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격에 대하여 한 장애인단체가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취업을 하면 수급자격에서 탈락하여 안정적 고용을 유지하지 못하며, 의료급여 등 혜택을 잃게 되고, 일을 하더라도 일하지 않고 받는 혜택보다 더 좋은 조건을 받지 못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장애인이 일하더라도 저임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수급자에서 벗어날 노력을 하지 않게 되므로 수급자에게 취업을 통한 소득이 생기더라도 모든 혜택을 2, 3년은 유보해 주어야 탈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성명서가 잘 못 알고 한 발표라고 답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자격 기준은 취업을 한다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소득이 얼마인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므로 취업은 판단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명서에서 취업이라는 것은 소득을 얻는 행위를 말한 것인데, 취업으로 소득이 생기면 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오히려 일하지 않아야 혜택이 유지되는 제도는 수정되어야 하나, 현재의 혜택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혜택을 받을 대상을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 혜택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다.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정책에 대하여 많은 언론들이 문제를 제기하였고, 보건복지부도 희망키움통장을 가입하면 수급자를 탈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완전히 벗어나도록 유도하기 위해 2년간 의료급여와 교육급여를 유보한다는 것을 보면, 문제를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복지부는 문제를 알고 있다고 답하여야 했다. 그런데 취업과 수급자와는 무관하므로 성명서가 잘못된 것이라 했다.

이렇게 엉뚱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문제를 비껴나가고 본질을 흐리는 것은 국민의 욕구를 외면하는, 하나의 공무원의 기술로 자리하였다.

장애인고용공단은 2012년에는 평소의 관례를 깨고 사업설명회를 공개적으로 시행하였다. 달라지는 사업은 연계고용 75%를 50%까지만 축소하여 인정한다는 것, 취업성공패키지 사업 중 장애인 분야는 위탁을 받아 3,500명을 대상으로 사업을 실시한다는 것,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재활보조기기를 4인 이하의 사업주에게도 제공한다는 것, 그리고 장려금 지급 절차를 개선했다는 것 정도였다.

중증장애인 일자리를 대대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거나, 특정 사업의 예산을 집중투자하여 육성하겠다거나, 표준사업장에 대한 공동 브랜드를 통한 유통과 생산에 공단이 직접 나서겠다거나, 고용장려금을 과거 수준으로 다시 상향하겠다거나, 일자리를 몇 개 이상 개발하겠다거나, 의무고용율 증가로 늘어난 예산의 신규 사업을 계획한다거나 하는 등의 혁신적인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공단은 근로자의 출퇴근을 지원할 자동차 구입비 융자사업은 보건복지부로 이관시키고, 보건복지부에 지원하던 고용촉진기금의 폐지로 새로운 예산을 확보한 셈임에도 사업에는 별 다른 변화가 없다.

또한 창업지원금은 중기청으로 넘기고 그야말로 고용의 핵심적 사업만 안게 되었는데, 사업은 해마다 대상을 조금 늘이는 수준에서 ‘사업의 확대’라고 한다.

행안부 소관인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정보화사업들은 정보화 기기보급, 온라인 교육, 정보화 교육사업, 접근성 인증사업, 통신중개사업 등 장애인정책발전 5개년 계획의 1차에서 3차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예산도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목표는 동일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고 예산도 비슷 비슷한데, 목표 달성 성과는 높게 나오므로 평가는 잘 받는 결과를 만든다.

예산은 적게 들면서 새로운 계획도 없이 서비스 ‘대상의 확대’라는 이름으로 받는 평가는 사실 별 의미가 없다. 장애인 사업의 평가는 다양한 사업을 하는 복지부만 불리하다.

실제로 3차 장애인 정책발전5개년 계획의 중간 평가에서 가장 점수가 적게 나왔다.

정책 평가를 잘 받는 비결은 사업수를 적게, 예산을 적게 들이도록 하여 예산확보가 확실하게 하고, 목표를 낮추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속사업으로 지속적으로만 하면 된다.

이제 장애인정책발전 5개년 계획의 3차는 2012년으로 마감하고 제4차 계획을 수립할 때이다.

각 부처의 계획을 총망라하는 수준에서, 장애인 관련 기존 사업을 발굴하여 나열식으로만 계획이 수립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 없이, 예산 투입을 걱정하여 적절히 선언적 비예산 운동 중심으로 만들어져서도 안 되며, 과거 지속적으로 해 오던 사업의 연속은 핵심 과제가 아닌 연속사업으로 별도로 표기하든가 하여 그저 조금의 예산이나 대상 확대가 마치 새로운 사업인양 둔갑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재경부와 복지부에서 지난 해 기초생활 수급자가 취업을 하여 소득이 늘어나 수급자에서 제외되더라도 의료급여 등은 2년 간 유지하는 것을 실시하겠다고 하더니, 그 것이 이제 특정 당의 공약으로 발표되었다.

정부의 힘으로 실시하기에 힘이 들어 정당의 힘을 빌어온 것인지, 그래서 칭찬을 해야 하는 것인지, 실현 가능성 있는 제도의 실시를 보류하고 정당에 정책을 판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실천 의지가 약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까지 흔히들 말하니, 새로운 정책의 도입에 대하여 두려움이나 주저함, 신중함을 가진 것이 공무원일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에게서 획기적인 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 국가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무원 사회가 경직되어 시민의 힘으로 밀어붙여 개혁을 할 경우 국정은 혼란스러운 것이며, 그만큼 많은 에너지가 낭비된다. 개혁을 선도하는 공무원, 정책개선에 솔선수범하는 공무원 사회가 차기 정부에서는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런 자세가 없이 소통을 강조하면서 하는 대화는 하품만 나오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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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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