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의 통합 논의는 여러 차례 있어 왔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교과부와 노동부가 통합되어 교육과 취업을 연계하는 것이 한 부처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는 국가도 있고, 복지부와 노동부를 통합하여 취업으로 인한 복지를 복지의 가장 중요한 업무로 생각하는 국가도 있다.

심지어 인도의 경우처럼 복지부와 법무부가 하나로 합쳐져서 법이나 복지가 모두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는 사례도 있다.

우리의 경우 보건과 복지가 한 부처에 있기 때문에 보건이라는 의료적 모델을 복지가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2002년 장애인 정책의 시행에서 복지와 노등을 하나로 묶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해서 고용촉진법 개정이 시도되기도 했다. 결국 장애인고용 예산의 일부를 복지부가 가져와 노동부와 협의하여 중증장애인의 고용에 관한 사업들을 하기로 합의했다.

그렇게 해서 장애인 단체가 장애인 취업 알선이나 작업장 운영 등을 하는 데 지원의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고, 일반 경쟁노동 시장이 아닌 보호고용이 많은 발전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두 부처 간의 긴밀한 협력이라는 것이 사실상 쉽지도 않고, 복지부에서는 일반회계 예산 확보로 별도의 장애인 고용 관련 사업들을 하게 되면서 예산을 가져오지 않는 이상 굳이 협력체계가 법적으로 필요하지 않다고 하여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개정되어 법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단어는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그렇게 되고 보니, 두 부처에서 모두 장애인 고용 정책을 펼치게 됐고, 이 것이 중복사업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공단과 개발원을 합하거나 업무를 한 곳으로 몰자는 이야기가 논의되기 시작한 지점이 바로 여기서부터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단이 합쳐질 수 있을까?

두 기관을 합하여 장애인공단을 만들자는 주장도 있고, 장애인청을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복지 전반의 정책 연구 기능을 하는 개발원과 직업과 고용의 문제를 다루는 공단은 전혀 성격이 다르다.

연구기관이 사업 수행기관과 합친다는 것도 격에 맞지 않다. 물론 개발원이 장애인 고용이나 직업재활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것의 중복이 문제라면 이 업무만 한 곳으로 합치면 되는 것이지 기관을 굳이 합칠 이유는 없다.

전국 지사를 가지고 있는 공단과 중앙 정책연구가 업무인 장애인개발원의 법적 근거도 각기 달라서 장애인복지법과 고용촉진법을 합치자는 이야기와 동일시 될 수도 있다.

공단은 장애인의 고용에 있어 경쟁노동 시장에 장애인이 진입하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장애인개발원은 그렇지 못한 보호고용 시장을 지원하는 업무를 주로 하므로 사실상 업무 성격도 전혀 다르다.

다만 장애인단체의 취업알선 수탁 기관은 공단 산하로 이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애인단체에서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을 지원하여 취업 실적이 나오면 두 기관에 모두 결과를 보고하고, 전산시스템도 두 기관의 망을 모두 이용해아 하는 것도 담당 직원의 행정 업무만 늘리는 결과가 되고 있다.

굳이 장애인 고용 문제가 아니더라도 노인이나 다문화, 새터민의 고용 문제를 보건복지부는 다루고 있고, 복지가 노동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따라서 진정 논의를 한다면 고용공단과 장애인개발원의 통합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부와 복지부의 통합을 논의해야 한다.

장애인 고용을 위한 시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에게도 책무가 있다고 법은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지자체별 장애인작업장의 지원이나 각종 장애인 고용에 대한 시책을 이행하고 있다.

이 것도 중복이라면 지자체와 노동부를 합치자고 논의해야 하는가?

복지 차원에서 운영하는 직업재활시설과 노동부의 관리 아래 있는 기업이 동일하게 취급될 수 없다. 그러므로 분명 두 부처의 업무는 다른 것이다.

공단에서 과거 장애인이 출퇴근을 하려면 자동차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출퇴근용 자동차 구입비를 융자해 주는 제도를 시행했었다.

그런데 사실 자동차가 필요한 것은 이동의 문제로 출퇴근 용도만에 구입 자금을 융자해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 업무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업무가 이관된 것을 모르고 공단의 자동차 구입자금 융자 제도 자체가 아예 폐기된 것으로만 알아서 자동차를 구입 자금을 빌릴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이렇듯 업무가 이관되면 한동안 혼동과 홍보 부족으로 인한 서비스 욕구가 있음에도 이용하지 못하는 억울한 장애인도 나타나게 된다.

만족도가 낮다거나 제도 시행에 불만이 있다고 하여 기관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개선하도록 노력하기보다 먼저 기관을 공격부터 하고 보는 것은 오히려 혼선을 가중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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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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