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맡은 배역은 칼럼니스트였다.

칼럼니스트로 시작한 나의 무대. 처음이라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했던 무대였다.

장애인 연극배우라는 제목으로 보여진 나의 공연은 처음이라 그런지 아쉬움이 많은 무대였다.

나의 날것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는데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많이 아쉬운 무대였다. 지금에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겠냐만 또 다시 이런 기회가 온다면 정말 잘하고 싶다.

인생은 항상 후회의 연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후회를 해도 즐거운 건 후회하는 동안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하면서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자신을 돌아봄으로서 성숙해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 나의 공연의 배역은 선생님이다.

아카데미를 통해 선생님이라는 배역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내가 가진 달란트를 전해주면서 많은 것을 배우는 무대였다.

학생들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서 출석률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마지막 공연에서는 모두들 시간을 내어 참여해줘서 감사함을 느낀다.

어떻게 하면 연극을 쉽게 알려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인지 수업이 너무 가볍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난 절대 나의 수업방식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만의 방식으로 다가가니 학생들도 많이 흡족해 했다.

수업의 마지막엔 그들과 함께 공연도 했다. 학생들이 써 온 대본을 재각색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이 아카데미는 강단에서 선생님이라는 배역도 했지만 작가라는 배역도 함께해서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올해 마지막 무대는 배우로서의 나의 모습이었다.

극단 사정상 세 명의 연출이 바뀌어서 매우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연출들과 함께 하는 동안에는 즐겁게 일을 했다. 비록 사정상 끝까지 함께 못해 아쉽지만 그들에게 많이 배워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올해 무대에서 맡았던 배역은 꿈을 향해 달리는 '호태'라는 녀석이었다. 처음에는 호태가 나의 내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연기하는데 매우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느낌을 받았다.

평상시에 하지 못했던 말들, 참아야만 했던 일들을 무대에서 내가 아닌 호태라는 녀석을 빌어서 모든 것을 뿜어냈다.

그리고 항상 감초 역할만 했던 내가 감초가 아닌 감정을 보여주는, 그리고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서 나의 연기 발전에 도움이 된 무대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고맙게도 나눔 연극제에서 남자 연기상을 받게 되었다.

올해로 8년째 기나긴 마라톤을 하고 있는 나에게 이번 상은 스펀지 테이블을 지나온 느낌이었다. 그동안의 목말랐던 갈증이 해소되고 다시 달리는데 힘이 생겼다.

올해 3번의 배역으로 살아온 나의 삶.

한 해를 보내면서 뭘 했나 싶기도 했지만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그래도 '제법 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아쉽게도 이 칼럼이 마지막이 되겠지만 그래도 오프라인에서는 배우로서 관객들에게 다가가 행복과 꿈을 드리는 역할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내년에도 배우로서 열심히 달릴 것이다. 그동안 부족하지만 칼럼을 읽어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제 곧 2012년 이라는 무대가 여러분에게 다가갈 것이다. 내년에도 여러분 인생의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

-연금 받아 술 사먹는 남자 연금술사 신강수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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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 연기학과를 졸업하고, 개그맨이 되기 위해 방송 3사의 시험을 수차례 봤다. 결과는 보는 족족 낙방. 주위 사람들은 네가 장애가 있기 때문에 떨어진 거라고 말하지만 실력이 부족해 떨어졌다고 생각할 만큼 장애에 대해서는 매우 낙천적이다. 수많은 공연으로 무대 위에서 만큼은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무대 위의 배우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자신이 장애인인지 비장애인인지 아님 또 다른 부류인지 헛갈려하고 있다. 지금은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고,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장애인 비장애인이 아닌 평범한 예술가가 되고 싶어 하는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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