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전윤선

완도 항에서 청산도행 표를 구매했다. 그 날따라 해안엔 안개가 짙게 깔려 출항을 앞둔 배들은 발이 묶이고 말았다. 섬으로 가는 주민들은 대합실에서 안개가 걷히기만을 기다린다. 동료들과 배가 출항하기만 기다리며 수다를 떨고 있는데 노인이 다가온다.

"청산도로 가요~잉?"

"네~청산도가 경치가 빼어나다고 해서요"

"난 청산도 주민인데요~잉. 참말로 아름답지요잉~, 내 칠십 평생 살았어도 청산도는 실증나질 안다니께요잉~"

노인의 말을 들으니 더욱 더 청산이 그리워진다. 삼 년 전 청산도에 갔었다. 그 땐 승용차를 이용해 섬으로 가서 그런지 섬 한 바퀴를 빙 도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만……. 고요한 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홀로핀 꽃들이 외롭게 청산을 지키고 있는 것같아 쓸쓸했다.

너무 아름다워 외로웠고 너무 아름다워 쓸쓸했던 청산도. 그러나 지금 가는 청산도는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않다. 내 발로 걸어서 가는 청산도……. 내 친구들과 함께 가는 청산도……. 그리움 묻어두고 온 청산도는 그저 그리워서 또 그렇게 찾게 되었다.

오전 11시쯤 첫 배가 출발한다. 청산도행 샤량아일랜드호의 기적이 울린다. 차량도 싣고 사람도 싣고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우리도 함께 승선했다. 우려와는 달리 바다는 길을 훤히 열어주고 있다. 감쪽같이 사라진 안개, 남해에 푸르름을 더 한 바다 청산에 살고지고 청산에 살고지고.

힘차게 슬로 길을 향해 달린다. 핫둘, 핫둘. 언덕을 올라 보니 숙연함과 함께 슬픔이 밀려온다. 기쁨이 넘치면 눈물이 난다 했던가? 내 발로 걸어 온 청산은 슬프도록 시린 바다를 선사하고 있다.

너무 아름다워 가슴 속에 다 담지 못해 슬프다. 너무 고요하여 심장소리마저 크게 들려 자연을 깨울 것 같아 슬프다. 너무 아득하고 고독한 청산에 심장은 그대로 멈출 것 같고, 눈동자의 동공은 아름다운 청산을 스캔하느라 바쁘다. 소리 없이 움직이는 눈동자, 가슴으로 다가선 청산에 오감을 만족하는 촉이 날카롭게 새워진다.

바쁠 것도 싸움도 없을 것만 같은 이곳에서 난 오늘 그 자리에 굳어버린다. 이대로 돌장승이 되어도 나는 행복하여라. '슬로 길'이란 이정표가 길을 안내한다. '봄의 왈츠', '서편제 길' 이정표가 알려준 대로 따라가니 키 낮은 돌담길이 서편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아리 아리랑~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에~애에에~. 아리랑 음음음음 아라리가 ~났네."

흑백필림 속에서 서편제는 장고를 두들기며 흥에 겨운 아리랑을 불러제낀다

삶의 애한을 진도아리랑에 담아 돌담길을 걸으며 덩실덩실 춤추고 목청이 터져라 아리랑을 부른다. 저 길에 내가 서 있고 과거 영화 속 서편제 주인공인 오정해와 김명권이 과거의 시간 속에서 함께 공존한다.

기억 속에서 빠져 나왔더니 그 앞엔 하얀 집이 바다를 내려다보며 앉아 있다. 봄의 왈츠 주인공이 이 곳에서 만나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가진 그 곳. 봄의 왈츠~ 노란 유채꽃이 만발하고 겨울에서 채 빠져나오지 못한 청산도 의 봄은 그들에게 새로운 운명을 만나게 한다.

잘 생긴 서양풍의 하얀 집은 돌담길과 언밸런스. 하지만 서편제와 봄의 왈츠는 서로 다르지만 서로 닮을 꼴을 하고 있다. 하얀 집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걷는다. 오른쪽은 쪽빛 바다가 펼쳐져 있고, 그 길을 따라 어딘지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길은 '슬로 길'이라는 파란색 화살표로 여행객을 안내한다.

저 길 어딘가에 내가 가고자 했던 그 곳. 그 곳이 있을 것 만 같아 무작정 걷고 또 걸어간다.

슬로 길은 잘 닦여 있다 슬로 섬 청산 여행자는 걷고 또 걷는 것을 여행의 화두로 삼는다. 휙~하고 빠르게 지나쳐 버리는 여행이 아닌 느리고 또 느려서 온갖 세상의 생명들을 만날 수 있는 슬로 길. 슬로길 담벼락엔 작은 들꽃이 피어 바다를 짝사랑하고 있다. 경계의 계절임에도 나비와 벌은 그 꽃을 따라 움직임이 분주하다 섬 둘레 길을 걷다보니 탄성을 절로 나온다.

둘레 길 중간에 초분(草墳)이 있다 사전이나 티브이에서 본 초분은 서남 해안이나 섬에서 송장을 풀이나 짚으로 덮어 두는 장례 방법으로, 3년 내지 10년 동안 그대로 두었다가 살이 다 썩은 뒤에 뼈를 골라 시루에 쪄서 땅에 묻는다고 한다.

실제로 초분 안을 들여다 볼 수는 없지만 지리적 특색이 남아있는 초분은 나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초분을 뒤로하고 슬로 길을 걸어간다. 바다와 함께 하고 청산과 함께하니 아!! ~ 자유로움이여!

가는 길

완도, 청산도까지는 승용차를 이용하거나 리프트 장착 차량을 이용한다. 고속버스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은 이용할수 없다. KTX나 무궁화호를 이용하여 목포까지 갈 수 있다. 그러나 목포에서 리프트 장착 차량을 대여하는 곳이 없으니 참고해야 한다. 청산도는 완도항에서 배를 타고 50분정도 가야 한다.

리프트차량 대여

- 한벗차량담당 010-4631-0103

- 피노키오장애인자립생활센터 02-967-4540/ http://www.ilpnc.org/

- 홍익관광 02-3141-8500 / http://www.hongiktour.co.kr

- 완도항 :전남 완도군 완도읍 군내리 1255 061-550-4000/ARS 1544-1114

숙박

완도항 근처엔 숙박할만 곳이 많아 직접 고르면 된다.

먹거리

상 호: 막 끌리네

메 뉴: 김 굴국 및 백반

가 격: 8,000~10,00원

전 화: 061)552-8572

접근성: 휠체어 접근가능

위 치: 청산도 내

기 타: 이 밖에도 완도항 근처에 휠체어가 접근할만한 식당이 많아 입맛대로 고라먹는 재미

문 의: 휠체어 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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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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