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여행-부산 해운대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만끽하며. ⓒ소민지

처음에 에이블 뉴스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어떤 글으로 시작할지 미리 준비해두었으나 필자가 소개글에 적은 ‘농인’이라는 말을 에이블 뉴스측에서 언론사의 의무를 위해 법정용어인 ‘청각장애인’으로 모두 바꾸어 올린 것을 보고 이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다.

청각장애인을 바라보는 관점은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병리학적 관점과 문화학적 관점이다.

첫 번째, 병리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청각장애인은 의학적으로 청력에 문제가 있어 고쳐야 할 대상으로 판단하고, 보청기나 인공와우 등 보조기기를 통해 청능훈련과 언어치료를 받는 ‘치료’에 목적을 둔다.

두 번째, 문화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청각장애인은 스스로 자신을 ‘농인’이라 표현하고 수화를 모국어로 쓰며, 농인 특유의 문화 및 농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진다.

병리학적 관점을 가진 청각장애인으로 살았을 때의 나는 귀에 착용한 보청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말을 할 때 의아함을 가지고 바라보는 시선이 견디기 어려웠다.

물론 보청기를 통해 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언어적 분별이 어려웠고, 언어치료를 통해 발음을 교정받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청각장애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꺼려졌고, 결국에는 청각장애가 없었다면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나 자신과 장애를 원망했다.

이러한 원망을 깨끗히 씻어준 것은 다름 아닌 수화였다. 음성언어를 쓸 때는 알아듣지 못해서 항상 마음 한구석에 답답함과 소외감이 있었는데, 수화를 언어로 쓰게 되니 눈으로 모두 알아볼 수 있어서 의사소통에 부족함이 없어지고, 그에 따른 답답함과 소외감이 없어지면서 ‘나’와 ‘장애’를 원망하지 않게 된 것이다.

수화로 소통하거나 혹은 수화통역사를 통해 의사소통의 불편함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되면서 나는 내 장애가 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불편함 때문에 장애를 원망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병리학적 관점의 청각장애인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법정용어이기도 해서 더욱 널리 쓰이고 있으며, 일부 청각장애인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필자 자신도 청각장애인이라는 용어에 거부감이 없다. 그렇지만 이 칼럼에서는 필자를 변화시킨 ‘농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내용을 진행할 계획이며, 이에 대해 에이블 뉴스사에 미리 양해를 구한다.

한 달 늦은 인사글을 쓰기 위해 고민을 너무 많이 했더니 본의아니게 딱딱한 분위기의 글로 인사드리게 되었다. 실제의 필자는 직장에 다니면서 가끔은 소소한 여행으로 일탈의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하는 등 매우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새내기 사회인이다.

앞으로 1년동안 부족한 글솜씨나마 농인이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려고 하니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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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지 칼럼리스트
양천구수화통역센터 청각장애인통역사로 근무하고 있다.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벗어나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새내기 사회인이다. 청각장애인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청각장애인 특유의 문화 및 사회, 그리고 수화에 대해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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