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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해라 떠들면 맞는다

장애인 대상 학교폭력은 현재도 진행형

장애인 여자친구와의 만남과 이별-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01-12 09:27:22
“ 무슨 일 있었어? 얼굴 표정이 영 아니네?

서로 시간이 나지 않아 1달 가까이 얼굴을 보지 못하다 오랜만에 이루어진 데이트, 그러나 여자친구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얼굴은 물론 귀까지 빨갛게 된 것은 물론 평소같으면 많이 마시지도 못할 냉수 한 컵을 순식간에 비워내는 것을 보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 다른 건 아니고 중학교 때 나를 놀리던 애들을 만나서 그래. 다 잊은 줄 알았는데, 그 애들 얼굴을 보니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용서가 되지 않아 내가 그자식들 때문에 얼마나 시달리면서 보냈다고...

겉모습만을 봤을 때, 그녀는 어디가 불편하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아이였다. 몸이 피곤할 때는 빈혈 때문에 더 많은 어지러움증을 호소했었기에, 시험을 보기 전에는 양호실에서 누워있는 시간들이 많았고, 이것을 오해한 아이들 때문에 학교생활이 순탄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 역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학교 폭력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터였다. 동병상련이라고 했던가.. 서로가 같은 고통의 시기를 지났던 우리는 서로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해 많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비장애인들과는 또 다른 방법으로 학교폭력을 겪었음을 알게 되었다.

먼저, 자유스럽지 않은 몸 때문에, 부모, 특히 초등학생을 둔 어머니들이 자녀들의 등하교시 학교에 온다는 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경우였다.

심한 빈혈 때문에 같은 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던 그녀에게 어느날 아침 같은 반이었던 W라는 아이가 그녀의 집에 찾아왔다. W는, 학교에서 그녀를 가장 철저하게 괴롭히던 아이였고, 전날 역시 “할 말이 있다” 는 W의 말을 듣지 않고 집으로 달려왔었기에, 집 앞에 서 있는 W를 보고 적지 않게 놀랐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 같은 반 친구에요. 00가 학교에서 보니 몸이 불편한 것 같아서 학교에 갈 때 같이 가려고 왔어요” 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W 앞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의 어머니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W에게 약간의 돈을 쥐어주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 여기까지 왔으니 뭐라도 좀 마시고 가라“ 며 음료수를 찾으러 간 사이, W는 “ 조용히 해라 떠들면 맞는다” 는 말과 함께 “ 학교가서 두고보자” 는 말을 했다고 한다.

겉으로는 “몸이 불편한 아이를 위해 신경쓰는 착한 친구” 로 어머니가 학교에 방문할 때에도 자신만은 의심하지 않도록 한 후, 학교에서는 본색을 드러냈던 것이다.

또한 몸이 불편한 경우, 학교 수업 중에 이루어지는 교사들의 필기 등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이용하여 비장애인 같은 반 아이들과 동일한 속도로 필기를 하지 못할 경우 이를 빌미로 집단 괴롭힘을 당하게 하는 일이 있었는데,, 장애 학생이 필기를 모두 마치지 못한 경우, 이를 본 다른 비장애 학생이 “ 야! 이거 다 공책에 적어 왜 필기를 다 안해?라고 말하면서 장애 학생들을 “ 몸이 불편하면서 공부할 의욕도 없는” 아이로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시력이 좋지 않거나 다른 부득이한 사유로 필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장애를 학습 태도와 연관시키는 것이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면 장애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아이들은 물론 교단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에게도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게 되어, 설령 학교 폭력이 적발된다 하더라도 장애학생의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어, 오히려 가해 학생에게 면죄부를 주게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요즘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후, 학교 폭력이나 집단 괴롭힘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오래 전, 나와 그녀가 그랬듯,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한 학교 폭력은 그때보다 훨씬 더 교묘하고 진화된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학부모들이 계시다면,내 아이를 잘 보살펴주는 친구들을 먼저 찬찬히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같은 반 친구조차 먼저 의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 속에 천사의 탈을 쓴 악마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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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정현석 (dreamgm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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