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우선구매제도는 장애인복지법상에 이미 존재했었다. 다만 정확한 할당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장애인 생산품을 조달청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구입할 수 있는 근거로만 작용하고 있었고, 이 법과 제도를 통하여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생산한 제품들은 수의계약으로 정부에 구매되었다.

그러다가 ‘중증장애인우선구매촉진에 관한 법’이 제정되었다. 중증장애인의 생산품이 우선적으로 구매됨으로 인하여 경증장애인의 생산품에 대한 판로가 방해된다는 저항은 전혀 없었다.

중증장애인 생산품이라고 하여 반드시 중증장애인만이 생산한 것이 아니고 어느 정도의 중증장애인 비율을 충족한 사업장이었고, 어차피 그러한 조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어 종전의 업체와 별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조달품의 1%라는 비율을 의무화하여 정함으로써 시장은 넓어졌기 때문이다.

종전의 우선구매 혜택을 보던 시설 중 모든 시설이 중증장애인생산시설로서 단 한 곳도 피해가 없었을까?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동일한 집단 내의 내부의 문제로서 목소리를 내기에는 힘이 약했을 것이다.

중증장애인우선구매법은 우선구매를 정하기는 하였으나, 중소기업판매촉진법에 의한 우선구매에 중증장애인 생산품이 끼어드는 것으로, 법이 완전 독립적이지 못하다보니 장애인의 생산시설의 형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장애인단체를 중소기업으로 간주하고 혜택을 조금 부여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러한 구매 허가권을 중기청에 의존하게 되었다. 여성경영기업은 5%, 중소기업은 50%가 우선구매되는 것에 비하면 1%라는 것은 아주 적은 양이지만, 그 책임량마저 단 한 번도 채워본 적이 없이 항상 매년 미달되었다.

중증장애인생산시설 260곳이 2,600억 정도 규모의 납품을 하였다면 1개소당 10억 원의 매출은 한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비교적 규모 큰 기관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국가유공자 기관인 보훈관련 기관도 1%에 포함돼 사실상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중증장애인생산품의 우선구매가 상당한 수익을 보장해 주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조달청 구매액 40조의 1%와 중소기업청 구매액의 1%를 기준으로 하면 8천억의 35%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을 개정하여 표준사업장도 우선구매를 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고 5월 18대 마지막 국회에서 다루어지거나 다음 국회에서 다시 거론될지도 모르겠다.

장애인 표준사업장 역시 중증장애인을 고용하여 경쟁기업으로서 소득을 보장받기가 어렵고 147개 표준사업장 중 80개 정도 외에는 사실상 문을 닫은 실정이어서 장애인의 고용 안정을 위해서라도 우선구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반대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먼저 표준사업장은 경영자가 개인이어서 이익을 장애인에게 나눠주지 않고 사장이 가져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이 이윤을 장애인에게 돌려주는가 하면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임금은 더 낮고 이익금은 단체의 수익이 된다. 단체의 수익이니 개인은 아니라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성기업 등은 5배나 우선구매량이 많음에도 개인사업장이 보호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의 이윤이라는 것을 반대 기준으로 삼기에는 부적절해 보인다.

오히려 경쟁력이 약한 현재의 중증장애인생산시설이 표준사업장과 경쟁을 하게 되므로 반대한다는 것이 핵심적 이유일 것이다.

표준사업장의 우선구매액 1%는 현재의 1%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이 1%를 보장하는 것으로, 장애인 생산품 구매액이 배로 늘어나는 것이라고는 하나 제품이 동일하여 겹칠 경우 표준사업장이 납품하게 되면 기존시장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왜 우리 장애인 내부에서 서로 반대하고 다투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의 권한을 침해받지 않기 위해서 우리 전체의 이익을 외면해야 하는가도 문제다.

서로 제품을 나누어 처음부터 생산품을 겹치지 않게 하거나, 표준사업장이 절대 침범하지 않는 상품을 정하여 이를 지키게 하면 어떨까?

그러나 언젠가는 침범할 수도 있고 그 것을 협회나 단체들이 인정한들 개별적 회사가 완벽하게 지켜진다는 보장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라는 불신도 있다.

국회나 외부에서 장애인을 다수 고용하고 있는 표준사업장이나 다수고용사업장 제품의 우선구매를 제도화해 주려고 하는데, 우리 장애인끼리 다투어서 개인이 사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단체가 장애인을 다수 고용하여 우선구매제도의 도움을 받아야 살아남을 정도로 어렵다면 그 경영주가 개인이라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히려 장애인 근로자의 최저 임금은 보장하므로 그렇지 않은 복지관의 중증장애인시설보다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중증장애인 근로자를 빼앗길까봐 두려워서, 우선구매 납품을 방해받을까봐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 모두의 이익이 되는, 전체 시장을 넓히는 것을 막아버리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싫으면 반대만 하는 것이고 나와 관련이 없으면 알 바가 아니고, 나에게 피해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면 목숨을 걸고 반대를 하여 집단민원화한다는 것은 답이 아니다. 나도 보호를 받으면서 다른 사람들도 도움이 되도록 협조하는 방법은 없을지 같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속이 좋지 않아 죽을 준비하라고 지시를 하자, 죽으라는 줄 알고 제발이 저려서 칼을 입에 물고 죽을 준비를 하면 되겠는가?

현재의 납품을 그대로 보장받으면서 신규로 표준사업장이 우선구매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직업재활협회가 중증장애인 표준사업장에 대한 실사를 하고 중복되는 제품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우선구매를 하도록 해도 될 것이다.

앞으로 시설이 늘어날 것까지 감안해 어떤 시설이 늘어날지도 모르니 모든 새로운 우선구매는 절대 안 된다고 한다면 장애인생산시설은 장애인의 직업재활을 위한 시설 본연의 임무를 버리고 특혜나 누리는 시설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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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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