한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자세유지 쿠션도 지원되었다.

*일반적으로 워크스테이션이라고 하면 사무용 또는 기술용 단말기로 쓸 수 있는 다기능 컴퓨터를 의미하지만 본 서비스 사례에서는 컴퓨터 관련 기기들을 설치하는 컴퓨터 책상을 지칭함

1. 누워서 컴퓨터 하는 모습 2. 자세유지쿠션 3. 노트북 거치대. ⓒ이평호

서비스 이후 A씨는 이전에 컴퓨터 작업할 때 느꼈던 통증과 피로가 상당히 경감되었고, 더 오랜 시간 동안 작업할 수 있게 되었다.

작은 힘으로 되요!=B군은 척수성 근위축증의 중증장애가 있는 어린이다. 보행이 어렵고, 근력이 저하되어 큰 움직임이나 손의 기능에 제한이 있어 컴퓨터를 좋아하지만 마우스를 움직이기 어려웠고 키보드를 누르기도 힘들었다.

컴퓨터를 켤 때, 전원스위치가 작고 팔을 뻗는 동작에 제한이 있어 다른 사람이 컴퓨터를 켜주어야 했다. 스스로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중립적인 앉기 자세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의 재구성이 필요하였다.

지원내용-작은 힘으로도 누를 수 있는 키보드와 마우스가 필요하여 팬터그래픽 방식의 키보드와 미니트랙볼 마우스를 적용하였다. 컴퓨터 전원 스위치를 별도의 큰 버디스위치로 개조하여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기능적인 바른 앉기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높낮이조절 책상, 기울기가 조절되는 틸팅휠체어와 맞춤자세 유지장치 이너를 제공하여 편안한 자세를 유지하여 장시간 컴퓨터 작업할 수 있게 되었다. 책상의 전면에 몸이 닿는 부분을 반원 모양으로 만들어 책상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고 팔을 지지하여 손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하였다.

이제 B군은 컴퓨터를 하기 위해 엄마를 부르는 대신 버디스위치를 눌러 마음껏 컴퓨터를 켜고 이전보다 더 쉽게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게 되어 자신감을 되찾게 되었다.

누워서도 되요!=C 씨에게 있어서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는 컴퓨터인데, 근육병으로 인해 스스로 컴퓨터 사용하는 것이 어렵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침대에 앉아 있기조차 힘들어져 누워 쉬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컴퓨터 작업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지원내용-주로 생활하는 침실의 환경에서 컴퓨터 작업이 가능하도록 워크스테이션을 조성하였다. 워크스테이션을 구성하기 위해 사용된 보조기기는 바퀴 달린 이동형 컴퓨터 책상, 모니터암, 터치패드 마우스들이다.

워크스테이션으로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데, 이는 누워서 작업할 때와 앉아서 작업할 때 모니터의 위치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누울 때는 모니터를 측면에 두고 앉을 때는 침대 테이블의 앞쪽에 둔다.

모니터암은 모니터의 높이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로 앉아서도 누워서도 모니터를 편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터치패드 마우스를 사용하여 손가락의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마우스 조작이나 전원 켜기와 키 입력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C 씨는 침대에서 세상 소식 뿐만 아니라 게임, 영상 등 취미생활도 하고 블로거로 활동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숨만 쉬어도 할 수 있어요!=D 씨는 거의 누워서 생활하는데, 2009년 서울보조공학서비스센터의 컴퓨터접근 보조기구 지원사업을 통해 스마트나브(Smart nav), sip & puff 스위치, 컴퓨터 책상(워크스테이션)과 모니터암을 지원받았다.

지원내용-워크스테이션과 모니터암의 활용은 위 사례와 같다. 스마트나브는 컴퓨터 입력 장치의 대체마우스로 주로 모니터 위에 설치하고 마우스 포인팅을 위해 은색의 반사체 스티커가 사용되는데, 이는 사용자의 움직일 수 있는 신체 부위에 스티커를 붙여 마우스 포인터를 조작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sip & puff 스위치를 연결하여 들숨/날숨으로 클릭한다. 또는 화면상에 클릭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클릭하기도 한다.

위 사례들(사진 포함)은 서울보조공학서비스센터 홈페이지 및 블로그를 참조해 작성한 글이다.

컴퓨터를 사용하기 어려운 장애 특성과 환경에 처해 있어도 잔존능력이 한 가지라도 있다면, 그리고 그 잔존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지원된다면 누구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누워서 발가락으로, 손가락 하나로, 혹은 미세한 머리의 움직임이나 들숨날숨의 숨 쉬는 것만으로도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작은 힘으로도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보조기기가 지원되기까지

컴퓨터접근 보조기기를 지원하기 위한 과정으로 선행되는 것이 상담평가이다. 서비스 신청 후 상담평가 과정은 약 2~3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상담평가는 보조공학사, 작업치료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들로 이루어진 팀에 의해 장애평가 및 환경평가가 이루어진다.

