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 차량으로 고고 싱. ⓒ전윤선

건강의 섬 '완도'. 슬로시티 청산도 그렇게 멀게 느껴졌던 완도를 드디어 가게 됐다.

완도는 접근하기 힘든 섬이라 일 년 내내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완도를 함께 가고자 했던 일행들은 차근차근 회비를 모아 일 년을 마감하는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월 3만원씩 열 달 동안 통장에 저축했다. 한벗재단에 대형차량을 렌탈하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 드디어 출발 날짜가 다가왔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 11명, 보조인 3명이 함께 동행했다

그 날따라 아침에 기온도 내려갔고, 비도 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린 여행의 즐거움으로 비쯤이야 아랑곳 하지 않았다. 모두 모여 출발!

인원을 체크하고 나서 서울을 빠져나갔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비는 그치고 햇살은 겨울답지 않게 따사로웠다. 새벽에 나오느라 아침을 못 먹고 나와 배가 고팠다. 김밥으로 아침을 먹고 경부고속도를 지나 서해 고속도로로 차는 미끄러지듯 달려갔다.

아!~얼마나 기다렸던 여행인가!

가슴이 콩당콩당 뛰었다. 잠시 휴게실에 들러 쉬~도하고 커피도 한 잔 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즐겼다. 떠나는 설램도 친구들과 함께 가니 더욱 배가 된다. 다시 버스에 올랐다

"자, 이제 목포로 빨리 내 달립시다. 목포에 들러 점심으로 세발낙지도 먹고 유달산도 둘러보고 갑시다."

완도 해변공원. ⓒ전윤선

어느 덧 서해안 고속도로 끝을 알리는 팻말이 나온다.

'목포는 항구다'라는 말처럼 바다가 훤히 보인다. 유달산을 먼저 올라간다. 그런데 유달산을 버스로 올라가려니 엄청 가파르다 도저히 차량으로 유달 일주는 불가능하다. 행선지를 빨리 바꿀 수밖에.

"유달산은 너무 고바위라 차량으로 돌기가 만만찮고 또 위험하니 목포항으로 점심 먹으러 갑시다!"

"그럽시다1"

다들 동의한다.

"전라도하면 맛 여행을 빼놓고는 말 할 수 없죠~잉!"

도착한 항구 옆 식당. 맛기행의 기대를 품고 내린다. 다행히 우리 일행 모두가 접근할 수 있게 턱도 없고 식탁도 입식 테이블이다

"야~신난다!"

"목포에 왔응께~ 낙지를 먹어봐야징!"

"그라고 홍어 삭힌 것도 먹어보장께!"

한 상을 시켜 먹기 시작한다.

그런데……. 영 맛이 껄쩍찌근하다.

"우짜쓸까나.내가 기대했던 맛이 아니 당께!"

"영 맛이 거시기 해부러!"

전남에 왔다고 여기 저기서 전라도 사투리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어쩔건가, 시킨 거 그냥 먹어야지.

건강의 섬 '완도',

차는 어느 새 완도에 도착했다. 어둠이 내리려고 할 즈음 숙소에 도착했다. 체크인 하고 숙소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전복죽, 백반 등 각자 입맛대로 골라먹는데, 맛이 장난 아니다.

점심을 시원찮게 먹어서 그런지, 배가 고파서 그런지 더 맛있다. 지금까지 먹어본 전복죽 중에 가장 맛있는 죽이다. 한 그릇 뚝딱 다 비우고 숙소에 짐을 풀지도 않고 어둠이 내려앉은 신지도 명사십리 해변을 한 바퀴 빙 둘러본다. 바다는 어둠 속에 잠이 들고 가로등은 졸고 있다

함께간 활동보조가 완도가 친정이라고 했다. 여행전 일행이 온다는 기별을 미리 넣었다고 했다. 그이의 친정에서 싱싱한 전복과 갓 잡아 올린 활어를 한 아름 가져왔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고맙다는 말을 건네자마다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아쉽지만 보내야만 했다. 그리곤 싱싱한 전복과 활어를 간이 식탁을 만들어 펼쳐 놓으니 바다가 식탁에 올라와 앉았다. 소주와 완도산 막걸리에 싱싱한 회를 안주삼아 먹으니 수라상이 따로 없다.

어두운 시골길을 전동휠체어는 달린다. 다행히 전동휠체어에 블링블링 조명을 달았더니 휠체어가 블링블링 빛을 발한다. 캄캄한 길을 걷는데 어둠속에 서 인기척이 난다

"어디서들 왔소?"

"서울에서 왔어요"

"근디. 오매 요것은 뭐 시다야. 저절로 가네 잉! 불로 빤짝빤짝하고 잉!"

"전동휠체어인데요, 배터리로 가는 거예요."

"근데 여그 앉은 아그들은 다리가 아픈갑네요 잉?"

"네. 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타요"

"저절로 가는 휠체어가 참말로 좋소 잉! 요런 건 얼매씩이나한다요 잉?"

"몇 백만 원 해요"

"하고 마? 고로코롬 비싸요 잉? 하고 매 징해부러! 참말로 징해부러! 어찌 고로코롬 비싸단말요 잉?"

아낙은 밤길을 밝히며 가는 우리들이 신기한지 전동휠체어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더니 그 가격에 놀란다. 시골 아낙 옆으로 여러 대의 휠체어가 조명을 밝히면서 달리니 어두운 시골길은 새로운 광경이 펼쳐진다.

밤길을 헤쳐 달려간 곳은 신지도 명사십리 해수욕장. 명사십리 해변은 해변길 따라 데크로가 만들어져 있다.

아주오래 전 친구들과 여름 휴가차 왔을 땐 완도항에서 배를 타야만 이곳 신지도에 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후,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왔었다. 그 때 신지도는 더 이상 섬이 아니었다. 섬과 섬을 잇는 다리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찾은 신지도에는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비수기고 어두워서 그런지 인적은 간 곳이 없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바다를 깨우며 우린 신나게 달렸다. 해변을 따라 놓인 나무 길 위로 달리면서 내는 왁자지껄 소리에 바다가 놀래서 잠에서 깼다. 불어오는 바람은 싱그럽고 파도 소리는 잔잔하다. 바다를 지키는 것은 손톱모양의 초승달 뿐.

휠체어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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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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