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사자가 있었습니다.

둘은 죽도록 사랑합니다.

둘은 혼인을 했습니다.

둘은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합니다.

소가 최선을 다해서

맛있는 풀을 날마다

사자에게 대접했습니다.

사자는 풀이 싫었지만 참았습니다.

사자도 최선을 다해서

맛있는 살코기를

소에게 대접했습니다.

소도 괴로웠지만 참았습니다.

참을성은 한계가 있습니다.

둘은 마주앉아 이야기합니다.

소와 사자는 다투었습니다.

끝내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헤어지며 서로에게 한말은

"나는 최선을 다했다"였습니다.

'소와 사자의 사랑이야기'라는 우화이다.

상담에서 서로 간의 갈등을 이해하는데 자주 인용되는 소재이다. 사람사이에 일어나는 많은 갈등들을 조합하여 결론을 내려보면, 우화의 내용처럼 서로 다름을 알지 못하는 것이 원인 중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인지, 정서, 행동에 어떤 패턴을 가지게 되는 데는 많은 요인들이 있다. 심리나 신체의 특징을 만드는 유전적 요소, 교육의 정도, 문화, 가족 구성원 등 개인을 둘러싼 환경들은 각 개인이 사고하고, 느끼고, 행동하는데 서로 다름의 차이를 만든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다름의 차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보다 큰 조직과 조직, 집단과 집단, 국가와 국가 간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전통이나 문화적 특성을 도외시하고 외국의 정책을 무조건식으로 도입하여 문제가 야기되는 경우를 우리는 더러 볼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장애인의 복지를 위하여 많은 예산을 투입해 제도나 정책들을 만들고 시행하여 왔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은 세상을 살아가기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새로운 제도나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과 위정자들은 장애인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기 위하여 저마다 연구를 하고 정책을 이렇게 저렇게 만들었다고 발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들은 만족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무엇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이런 견해의 차이는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예산 논리나 복지와 관련된 이론적 틀이나 정책의 구성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다름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데 있다고 본다.

휠체어에 앉아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높이와 두 발로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높이가 다르듯이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에도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바라보는 세계는 동일한 세계이긴 하지만 경험하는 세상의 실체는 확연히 다름과 같이, 인식하는 바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와 사자의 사랑이야기'에서 보듯이 사랑에는 관심과 배려가 우선이어야 한다. 내가 맛있고 내 몸에 좋은 것이라고 해서 상대도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게 상대에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상대방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면 내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대를 왜곡하고 병들게 하는 관심이 아니라 상대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그런 관심이 되어야 한다.

장애인을 위한다는 장애인정책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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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수필, 소설 부분에서 문단에 등단한 문인이며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해 교육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자립생활의 현장에서 사랑샘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운영해 왔으며, 현재 부산장애인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에 대한 열망을 전하고, ‘장미의 화원’을 가꾸는 부지런한 정원사로서 고단한 일상에 지친 이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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