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장애인총선연대의 비례대표 추천인물의 행적을 두고 인터넷이 뜨거웠다. 지역의 대표성으로 참여하게 되어 그 중심의 역할에 충실했던 필자에게 혹자는‘낙동강 오리알’이라 하기도 하고,‘이미 짜 놓은 각본의 들러리’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욕심을 버리고 나의 마음이 잠잠해지고 맑아질 때까지 그 마음의 한가운데를 들여다보는 일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남이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 바로 이기주의라는 말이었다. 이기주의(利己主義)란 나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기주의 자체는 본능과 가깝다는 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동물적 본능에만 급급할 수 없는 사회적 관계 속의 나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가족의 이익과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의 이익과 더 나아가서 국가적 이익까지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어느 정도 그릇이 되느냐? 하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기(己)의 개념이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생각하고 판단할 문제이다.

장애인의 정치참여와 정치세력화를 위해 장애인총선연대에서 장애계의 이익을 대변할 비례대표를 추천하겠다는 발상은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 아무리‘정치참여' 그 자체에 의미를 둔다 하더라도 모순이 많았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어느 정당 할 것 없이 비례대표로 내세우는 인물은 자신들의 당에 가장 충실하고 이익이 될 만한 인물을 내세우려 할 것이다. 그 인물이란 하나의 상징성 혹은 상품성을 갖추면 된다. 그러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한두 명의 역할에 장애계의 명운이 달린 양 착각해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장애인총선연대가 중대 위기에 처한 작금의 사태와 장애인총선연대의 시나리오에 따라 각자가 맡은 배역을 소화해 내며 축제의 무대로 마무리될 줄 알았던 비례대표 추천후보자들과 각 단체 배심원들의 망연자실함은 아무도 책임지는 이 없는 피해자들임에 확실하다.

어떤 음모가 있었는지 어떤 야합이 있었는지 알고 싶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다.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는가. 누군가가 반칙을 했고, 그 반칙이 받아들여지는 데가 정치계라는 것을 보았고. 그 반칙을 부추기는 장애계의 한심한 작태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측은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이 모든 과정에서 기본원칙을 지켜나가는 일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배웠기 때문이다. 아무리 세상에 불신과 반칙이 난무하더라도 결국은 원칙과 기본이 승리할 것이란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희망을 발견해 내는 일이 남은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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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수필, 소설 부분에서 문단에 등단한 문인이며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해 교육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자립생활의 현장에서 사랑샘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운영해 왔으며, 현재 부산장애인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에 대한 열망을 전하고, ‘장미의 화원’을 가꾸는 부지런한 정원사로서 고단한 일상에 지친 이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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