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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보다 값진, 내가 가고 있는 길’

민박집 ‘희망일기’ 프롤로그-민양 이야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02-28 17:29:38
에이블뉴스에 글을 쓰기로 해놓고 한동안 개시를 못했다. 다른 칼럼니스트들과 달리 우리는 부부가 함께 쓰는 코너여서 어떤 식으로 접근을 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얼마 전 친정집에 가면서 남편은 “이 길을 또 가네” 하며 미소를 지었다. 한때는 그에게 이 길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길이었으리라. 자신이 사고를 당하고 장애인이 되었던 그곳. 남편은 그 동네가 고향인 나를 아내로 맞았다. 같은 곳을 추억하고 있었던 탓에 대화가 더 잘 되었던 우리는 부부의 연을 맺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남편은 이내 이 길을 가면서 우리가 서로 다른 느낌인 것을 써보자 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나에게는 그저 즐거운 친정 가는 길. 남편에게는 또 다른 느낌의 이 길. 남편에게는 자신에게 장애를 안겨준 길, 나에게는 세상의 편견을 넘어 장애인 가족으로서의 삶을 가게 해준 길. 장애인으로 바라보는 세상, 비장애인으로 함께 바라보는 세상.

남편이 만약 그때 이 길을 오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장애인이 되지 않았겠지. 만약, 그때 사고가 나지 않아 이 길을 가지 않았다면, 그래도 장애인이 되지 않았겠지. 선택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그 선택에 대한 옳고 그름, 혹은 좋고 나쁨을 절대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답이 언제나 미리 나와 있지 않기에 우리는 그 누구도 답을 보고 선택을 할 수는 없다.

‘내가 선택한 길’ 그리고 ‘내가 가지 않은 길’ 좋은 결과 뒤에는 내가 옳은 길을 갔다 할 것이고 나쁜 결과 뒤에는 내가 가지 않을 길이 후회로 남을 것이다. 한때는 남편에게 이 길이 후회의 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장애를 수용하고 또 다른 희망을 향해 달려 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 이 길이 그에게는 후회의 길이 아닌 ‘가 볼만 한 길’로 변해있었다. 결과가 같아도 이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길은 또 다른 의미의 길이 된다.

남편이 이십대 초반에 아이의 아빠가 되고 가장으로서 책임감으로 선택해야만 했던 그 길처럼 나도 하나의 길을 선택했다. 나는 그저 그 길이 평온해 보였고 절대 나의 삶을 고단하게 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가는 길에 자갈밭도 있을 것이고 가시덤불도 나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자갈밭이면 좀 더 천천히 걸으면 되고 가시덤불이면 헤쳐서 내 길을 만들면 될 거라 생각했다. 적어도 그 길을 동행할 이의 의지와 사랑을 나는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은 내가 바라보는 것과는 참 많이 달랐다. 내가 그 길을 가겠다고 했을 때, 응원을 해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길을 가고자 하는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들, 심지어 내가 가려는 그 길에 돌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왜 장애인이랑 결혼을 하려고 하느냐, 왜 힘든 길로 가려고 하느냐... 짐작했던 말들도 있었지만 전혀 생각지 못한 말들과 행동들도 많았다. 그랬다. 그것이 아직 우리 사회의 시선이다.

나는 그들이 그런 소리를 할 때마다 더 의지가 강해졌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결혼할 수 있고, 비장애인도 장애인과 결혼할 수 있으며 그 결혼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동반자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결혼생활 일 년도 못 갈 것이라는 사람들에게는 3년 이라는 결혼 생활로 잘 살고 있음을 보여줬고, 고생하며 힘든 결혼 생활을 할 것이라는 사람들에게는 결혼 후 오히려 밝게 변한 우리의 인상이, 그리고 닭살스러운 우리의 애정 표현들이 행복함을 보여줬다.

나는 아직 내가 선택한 이 길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니,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선택, 가장 잘 가고 있는 길이라고 자부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삶을 살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많은 이들에게 또 다른 희망의, 용기의 씨앗이 되어 주고 싶다.

결혼은, 그리고 삶은 장애와 비장애가 행복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란 것을. 그저 남자와 여자가 있을 뿐이며 세상 모든 남녀가 그렇듯 용기와 사랑과 이해가 필요할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반년 만에 만나는 친정어머니와 아버지. 우리 차 소리가 나기 전부터 창밖을 보며 기다리고 계신다. 그토록 오랜 만에 찾은 친정이었는데. 집에 도착할 때 눈이 내려버렸다. 눈 길 운전이 염려되시는 부모님 때문에 결국 도착한지 두 시간 만에 쫓겨났다. 백두대간 800미터 정도에 위치한 친정집. 오늘은 그런 친정집이 살짝 아쉽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남자와 여자, 그래서 다른 시선이 생길 수 있다. 우리에게는 남자와 여자 외에 장애와 비장애라는 세상의 기준에서 또 다른 시선이 생길수도 있다.

나는 그저 장애인 남편과 살면서 생기는 소소한 일상들을 담아보고자 한다. 세상 여느 부부와 다름없이 때로는 바가지 긁는 소리도 나고, 때로는 고소한 참기를 냄새도 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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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민솔희 칼럼니스트 민솔희블로그 (sanmindl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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