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례>, <세계일보>, <천지일보> 기사 제목 캡쳐. ⓒ정연욱

해마다 졸업 시즌이 되면 우리는 신문지상이나 텔레비전 뉴스에서 신체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학업을 무사히 마친 학생들에 대한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우리는 그가 보여준 굳은 의지에 박수를 보내며 그를 통해서 노력의 진정한 가치를 마음 속으로 되새겨 보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포착해 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장애인은 학업을 지속함에 있어서 왜 그러한 어려움을 겪어야 하며, 그러한 어려움을 해결하여 주는 주체가 우리 사회가 아닌 당사자의 가족이나 기타 주변 인물들이 되어야 하는 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물론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이상 그 사람이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이지만, 그러한 어려움을 최소화해서 사회에 융화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사회가 담당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국 사회는 일방적으로 가족 구성원과 본인의 희생과 노력만을 강요하고 있음에 문제가 있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꿈을 실현시켜 나가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가진 문제점이 은폐되고 축소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라고 한다면 그 것은 큰 잘못이다.

세상에는 최소한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고, 대부분의 경우 그러한 목소리는 무시당하고 있다.

우리가 졸업 시즌마다 접하게 되는 비슷한 유형의 기사들이 신문 기사로서 가치를 발휘하는 까닭은 한국 사회가 가진 구조적 모순 때문이다.

극소수의 '슈퍼맨'을 제외하고 엄연히 우리 사회의 일부인 장애인들은 사회 속에서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아간다. 이러한 어려움을 장애인들은 저마다의 '꿈'이 언젠가 이루어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사회는 그러한 '꿈'을 실현해 볼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고, 모든 것의 원동력을 본인의 '노력'으로 포장한다. 어려움을 극복한 '슈퍼맨'의 사례들을 끊임없이 생산해 내며, 은근히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에 여념이 없다.

사실 일련의 보도들에서 '인간 승리'로 포장된 것들은 장애인이든 아니든 간에 사회 구성원이라면 모두가 해야 하고 겪어야 할 일들이다. 그런데도 그 보도들 속에서 우리는 어느 새 '의지의 한국인'이 되고 '장애를 딛고 일어선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음에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학교를 졸업해야 하고 직장에 다니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그들은 어느 새인가 '신문과 TV에 나올 만한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이다.

'슈퍼맨'이 많은 것은 결코 자랑거리가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 우리 사회가 '슈퍼맨'이 아닌 사람은 살아갈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정연욱 칼럼리스트
미디어 속 특정한 대상의 이미지는 미디어 생산자의 시각에 따라 자의적ㆍ선택적으로 묘사된 이미지다. 이렇게 미디어를 통해 생산된 이미지는 수용자의 사고와 행동 등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미디어 생산자의 시각을 살피는 것은 꽤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미디어 속에 표현된 ‘장애인’이라는 집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미디어 속 ‘장애인’이 어떻게 묘사되고, 그러한 묘사가 실제의 ‘장애인’의 모습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