장애평가에서는 전반적으로 신체의 기능평가가 이루어지는데, 근력과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 머리/눈/손/발 등의 각 신체 부위의 사용 여부를 확인한다.

환경평가는 직접 현장 방문을 통해 사용할 기기가 설치될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인지를 평가한다.

이와 같이 상담평가를 통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신체적 기능과 환경이 확인되면 사례회의를 통해 지원대상자 확정과 보조기기가 선정된다.

IT 접근 보조기구 보급 사업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서울보조공학서비스센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스콤이 후원하는 ‘IT 접근 보조기구 보급 사업’을 실시한다. 이 사업의 취지는 장애인의 컴퓨터접근에 대해 물리적 접근성을 향상시켜 장애인이 사회참여, 자아실현, 나아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특히 재가 중증장애인이 컴퓨터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컴퓨터 접근 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

신청 자격은 만 5세 이상의 서울, 경기, 인천 거주 등록 장애인이다. 지난해까지 서울 지역에 제한되어 있었는데, 올해부터 경기도와 인천 지역까지 확대 지원된다.

지원 내용은 컴퓨터 접근성 향상을 위하여 필요한 장애인 보조기기가 무료로 보급되는데, 종합적인 상담평가에 따라 개인별로 적합한 보조기기가 지원된다.

예를 들어 모니터암, 대체키보드, 대체마우스, 컴퓨터접근을 위한 자세유지기구, 워크스테이션, 높낮이조절 책상 등이다.

신청방법은 전화 또는 온라인으로 연중상시 접수 가능하다. 전화 02-440-5891~5, www.seoulATS.or.kr (Q&A 게시판)

서비스 절차는 상담과 방문평가 등이 필요하여 지원되기까지 약 2개월이 소요된다.

보조기기 지원사업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이 사업에서 상담평가를 통해 컴퓨터접근이 필요한 대상이라고 판단되면 지원 품목이나 지원 금액에 제한을 두지 않고 그 사람이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보조기기가 지원된다고 한다.

그리고 지원 대상에 있어서 컴퓨터접근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이면 누구나 지원 받을 수 있다.

기존의 공적급여 또는 후원 사업들이 기초생활수급자 위주로 지원되고 실제 지불능력이 없는 더 많은 비수급권 장애인들에게는 제한되어 왔던 것에 비추어볼 때, 현실적으로 중증장애인들이 컴퓨터접근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도움이 될이다.

아직까지도 보조기기 지원사업들이 지원대상이나 지원내용 또는 예산에 있어서 제한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품목의 범위가 좁고 더구나 개인별 지원 품목을 1~2개 정도로 제한하거나 지원 금액의 상한선을 두거나 본인부담금을 별도 지불해야 한다. 대부분의 보조기기가 고가여서 지불능력이 없는 장애인의 경우 20%의 본인부담금조차 부담스러워 신청을 못하거나 여러 개의 기기를 구입할 경우 본인부담금이 많아져 구입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기기의 내구연한 이내에 사용자에게 맞지 않더라고 재신청하는 것에 제한이 있고, 한 품목을 지원받은 후 일정 기간 내에 필요한 것이 있더라도 신청할 수 없는 경우들이 있다.

그래서 지원받은 기기를 사용하기 위해 보완 장치가 필요한 경우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하면 사용 환경의 제약이 있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오히려 예산이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위 서비스 사례들에서도 보았듯이 장애가 중증일수록 다각도의 지원이 필요하다. 품목을 제한하기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나 시스템까지 고려하여 총체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컴퓨터접근이라는 목표를 위해 다양한 대체마우스나 대체키보드, 스위치와 같은 인터페이스뿐만 아니라 컴퓨터 작업을 할 때 기능적 자세를 유지하기 위한 쿠션, 높낮이조절 책상, 맞춤자세유지 의자까지 고려되어야 한다.

다각도의 컴퓨터접근 환경을 지원하는 것은 중증장애인들의 사회활동과 취업의 기반을 제공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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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평호 칼럼리스트
나사렛대학교에서 재활공학을 전공했으며, 보조공학기기 개발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지내오면서 주변의 친구들이나 아는 장애인들이 보조공학기기 관련 정보와 사용하고 있는 보조기구의 관리 요령들을 잘 몰라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며 늘 남의 일 같지 않았다.장애인당사자로서 사용하고 체험한 기기들에 대한 소개와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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