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사회복지 전체에 대해 규정한 것이 사회복지사업법이고, 사회복지사업법에는 기관과 시설에 대한 정의가 있다.

사회복지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 시설이고,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종합적인 복지사업을 하는 곳이 복지기관이다.

복지기관은 규모가 더 크거나 시설의 복수 개념이다. 기관에 대해 사용되는 용어를 보면, '기관 및 단체'라고 하여 기관은 민간이 아니라는 의미도 있고, 전문성을 가졌다는 의미도 있다.

전문기관이란 문구가 있는데, 이는 특정 업무를 위임할 수 있는 공정성과 전문성을 갖춘 기관을 말한다. 즉 사회복지사 시험을 대행시킬 정도의 공적 기관을 말하고 있다. 장애인의 등급판정을 위임한 국민연금 정도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기관인가 시설인가를 놓고 보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설립의 일정한 절차가 있는 것은 시설이다. 기관이란 정부 조직이거나 준정부 조직으로서 운영되거나 종합적인 업무를 보는 곳을 말한다.

장애인복지법에 나오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시설인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지자체에 지정을 받는 절차가 있으므로 시설이라 할 수 있다.

장애인들이 흔히 말하는 '탈시설'에서 '시설'이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좁은 의미의 생활시설 또는 집단 주거시설을 의미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조직을 말하는 것으로, 서비스의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를 말한다.

'탈시설'이란 수용된 생활시설에서 나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사용되고, 바우처와 같은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시설운영 중심의 사회복지 사업에서 탈피하여 복지서비스 중심으로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립생활센터가 장애인복지법상에 나오는 법적 시설임에도 장애인복지법상 시설의 분류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지역사회 내에서의 자립생활을 목적으로 설립된 장애인단체로 취급돼 왔다.

자립생활센터가 활동보조서비스를 하면서 장애인복지관 등에서도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복지관은 정부의 지원이 있고 규모나 전문성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자립생활센터는 상대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에 불리하고, 사업평가에서도 열심히 일하고도 부족하거나 미비한 것처럼 취급되며, 시설로서 지자체의 지원은 없고 사업으로서만 일부가 지원되므로 운영상의 어려움이 많아 자립생활센터도 시설로 분류해 달라는 의견들이 있었다.

그러나 자립생활센터는 자치적으로 단체와 유사하게 장애인들이 모여 회원을 두고 있으며,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을 하고 있어 단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특히 '탈시설'을 주장하는 곳에서 스스로를 시설 분류에 넣어달라고 하는 것에 대해 모순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예산 지원이 목적이라면 시설 분류에 들어갈 것이 아니라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요구하거나 예산 확대를 위한 요구를 하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탈시설'을 주장하면서 시설이 되겠다는 것이 모순이면 장애인자립생활센터들은 장애인복지법상 시설로 분류하지 말고 ‘서비스 기관’ 분류로 개칭하고, 분류에 자립생활센터도 포함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었다.

이에 대해 모법 성격인 사회복지사업법이 시설이라고 정의하기에 따로 ‘전문 서비스 기관’이라고 개칭할 수는 없다고 정부는 답하였다.

그렇다면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 활동보조서비스 전문기관은 무엇인가?

여기서 '중개기관'이란 용어를 과거에 사용했고, 법을 제정하면서는 ‘전문기관’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업법상 전문기관과 개념이 다르다.

장애인복지관이 오히려 전문 서비스 기관이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역 사회에서의 장애인 네트워크를 장점으로 하는 권익옹호 단체이고, 복지관은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기관인 것이다.

최근 이 정체성이나 역할 정립이 허물어져 복지관이 지역 네트워크에 치중하고 자립생활센터를 전문기관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장애인 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연구하는 연구진들이 서비스 전달체계 그림을 그리면서 이러한 이상한 분위기를 조장한 바도 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단체이나 단체도 시설을 운영할 수 있고, 활동보조 전문기관으로 지정받으면 전문기관으로서 그 사업 부분은 시설로 인정할 수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것은 모두 시설이기 때문이다.

장애인복지법상 시설로 분류하고 복지관이란 시설 내에 직업시설 등 여러 시설이 있듯이 회계상 분리된 독립된 활동보조서비스 시설이 단체 내에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리고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도 서비스 제공 시설로 정리하면 될 것이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인권포럼과 같이 단체가 부설로 설치한 자립생활센터는 그 단체의 정관상 부설 기관으로 목적 사업에 명기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예산지원을 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예산을 지원하다가 갑자기 취해진 조치로, 이는 센터를 시설로 간주하는 강력한 입장이다.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상 절차와 시설기준 등이 있음에도 시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서비스 제공 조직 중에서 장애인복지법상 시설 분류에 없는 것은 유일하게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활동보조서비스 조직이다.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권익옹호나 동료상담 등은 단체 성격의 프로그램이라고 보더라도(미국에서는 분명 권익옹호 시설이다) 활동보조 업무만은 별도의 시설로 인정하고 운영상의 인건비나 행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활동보조서비스를 제외한 나머지를 단체지원으로 일부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지만, 활동보조서비스에 관한 예산 지원은 없고, 단지 활동보조 중개 수수료로 운영되고 있어 시설로 분류하고 후일에 예산지원 근거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서비스 모니터링과 평가를 법적으로도 하게 돼 있고, 서비스 질에 대한 평가보다는 시설에 대한 상대적 평가 도구 개발이 진행되는 마당에 시설로 보지 않는 현행법은 시대적 모순이다.

사실상 시설로 간주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시설로서 차별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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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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